[한경 머니 = 김수정 기자]요즘 국내 젊은 작가들 중 작품성은 물론 책 판매량, 스타성까지 고루 갖춘 작가를 꼽는다면 박상영(33) 작가야말로 우선순위로 거론되지 않을까. 2016년 등단한 그는 소설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 <대도시의 사랑법>에 이어 지난 3월 출간한 자전적 에세이 <오늘밤은 굶고 자야지>까지 평단과 대중으로부터 찬사를 얻고 있다.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박상영 작가와의 ‘단짠단짠’ 솔직담백한 대화를 통해 그 힌트를 찾을 수 있었다. 사진 서범세 기자
과거 미국의 한 유명 토크쇼에 플러스 사이즈 여성 모델들이 등장한 적이 있다. 방송 당시 그들이 어떤 모습이었는지, 무슨 얘길 나눴는지는 대부분 잊혀졌다. 하지만 방송 말미에 모델 중 한 사람이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지금의 (풍만한) 모습을 얻은 것도 굉장한 노력의 결과다”라고 말한 것만은 또렷이 기억난다. 그의 말에 관객들은 환호했다. 응원과 공감, 찬사가 뒤섞인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비단, 미의 획일성과 고정관념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다양성이 존중된다는 서구 사회에서도 뿌리 깊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 간극은 너무 크다. 아직도 우리 일상 곳곳에서 “살만 빼면 참 예쁘겠다”는 말이 덕담처럼 오가고, 비만인은 ‘게으르다’는 편견과 차별이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일까. 박상영 작가의 첫 에세이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는 단순히 작가의 ‘다이어트 실패기’라기보다 편협한 ‘외모지상주의’ 세상을 향한 호쾌한 펀치이자 매일매일 고단한 일상을 견디며 살아가는 수많은 야식러와 폭식러들을 위한 따뜻한 응원에 가깝다.
2016년 등단한 박 작가는 2018년 9월 첫 소설집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 이후, 이듬해 두 번째 책 <대도시의 사랑법>을 출간해 2년 연속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특히, 성에 대한 자유분방한 묘사가 돋보이는 그의 작품은 퀴어 서사를 넘어 청년 세대의 사랑과 상실, 삶과 죽음에 대해 깊이 있게 성찰한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런 그가 진짜 자신의 이야기를 쓰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유쾌하면서도 어딘지 짠내도 묻어났던 매력적인 이 사람, 박상영의 인생 희로애락을 엿들어봤다.
우선, 요즘 근황 얘기부터 들려주세요.
“주간지에 장편소설을 연재하고, 고정으로 방송을 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시국이 시국인지라 밖엔 거의 나가지 않고 대부분 글 쓰는 데 할애하죠. 그리고 최근에 제가 8년 만에 이사를 했거든요. 이사가 하루 이틀이면 끝날 줄 알았는데 2~3주가 걸릴 정도로 너무 고생을 해서 연재가 많이 밀려 있는 상태예요. 지금은 밀린 원고 쓰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발표하는 작품마다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비결이 뭘까요.
“음, 글쎄요. 제가 생각하는 작가는 크게 두 종류예요. 소위 ‘(작가 자신의 마음을 쉽게) 안 알려 주고 싶은 작가’와 ‘너무 알아 줬음 하는 작가’죠. 전자의 경우 문학적으로 세련된 작법을 구사하는 분들이고, 저는 후자에 가깝죠. 적극적으로 일상의 언어를 차용하고 직설법으로 작품을 구상하죠. 그런 전략이 문단 내에서 신선하고, 새롭게 받아들여진 것 같아요. 특히, 소위 페미니즘 리부트(2015년 한국 사회에 새롭게 일어난 페미니즘 붐) 이후에 문단문학계가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면서 저와 같은 다양한 장르의 작가들을 찾기 시작하기도 했고요. 이런 시대적 상황과 니즈, 작가로서 제가 지향하는 점과 취향이 맞물리면서 운 좋게 더 인정받은 것 같아요. 동시에 독자들은 저(와 소설)를 편안하게 받아 주세요. 글을 쓸 때는 잘난 척하지 않고, 솔직하게 쓰려고 노력해요. 그런 점을 좋아해 주시는 것 같아요.”
최신작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 얘길 먼저 해 보죠. 처음 이 책은 어떻게 쓰게 되셨어요.
