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문의 현재와 미래를 위한 커뮤니케이션은

[한경 머니 기고=젠티 씨씨(Genti Cici) 미국 웰씨앤와이즈(Wealthy&Wise) 투자 컨설턴트·국제공인재무설계사]자산 상속 과정을 통해 가족 구성원들이 유대감을 유지하고 소속감을 강화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다양한 팁과 전략은 무엇일까. 다양한 활용 방안을 실제 가문들의 사례를 통해 알아보도록 하자.

지난 10월 세계 최대 규모의 패밀리오피스협회인 FOX(Family Office Exchange)가 미국 시카고에서 개최한 창립 30주년 기념 콘퍼런스에 필자가 직접 참가해 여러 세계 유수 가문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한 바 있다.

미국, 유럽 등지의 역사 깊은 유명 가문들이 FOX의 다양한 네트워킹 이벤트에 참가해 서로의 모범 사례를 나누고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등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데, 한국 최초의 프라이빗 멀티 패밀리 오피스(Multi-Family Office)인 웰씨앤와이즈는 지난 2년 동안 FOX의 회원으로서 활약하며 각종 이벤트 참석과 FOX와의 정보 공유를 통해 패밀리 오피스 관련 고급 정보를 습득하고 국내 가문에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해 오고 있다.

‘자산의 규모는 문제의 규모와 비례한다’라는 말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가? 주변 혹은 미디어를 통해 상속 분쟁이나 자산 관련 문제에 연루돼 참담한 결과를 직면하는 수많은 가문의 사례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상대적으로 자산의 역사가 짧은 한국에서는 이에 대한 궁극적인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시행착오를 겪고 있지만, 미국이나 유럽 등지에서는 수백 년간의 경험으로 형성한 ‘패밀리 오피스’라는 시스템을 통해 이러한 분쟁의 씨앗을 애초부터 제거하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

패밀리 오피스는 이러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자산 관련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넘어 자산의 힘으로 더 큰 가치를 형성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그리고 이를 위한 기반으로 가족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무엇보다 강조한다. 결과적으로 가문이 어떠한 목표 혹은 가치를 가지고 있든(그것이 자산가 가문들이 고질적으로 앓아 온 ‘자산의 저주’를 극복하는 방안 마련이든) 이에 대한 성공 여부는 가족 구성원 간 커뮤니케이션을 얼마큼 효율적으로 활성화하는지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패밀리 오피스 설립 기획 단계부터 가족 구성원 간, 그리고 패밀리 오피스를 구성하게 될 직원들 간 커뮤니케이션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함께 수반된다. 충분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개인들은 자신만의 스토리에만 초점을 맞추어 사고하고 행동하게 되므로 이후 통합적인 자산 운용에 있어서 불화의 씨앗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FOX 콘퍼런스에 참석한 수많은 가문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가문 내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가장 많은 가문들이 실천하고 있는 방안은 바로 연례 가문 모임이었다. 가문 모임을 통해 가문 구성원들은 가문의 목표와 비전에 대해 다시 한 번 논의하고, 현재 가문의 위치가 어디인지, 그리고 어떤 목표를 향해 가고 있는지 등의 핵심 주제를 포함한 다양한 사안에 대한 논의를 허심탄회하게 나누며 가문 구성원들이 지속적으로 단일 목표를 가지고 다양한 문제에 접근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가족 여행의 경우 단순 가족 모임보다 더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 서로에게 보다 마음을 열 수 있는 환경에서 서로에 대한 이야기와 가문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 지금까지 겪어 온 성공과 실패 사례를 되짚으며 의사소통의 영향력과 효과를 강화하고 있었다. 또한 가문 구성원의 수가 방대한 오래된 가문들의 경우 가문 웹사이트를 개설해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하고 있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으며, 일부 가문은 젊은 후세대들을 효과적으로 커뮤니케이션 과정에 참여시키기 위한 수단으로써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하고 있었다.

이 밖에 대다수의 가문들이 채택하고 있는 수단은 바로 가문 헌법(Family Constitution)과 가문 거버넌스(Family Governance)였다. 가문 헌법은 설립자가 어떤 의도로 패밀리 오피스를 설립했으며, 이를 통해 어떤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지침서다.

