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FM은 6월 2일까지 셰계속의 한국 전통의 현대화 서수영 개인전 ‘달항아리, 매화를 품다! 2020 展을 개최한다. 서수영은 고구려벽화, 고려불화, 조선초상화로 이어지는 한국의 전통 채색화의 큰 흐름 속에 나타난 금의 자취를 찾아내 본인의 그림에 투영시킨 한국화가이다.
작가는 '금박'을 주 질료로 황실의 품위를 채색화기법으로 표현하고, 한국적인 것을 현대적 관점에서 재해석하여 절제된 동양적 미감을 선보여왔다. 지극히 한국적인 것이 결국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이 있듯, 작가는 작업에 대한 꾸준한 연구를 통해 한국적인 회화 영역을 넘어 달항아리의 한지 입체조형의 시도로 동양적인 장르를 풍성하게 아우르며 그만의 기조방식을 묵묵히 확장해 가고 있다. 최순우 前국립중앙박물관장은 작품의 소재인 달항아리와 관련 "넉넉한 맏며느리 같은 푸근함이 살아있다"고 극찬한 바 있다. .
올해 신작으로 선보인 서수영의 <달항아리, 매화를 품다>는 그동안 쌓아온 회화 경향과 살짝 다르고, 화면의 형태나 구성부터 새롭게 다가온다. 장엄과 화려는 작가 서수영의 작품을 수식함에 요긴한 형용일 것이다. 작가는 궁중을 중심으로 한 복식과 인물로 이미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하였다. 그것은 매우 화려하고 엄숙한 권위의 표출이었으며, 그 이면에는 여인의 삶과 숙명에 관한 단상들이 내재된 것이었다. 작가가 주로 사용하는 석채(石彩)와 분채(粉彩)는 명도가 매우 높아 맑고 투명한 독특한 색감을 발현한다. 작가는 이를 통해 왕실의 지엄한 권위와 장엄함 속의 화려함을 표출해 내었다.
작가의 신작들은 달항아리 안에 매화가 등장한다. 앞서 거론한 바와 같이 매화는 동양문화에 있어 매우 강한 상징성을 갖는다. 이들은 다분히 전통적인 것이어서 그 읽힘은 이미 정형화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가 이를 소재로 삼음은 단순히 전통의 관성에서 비롯된 소재주의로 읽혀지지 않는다. 작가의 매화는 맑고 명료한 색채로 만개한 형상이다. 특유의 색채감각에 더하여 보다 분방해진 신작들의 경향 역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한지라는 특유의 물성 역시 집약적인 밀도를 자랑하는 작가의 작업 방식에 잘 부합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발현되는 특유의 색채미와 장식미는 매화를 현실의 것이 아닌 또 다른 차원의 상징으로 견인하고 있다.
달항아리의 New version, 실험정신이 듬뿍 담긴 작품들에 정감이 간다.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작가의 작품을 대하는 태도, 고뇌에 찬 시간과의 싸움의 흔적들, 작가정신 등을 작품에서 오롯이 느낄 수 있다. 금빛을 머금은 달항아리 가득한 전시 공간 속에서 펼쳐지는 현대와 과거의 시공간을 이어가는 무한한 상상을 경험해보길 기대한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1호(2020년 0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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