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 = 김수정 기자]그야말로 터졌다. 뮤지컬 <스위니 토드>가 탄탄한 작품성과 화려한 무대, 명실공히 대한민국 최고 배우들의 열연이 더해지면서 새롭게 흥행 신화를 쓰고 있다. 12월 어떤 공연을 볼지 아직 고민이라면 주저 말고 이 작품을 두드려보자.
뮤지컬 <스위니 토드>가 올 하반기 뮤지컬계 신드롬(syndrome)을 일으키며 연일 흥행 가도를 질주하고 있다. 뮤지컬 <스위니 토드>는 뮤지컬계 거장 스티븐 손드하임의 작품 중 단연 최고로 손꼽히는 걸작으로 그로테스크한 작품의 전체 콘셉트에 맞게 드라마와 무대, 음악이 유기적으로 완벽하게 결합돼 있다.
19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평범한 이발사 벤자민 바커가 15년의 옥살이를 마치고, 그를 불행으로 몰아넣은 터핀 판사와 세상을 향해 복수를 펼치는 내용을 담은 스릴러 뮤지컬이지만, 심각한 내용이라도 유머 감각을 잃지 않는 손드하임 작품의 특징을 한껏 살린 시사풍자 블랙코미디가 돋보이기도 한다.
특히, 이번 시즌에서는 손드하임 작품의 대가로 일컬어지는 에릭 셰퍼 연출과 뮤지컬 <타이타닉>에서 독창적인 무대디자인으로 주목받았던 폴 드푸 무대디자이너가 협업해 완전히 업그레이드된 프로덕션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영국 런던의 우울하고 어두운 뒷골목에 버려진 ‘폐공장’을 모티브로 제작된 새로운 무대는 철골 구조를 기본으로 거대한 벽과 트랙을 따라 움직이는 철골 다리, 스위니 토드의 이발소가 있는 플랫폼과 러빗 부인의 커다란 화로 등 대도구들을 활용해 다양한 장면을 연출한다. 모든 세트가 자동으로 전환되게 구현함으로써 쉴 새 없이 이야기를 끌고 가며 빠르게 흘러가는 음악에 맞춰 장면 전환이 매끄럽게 이어지도록 했다.
말이 필요 없는 캐스팅
무엇보다 명품 배우들의 소름 끼치는 연기가 매해 관객들로부터 찬사를 받고 있다. 주인공 스위니 토드 역에 캐스팅된 조승우와 홍광호, 박은태는 폭풍우처럼 쏟아지는 음악 속에 묻힐 수 있는 가사를 완벽하게 전달함으로써 스위니 토드의 이야기를 명확하게 들려준다. 특히, 적재적소에 배치된 손드하임의 재치와 유머를 작품의 정서를 훼손하지 않고 적절하게 표현하며, 단 한순간도 지루할 틈 없이 관객을 작품 속으로 빨아들인다.
3년 만에 러빗 부인 역으로 돌아온 옥주현은 두말할 것 없는 가창력은 물론이고,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으로 완성형 캐릭터를 선보인다. 김지현 역시 선하고 차분한 인상이 주는 이미지와는 다르게 억척스럽고 수다쟁이인 러빗 부인을 천연덕스럽게 소화해내며 반전 재미를 선사하는 한편, 시크한 표정으로 서슴없이 악행을 저지르며 간담을 서늘하게 한다.
린아 역시 팔색조 같은 매력으로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사랑스러움이 더해진 러빗 부인을 보여준다. 터핀 판사 역을 맡은 두 베테랑 배우 김도형과 서영주는 선 굵은 연기로 작품의 무게감을 더한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75호(2019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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