가문 구성원들은 이를 통해 가문의 미래를 그리고 구체화하며, 가문을 위한 새로운 목표를 창출할 수 있게 된다. 체계화된 프로세스를 통해 정립한 목표를 이루게 되며, 이와 같은 과정에 모두가 같은 시각을 가지고 임할 수 있는 나침반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가문 헌법과 가문 거버넌스는 현 세대와 미래 세대의 가문 구성원들이 통일된 시각으로 가문을 위한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장려하기 위한 최적의 수단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가문의 현재와 미래를 위한 커뮤니케이션은

◆가문 경영에 미래 세대 참여시키는 방법

올해 FOX 콘퍼런스에서는 미래 세대를 가문 경영에 효과적으로 참여시킬 수 있는 방안의 일환으로 미래 세대가 따를 수 있는 명확한 기반을 만드는 것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콘퍼런스에 참여했던 참가자 중 상당수가 가문의 6·7세대였으며, 어린 시절부터 해당 주제에 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각자의 인사이트를 지니고 있었다. 그들은 가문의 자산으로 인해 자신들이 짊어져야 하는 책임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높았으며, 자산 자체만으로는 가문을 하나로 묶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이 같은 교육을 체계적으로 받아 온 후세대들은 젊은 나이에서부터 다음 세대를 위해 가문 커뮤니케이션 강화를 위한 각종 프로그램을 설계한다.

그들이 주도가 돼 유동적인 가문의 거버넌스와 재무 환경, 그리고 가문의 목표에 대한 주기적인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었고, 패밀리 오피스 전문가들로부터 지속적으로 노하우를 전수받기 위한 장기적인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는 것은 물론, 세대가 변함에 따라 외부 전문가들과 보다 개방적이고 효율적인 업무 협조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패밀리 오피스 재편을 시도하는 경우도 있었다.

또한 가문이 운영하는 기업에서 인턴십 기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미래 세대의 가문 활동에 대한 참여율을 높이거나,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사람들끼리 ‘기업가 클럽’ 등의 모임을 구성해 서로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자금을 지원하는 등의 활동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었다.

가문 구성원 간 커뮤니케이션만큼 중요한 것은 바로 가문과 패밀리 오피스(싱글 패밀리 오피스, 멀티 패밀리오피스를 막론하고)와의 관계에 대한 문제였다. 패밀리 오피스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패밀리 오피스를 운영하는 가족 구성원 외 직원들에게 지속적으로 동기부여를 하는 것 또한 여러 가문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고민 중 하나였다. 그들에게 패밀리 오피스란 결국 가문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그리고 가문의 미래에 있어 중요한 목표와 아이디어를 함께 전략화하는 가장 중요한 파트너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가문들이 패밀리 오피스 직원들에게 지속적으로 교육을 제공하고 새로운 기술이나 트렌드를 습득하도록 하기 위해 투자하고 있었다. 가문들은 이러한 활동을 이어가는 데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들지만, 결과로서의 성과는 보통 그 이상이라고 전했다.

이와 같은 선순환이 가능하기 위해선 가문이 내부적으로 가지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나 이해관계에 상관없이 현명하고 공정한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전문적인 패밀리 오피스 전문가를 고용하는 것이 우선 돼야 함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패밀리 오피스 설립자나 운영자는 가족 구성원의 조화와 화목을 위한, 그리고 가문의 유산을 지키기 위한 전반적인 동기부여나 인센티브에 대한 내용을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대부분의 가문들은 신뢰를 유지하고 자산 운용에 대한 효과적인 관리를 위해 신탁이라는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대부분의 가문들은 신탁을 이용해 공정한 방법으로 가문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가문 구성원에게 성과를 부여하며, 반대로 가문의 가치와 명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구성원에게는 가문이 제공하는 혜택에 제한을 주어 일종의 페널티를 적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페널티와 같은 조치는 남용할 경우 역효과를 낼 가능성이 있으며, 미래 세대의 상황과 사회적 변화에 발맞추어 융통성 있게 사용될 때에만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현 세대가 이전 세대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거나 동의하지 않은 상태였다면 더욱 다양한 상황에 대한 유연한 적용이 필요하다.

신탁 제도를 통해 가문이 전달받을 수 있는 메시지는 반드시 원칙이 기반이 된 것이어야 하며, 시대를 초월한 가치를 다루어야 하고, 세대를 막론하고 적용될 수 있는 광범위한 것이어야 한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75호(2019년 12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