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cture1 오동협 원빌딩부동산중개 대표

[한경 머니 = 정리 배현정 기자 | 사진 서범세 기자] 은퇴를 앞두고 노후를 준비하는 중장년층뿐만 아니라, 청소년들도 장래 희망으로 건물주를 꿈꾼다. 그러나 빌딩 시장과 가치에 대해 명확히 이해하고 투자 전략을 세우는 경우는 아직 제한적이다. 과연 어느 지역의 어떤 빌딩을 사야 황금알을 낳을까.

[SPECIAL] 황금알 낳는 빌딩 투자의 정석

올해 ‘한경 머니 PB포럼’ 1강은 오동협 원빌딩부동산중개 대표가 맡았다. 그는 15년간 100여 건이 넘는 중소형 빌딩의 중개를 통해 쌓은 데이터와 경험으로 빌딩 투자에 대해 알기 쉽게 안내했다.


빌딩 시장은 정책에 크게 휘둘리는 ‘아파트’나 장기 투자가 필요한 ‘땅’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 투자처로 꼽힌다. 오 대표는 “20억~50억 원의 꼬마빌딩 거래가 가장 활발하다”고 말했다. 이는 현금 10억~20억 원을 보유한 투자자들이 대출을 일으켜 살 수 있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는 빌딩 매입에 대출을 일으키는 경우가 적었는데, 지금은 적게는 30~40%, 최대 80% 수준의 대출을 끼고 매입하는 경우가 많다”며 “금리 변동에 따라 매수 움직임이 크게 영향을 받는데, 최근 저금리로 법인들이 빌딩 매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권, 마·용·성’…
서울 빌딩 거래의 50% 이상


그렇다면 어느 지역의 어떤 빌딩을 골라야 성공적인 투자가 될까. 원빌딩부동산중개의 2015년 이후 30억 원 이상 1000억 원 이하의 빌딩 매매 분석 자료에 의하면, 소위 강남권(강남구, 서초구, 송파구)과 마·용·성(마포구, 용산구, 성동구)의 거래가 단연 눈에 띈다. 2015년 매매 사례에서는 강남구(21%)를 비롯해 6개 구의 거래 비중이 전체 54%에 달했다. 2016년엔 60%, 2017년에는 61%, 2018년에는 50%, 2019년 10월까지 53% 수준을 이어오고 있다. 서울 25개 구 가운데 나머지 19개 구의 거래를 다 합쳐도 6개 구의 아성에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오 대표는 “건물을 사는 투자자들은 대개 성향이 보수적이어서 자신이 잘 아는 거주 지역이나 직장이 있는 곳에 투자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매입 후보 지역 선정 순서로는 집이 강남권일 때는 강남구→서초구→용산구→송파구→성동구의 순으로, 집이 비강남권일 때는 강남구→ 마포구→서초구→용산구→송파구→성동구의 순을 제시했다.

[SPECIAL] 황금알 낳는 빌딩 투자의 정석
같은 지역이라도 건물의 위치와 주변 환경에 따라 상승 요인은 각기 다를 수 있다. 아파트의 경우 커뮤니티, 학군, 백화점 등이 주요 가격 상승 요인이라면, 빌딩은 도로의 폭과 상태, 교통 상황, 주변 빌딩 형성 등이 중요하게 고려된다는 설명이다. 그는 “상권은 도로와 영향이 밀접한데 특히 8~12m 폭의 도로를 끼고 있는 곳이 상권이 발달하기 유리한 곳이다”라고 첫손에 꼽았다. 8~12m 폭의 도로변 상점은 임차인이 영업하기 가장 좋은 환경으로, 인도와 차도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고 양쪽 도로변 상권이 함께 성장하는 특징이 있다. 도로 상태는 핵심 도로를 기준으로 바둑판 모양이 선호된다. 곧은길로, 골목 초입에서 골목 끝 상점의 간판이 보이는 형태다. 기존 주택가에서는 단독주택 지역이 다세대주택이 많은 곳보다 상권 형성에 유리하다.


상권이 확장되려면 1층에 상점이 입점할 수 있어야 하는데, 다세대주택의 경우 흔히 1층에 필로티 구조로 주차장을 만들어 상권 형성에 제약이 따르기 쉽다. 단독주택은 구입 후 용도 변경에도 수월한 편이다. 오 대표는 “단독주택은 대부분 매도자가 거주하기 때문에 잔금 즉시 건물의 용도를 변경해 새로 임차인을 받기 쉽다”며 “공사 기간이나 대출을 최소화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업종으로는 남성보다는 여성 위주, 중장년층 대상보다는 청년을 대상으로 한 상권이 유망하다. 그는 “일반 식당보다는 편의점, 카페, 카페보다는 여성 의류나 액세서리 등의 상점이 많은 곳이 높은 임대료를 낼 수 있는 상권으로 차후 건물의 가치도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경사도가 낮은 평지, 신축·리모델링한 빌딩이 많은 곳이 고급 임차인의 입주로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유망 지역이다.


미디어 노출 영향과 외국인 유입이 많은 곳의 영향력이 급속히 확대되고 있는 것도 근래의 특징이다. 오 대표는 “요즘은 강릉에서 있는 고객이 스마트폰에서 맛집을 검색해 서울 연남동에 찾아가는 시대”며 “예전엔 역이 생겨야 외지인이 유입됐지만 지금은 미디어 노출의 영향력이 더욱 커졌다”고 말했다. 이어 “내국인은 거리를 지나면서 윈도쇼핑을 할 때가 많지만 외국인은 선물용 구입이 많아 외국인이 몰리는 거리가 상권의 가치가 높다”고 덧붙였다.


건물의 가치, 만들어서 키워라


빌딩이 토지나 아파트 같은 다른 부동산과 차별화되는 점은 빌딩 자체의 가치를 건물주 스스로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리모델링, 신축, 증개축, 용도 변경 등의 형태로 건축물을 개선시켜 임대료와 가격을 올려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오 대표는 “건물은 아파트와 달리 임차인을 바꾸거나 리모델링만 해도 가치가 상승하는 부분이 크다”고 말했다. 이른바 80점짜리 건물을 사서 100점짜리 빌딩으로 만드는 방법이다. 우선 빌딩은 수익형 부동산이기 때문에 임대료를 올리면 그 부동산의 가치가 올라간다. 우선 주택을 사무실이나 상가로 바꿔 임차인을 새롭게 구성하는 방식이 있다. 단독주택을 카페 등으로 변경해 골목상권의 명소로 탈바꿈시키는 것 등이 좋은 예다. 고층부의 주택을 상가나 사무실로 바꿀 수도 있다. 리모델링과 신축을 통해 건물의 가치를 상승시킬 수도 있다. 오 대표는 “건물을 매입한 후 리모델링을 거치면 신축의 절반 비용으로 신축 대비 80% 수준까지 임대료를 끌어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동협 대표는…


중소형빌딩 거래 분야 선두 업체로 평가받는 원빌딩부동산중개의 대표를 맡고 있다. 원빌딩부동산중개의 직원으로 입사해 팀장과 임원을 거쳐 대표가 되기까지 빌딩 거래 분야에서 겪은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를 쌓았다. 저서로는 최근 <어쩌다 건물주란 없다>를 펴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75호(2019년 12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