“한겨레출판에서 신문에 좀 긴 분량의 에세이를 연재할 사람을 찾는다고 연락이 왔어요. 그때가 제 첫 소설집이 나온 지 얼마 안 된 시점이라 ‘뭐 내년에 소일거리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한 달에 두 번 에세이를 써 보자’고 생각했죠. 그런데 이 결정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두 번째 소설책 출간이 결정되고, <대도시의 사랑법>이 젊은작가상 대상을 받으면서 너무 바빠졌어요. 그러다 보니 원래 예상과는 다르게 진짜 목숨 걸고 쓰게 됐죠.(웃음) 그래도 이렇게 책 1권으로 묶고 나니 뿌듯해요. 동시에 복잡한 마음도 들고, 시원섭섭해요.”
첫 에세이를 작가님의 소위 ‘폭식 분투기’로 선택한 이유가 궁금해요.
“흔히들 폭식은 나라가 허락한 마약이라고 하잖아요.(웃음) 누구나 손쉽게 취할 수 있는 정서적 위안물이자 의존 대상이죠. 과학적인 근거도 있어요. 탄수화물을 섭취하면 세로토닌이 분비돼서 정서적 공허함을 달래 주기도 하잖아요. 무엇보다 제게 폭식은 지난 10여 년간 시급한 당면 문제이자 극복해야 할 과제였죠. 따라서 이 주제는 누구보다 잘 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뭐든 처음 글을 쓸 때 작가 자신과 가장 가까운 이야길 쓰는 게 쉽거든요.
다만, 이 주제에만 한정해서 쓰기보다 이 담론을 둘러싼 한 인간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재구성하고자 했죠. 단순히 살이 쪄서 고통스럽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매스미디어나 수많은 대중이 비만에 대해 인식하는 획일화된 관점에서 벗어나 살찐 사람의 삶도 여러 방면에서 다양한 모습이 있다는 걸 보여 주고 싶었습니다. 동시에 현재 저와 같은 2030대 젊은이들이 겪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도 열어놓고 쓰게 됐죠.”
실제로 비만이 아니더라도 요즘 2030세대들 상당수가 정서적 허기로 인해 폭식을 경험하는 경우도 많다고 해요. 이러한 정서적 허기의 본질은 어디서 비롯됐을까요.
“더 나아갈 곳이 없다는 ‘희망 없음’이 아닐까요. 일단 현재 한국은 다른 걸 다 차치하고서라도 경제적으론 세계 10대 대국이잖아요. 경제 성장이 (정점에) 오를 대로 오른 셈이죠. 이전 세대들이 갖고 있는 ‘가만히만 있어도 좋아진다’는 막연한 관념이 더 이상 성립하지 않는 단계에 도달했죠.
그러다 보니 현재 젊은 세대들이 갖는 절망감과 모호함은 희망 없음에서 오는 것 같아요. ‘이대로 삶이 더 나빠지지만 않으면 다행이다’라고 생각하면서요. 가령, 사람이란 게 그렇잖아요. 지금 아무리 힘들고 결승점이 멀어 보여도 앞으로 더 잘살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면 피로해도 나아갈 수 있거든요. 그런데 목표가 없는 상황에서 끝이 없는 터널을 간다고 생각하니 피로가 공허로 전환된 거 같아요. 그게 곧 제 마음이기도 해요.”
그래서일까요. 수년째 서점가엔 이른바 힐링·위로의 자전적 에세이들이 독자들로부터 큰 공감을 얻으며 사랑받고 있습니다.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에 대한 독자들의 피드백도 특별할 것 같아요.
“사실 제가 이 책을 발간하는 걸 끝까지 주저했어요. 일단 지금 코로나19 시국엔 굶던 사람도 열심히 먹어야 할 때 이런 얘길 하는 것도 고민됐고, 말씀하신 대로 그저 위로해 주는 기능만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너무 제 못난 부분들을 드러낸 것 같아 두려움이 컸어요. 또 한편으로는 제가 너무 성실의 화신으로 비춰지는 것도 싫었거든요.
책을 읽어 보면 아시겠지만 (회사생활 내내) 결코 성실하지 않았고, 그저 집념과 오기로 여기까지 온 건데 그런 것들이 (과잉) 전시되는 게 아닌가 싶어서 주저하는 마음이 컸어요. 다행히 책이 나오고 나니 생각보다 정말 많은 사람들, 특히 젊은 여성 독자들이 열렬히 지지해 주시더라고요. 그게 정말 피부로 느껴질 정도였죠. 이전에는 주로 제 작품 속 인물이나 이야기에 관심을 가져 주셨다면 이번엔 작가인 저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보여 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놀랐죠. 제가 기대했던 반응이 아니었거든요.
다른 한편으로는 저도 몰랐는데 남성 독자들 중 한 번도 자신의 체형이나 외모에 고민해 보지 않은 분들도 엄청 많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제 책을 읽고 전혀 이해를 못하시는 경우도 더러 있었어요. 가령, ‘아니, 다른 건 자기 다하고 싶은 대로 살면서 살 못 뺀다고 저렇게 징징대느냐. 그냥 그만두면 될 거 아냐’란 반응들도 꽤 있었죠. 전 외모에 대해 의식을 많이 하고 살았는데 그런 고민을 전혀 안 하고 산 사람들이 생각보다 이렇게 많은지도 처음 알았어요.
반대로 아주 많은 여성들이 본인의 체중, 체형과 상관없이 외모에 대한 미적 규율로 힘들어 하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저는 남성이기에 간접적으로 체험하고 있던 것들을 여성들은 생각보다 더 심각하게 고통받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어요.”
작품들 중 다이어트가 됐든, 사랑이 됐듯 실패에 대한 습작이 많아요. 이 소재를 자주 활용하는 이유가 있다면요.
“저는 늘 그런 생각을 해요. 인간은 어떤 부분에서든 누구나 필연적으로 실패할 수 있는 존재라고요. 그게 제 핵심 가치관이죠. 관계에 있어서도 영원성은 없다고 봐요. 결혼한다고 이별하지 않는다는 법은 없잖아요. 오죽하면 제가 사랑의 완성은 이별이라고(웃음). 제 아무리 아득바득 승진해서 사장이 된다고 해도 그것 역시 끝나잖아요.
다만, 그때마다 어떻게 의미부여를 하느냐에 따라 사람의 가치관이 나뉘는데 저는 사람은 필연적으로 실패를 겪는 존재라고 생각해요. 실제로 저의 20대가 그랬죠. 정치색을 차치하고 제가 대학을 다니던 시기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임기 시절이었어요. 많은 젊은 세대들이 힘들었던 시기죠. 그 사이 실패를 굉장히 내면화하게 된 것 같아요. 동시에 당시 직장 상사와도 불화하고, 꿈꾸던 회사에 입사했지만 잘리거나 자진 퇴사하기도 했죠. 연애도 열심히 했고, 친구들과 관계 맺는 것도 집착하듯이 노력했는데 결론적으로 안 좋게 끝난 경험이 너무 많아요.
그러다 보니 그런 것에 대해 고민을 진짜 많이 했어요. 난 정말 사회와도 불화하고, 내가 소중하게 여겼던 사람들과도 실패하는구나 싶었죠. 그래서 그런 것들에 대해 자연스럽게 많이 쓰게 됐고, 첫 번째, 두 번째 소설에 깊이 녹아든 것 같아요.
되레 이번 에세이는 실패에 대한 얘기보다 그저 제 이야길 쓰고 싶었어요. 실제로도 진짜 힘든 시기는 지나고 쓴 거거든요. 더 이상 체중에 대해 스트레스 받지도 않고요. 그래도 누군가에겐 이 책도 실패에 관한 것으로 논의되는 걸 보면 기본적으로 글에 제 가치관이 반영되는구나 싶어요.”
얘길 나누다 보니 치열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조금 ‘숨고르기’를 한다는 느낌이에요. 혹시 지금도 고민이 있나요.
“제가 데뷔한 이후로 연애를 끊었거든요. 세상이 저와의 연애를 포기한 것도 있지만 저 스스로도 관계에 있어서 숨고르기 시작한 것 같아요. 뭐랄까. 두 번째 책을 낼 때까지는 전혀 옆이나 뒤를 볼 여력이 없었어요. 그저 앞으로만 목표를 향해서 누구보다 열심히 달렸죠. 정말 치열한 마음이었어요.
그런데 두 번째 책을 쓰면서 제가 꼭 이루고 싶었던 큰 꿈들을 이뤘죠. 대형 서점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고, 젊은작가상 대상을 타기도 했죠. 그런데 행복해지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그것에 대해 지난해 내내 많이 생각하고, 깊이 절망했죠. 해결되지 않는 문제나 고민들도 늘 생기고요. 그러다 보니 지금의 삶의 방식에서 궤도를 수정하지 않으면 결코 전 버틸 수 없다는 결론에 닿았어요. 이제는 무조건 앞을 뚫는다고 생각하지 말고 조금씩 옆으로 넓혀 나가자고 마음먹었죠.
그래서 요즘은 새로운 취미를 얻으려고 이것저것 배우러 다니면서, 삶의 패러다임을 바꾸려고 노력하는 중이에요. 올해 들어서는 많이 좋아졌습니다. 약물 치료도 지속적으로 하면서 호르몬도 컨트롤됐고, (약 부작용으로) 살은 좀 더 쪘지만, 대신에 마음이 조금 편해졌어요. 무조건 ‘목표를 이루고, 성취해서 더 나아지겠다는 것’보다는 이뤄도 상관없고 실패해도 상관없으니 그 중심을 내 안에서 찾기로 했어요. 에세이도 그 일환이었고요. 이런 제 솔직한 내면을 공개함으로써 더 자유로워지기로 했습니다.”
장르적으로 ‘퀴어 소설’을 많이 쓰셨는데 이유가 궁금해요.
“사실 제 데뷔작은 헤테로섹슈얼(생물학적 또는 사회적으로 서로 다른 성별을 지닌 사람에게 성적 끌림 혹은 성적 행위를 느끼는 것)에 대한 연애소설이었어요. 다만, 제가 퀴어 장르를 계속해서 작업한 이유는 일단 지금 이 사회에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해서예요. 더 이상 이 주제가 생경하지 않을 때 그만할 것 같아요.
저는 현실에 (동등하게) 존재하는 사랑으로 퀴어에 대해 더 많이 대두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관련 서사를 만들어 내는 사람이나 작품이 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도 원래 이렇게까지 퀴어물을 많이 쓸지 몰랐는데 ‘내가 아니면 누가 쓰겠어’, ‘더 이상 이 얘기를 쓸 필요 없을 때 다른 걸 써야지’란 생각으로 쭉 써 온 것 같아요.”
어렸을 적부터 글을 잘 쓰셨나요.
“초등학교 2학년 때 교내 백일장에서 ‘가을’에 대한 동시를 써서 장원 받은 기억이 나요. 그때 처음으로 ‘아, 내가 글을 써서 상을 받을 수 있구나’라고 알게 됐죠. 그 이후로도 중·고등학교에서도 꾸준히 교내외 글짓기 대회 나가서 상을 받는 일이 많았어요. 대학교도 논술전형으로 들어가고 논술대회도 나가서 상을 받기도 했죠. 그보다 워낙 책을 좋아했고, 글 쓰는 걸 즐겼어요. 싸이월드 일기장도 열심히 쓰고요(웃음).”
작가가 잘 안 됐으면 무슨 일을 했을까요.
“솔직히 그간 제가 해 보고 싶은 직업은 이미 다 했어요. 잡지사 기자, 광고 기획 등 콘텐츠 기획은 늘 꿈꿨던 일이거든요. 그런데 막상 해 보니 재미가 없었어요. 저랑 안 맞더라고요. 사실 작가도 제가 선망하던 직종 중 하나였는데 일단 해 보자 하는 마음으로 시도했는데 해 놓고 보니 이 일이 적성에 맞는 걸 알게 됐죠. 무엇보다 저는 늘 제가 외향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살아 왔어요. 사람들 앞에 나가서 얘기하는 걸 즐기는 줄 알았는데 막상 작가가 되고 나니 그걸 ‘선택적’으로 하길 원하는 사람이었죠. 되레 저란 사람은 내향적인 구석이 많다는 걸 작가가 되고 뒤늦게 깨달았어요. 그래서인지 이 직업 더 잘 맞아요. 필요한 때만 나서서 얘기하고, 일상의 대부분을 혼자서 지낼 수 있는 게 제 성격이나 생활 패턴과 잘 맞더라고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동을 활발히 하셔서 외향적인 분인 줄 알았는데요.
“과거에는 제가 모르는 사람들에게 노출될 일 없었잖아요. 물론, 지금도 많은 사람들 앞에서 얘기하는 걸 어렵게 생각하지 않고, 비교적 수월하게 하는 편인데 문제는 그런 행위 자체를 제가 마냥 즐거워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는 거죠. 사실 저처럼 예민한 구석이 많은 사람들에겐 모르는 이들에게 자신을 노출한다는 것 자체가 삶의 중심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걸 작가가 된 후 알게 됐어요. 물론 그런 모순이 어쩌면 지금의 저를 이끈 동력이기도 하고요.
SNS는 첫 책이 나오면서 홍보 때문에 시작했어요. 지금에야 제 책을 홍보하는 루트가 많이 열렸지만 그때는 정말 방법이 없었어요. 제 책에 대한 단신 기사 1, 2개를 제외하면 어느 곳에도 실리지 않았죠. 내가 앞장서서 내 책을 알리지 않으면 누구도 알아봐 주지 않겠다 싶어서 그때부터 목숨 걸고 관종 짓을 한 셈이죠.(웃음)”
김세희 작가님에 대한 언급이 많아요. 두 분이 함께 활동하는 모습도 자주 포착되고요. 아무래도 꿈을 나눈 친구이기에 그 정이 더 애틋한 것 같은데, 어떤 벗인가요.
“제가 진짜 믿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이죠. 세희를 경험한 사람들은 알겠지만, 좋은 사람이에요. 뭐, ‘천사 같다’ 이런 의미에서 좋다는 게 아니라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이에요. 요즘은 그런 사람들이 갈수록 희귀해지는 세상이잖아요. 한 살 많은 누나이자 또래 친구이지만 항상 배울 점이 많아요. 무엇보다 어떤 관계에서든 상대방이 힘들 때 위로를 건네는 건 어렵지 않은데 상대가 잘돼서 진심으로 기뻐해줄 수 있는 건 되레 어려운 일 같아요.
세희에게는 기꺼이 기뻐해 줄 수 있어요. 심지어 일생에 한번인 신동엽문학상에서 세희가 마지막에 저를 꺾고 수상했는데도,(웃음) 그렇게 기분이 좋더라고요. 제겐 정말 좋은 라이벌이자 든든한 동료, 그리고 신뢰할 수 있는 벗이죠.”
현재 연재 중인 ‘1차원이 되고 싶어’에 대해 소개 좀 해 주세요. 그 외 앞으로 써 보고 싶은 것들이 있다면요.
“10대들의 사랑과 배신, 그리고 입시에 대한 퀴어 장르 소설이에요. 올해 여름까지 연재하고 3개월 정도 다듬은 후 내년 초 출간할 것 같습니다. 그 외에 구상하고 있는 건 여러 가지가 있는데 뭘 쓸지는 아직 모르겠어요. 일단 지금은 현재 쓰고 있는 첫 장편을 무사히 완성하는 게 가장 큰 숙제예요.”
최근에 추천하고 싶은 영화나 책이 있다면요.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 <아이 토냐>를 재밌게 봤어요. 그리고 제가 그레타 거위 감독 팬인데 그의 영화 <레이디 버드>를 정말 좋아해요. 영화 속 여주인공이 딱 제 10대를 보는 것 같다고 할까요.(웃음) 책은 김병운 작가의 장편소설 <아는 사람만 아는 배우 공상표의 필모그래피>, 김금희 작가의 에세이 <사랑 밖의 모든 말들>을 인상 깊게 읽었어요. 최근에는 시집도 많이 읽는데 최현우 시인의 <사람은 왜 만질 수 없는 날씨를 살게 되나요>와 이원화 시인의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를 추천합니다.”
앞으로 꿈이 있다면요.
“전 지금에 만족해요. 여전히 격무를 해야만 간신히 이 일을 유지할 수 있고, 스트레스도 많죠. 이사라고 해도 원룸에서 1.5룸으로 온 수준인데도 그냥 너무 좋아요. 제가 글을 계속 쓸 수 있다는 건 누군가는 절 필요로 하는 거잖아요. 지금처럼만 계속 글을 쓸 수 있는 환경이 제게 주어졌으면 해요. 큰돈 버는 거 꿈 안 꿔요. 물론 지금보다 일은 좀 덜하고 싶지만, 이렇게만 쭉 유지됐으면 해요.”
박상영 작가는…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학사를 졸업한 이후 잡지사, 광고대행사, 컨설팅 펌 등 다양한 업계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넘나들며 일하고 글을 쓴 끝에 2016년 문학동네 신인상을 받으며, 작가로 데뷔했다. 소설집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 연작소설 <대도시의 사랑법>이 있으며, 젊은작가상 대상, 허균문학작가상을 수상했다. 올해 3월엔 에세이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를 출간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1호(2020년 0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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