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출시된 4대의 자동차
[한경 머니 = 이승률 프리랜서 | 사진 최민석] 가을이 되면 홀연히 떠나고 싶어진다. 기왕이면 새로 출시된 자동차를 타고서.
메르세데스-벤츠 GLE_지금에야 롤스로이스와 벤틀리에서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만들지만, 20년 전만 해도 SUV와 럭셔리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었다. 정갈한 매무새는 SUV의 복장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 경계선을 처음 허문 것이 1997년 메르세데스-벤츠가 선보인 GLE였다(당시 M클래스). SUV도 슈트와 어울릴 수 있다는 걸 ‘온몸’으로 보여줬다. 20여 년이 흘러 네 번째 GLE가 출시됐다. 전보다 동글동글해졌고, 몸집을 더욱 불렸다. 차 안에 들어서면 체험해야 할 첨단 장치가 빼곡하다. 2개의 12.3인치 디스플레이를 연결한 디지털 코크핏부터가 미래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64색상을 지원하는 앰비언트 라이트를 통해 운전자의 취향이나 기분에 따라 실내조명을 선택할 수도 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한 수 더 뜬다. 음성을 인식한다. “안녕 벤츠?”라는 명령어로 활성화시킨 후 차량 내 온도 및 조명 조절, 라디오 및 음악 재생, 전화 걸기 및 받기, 문자 전송 등의 기능들을 작동시킬 수 있다. 이외에도 온라인으로 날씨 등의 정보를 검색해 운전자에게 알려주는 기술도 포함돼 있다.
볼보 S60_최근 몇 년간 볼보가 공개한 모델들은 모두 큰 인기를 끌었다. 준수한 달리기 성능과 뛰어난 안전성, 무엇보다 잘생긴 외모의 삼박자가 딱딱 맞아 떨어진 결과였다. S60은 볼보에서 새롭게 선보인 콤팩트 중형 세단이다. BMW 3시리즈,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 등과 경쟁하지만, 한 체급 더 커 보인다. 전장은 넓고 전고는 낮게 디자인한 덕분이다. 외모는 볼보의 플래그십 세단인 S90과 꼭 닮았다. 탄탄한 볼륨감과 역동적인 실루엣이 매력적이다. 외형의 멋은 실내로도 이어진다. 무엇보다 차급에 비해 고급 소재를 사용한 인테리어가 눈에 띈다. 대시보드와 도어 센터 콘솔에는 나뭇결이 생생한 천연 소재를 두르고, 시트엔 나파 가죽을 씌웠다. 호화로운 편의사양 역시 차별점이다. 일례로 마사지 기능이 포함된 냉·난방 시트와 하이엔드 오디오 브랜드인 ‘바워스앤윌킨스(B&W)’ 스피커 등은 경쟁 모델에서는 옵션으로도 선택할 수 없는 항목들이다. 이 정도면 경쟁 모델보다 비싸야 하는데, 오히려 확연히 낮다. 5년 10만km 소모품 교환 등 품질보증도 든든하다.
아우디 A5 스포트백_아우디 라인업에서 A5는 전방위적 멋쟁이다. TT는 다소 젊고, A7은 좀 더 중후하다. A5는 그 사이에서 보다 넓은 연령대의 심적 일탈을 충족시킨다. 섹시한 디자인 속엔 적당한 자극이 묻어 있다. 압권은 쿠페처럼 딱 떨어지는 뒤태다. 그러면서도 일반 세단에 비해 크게 손해 보지 않은 실내공간과 짐칸을 마련했다. 누구나 만족할 만한 주행 성능은 아우디만의 매력이다. A5는 4기통 2.0ℓ 가솔린 터보(TFSI) 엔진을 탑재하고 최고 출력 252마력과 최대 토크 37.7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최고 시속은 210km, 제로백은 6초에 끊는다. 속도나 노면 상태에 따라 댐퍼의 강약이 섬세하게 조절되는 것은 물론, 아우디가 자랑하는 풀타임 사륜구동 시스템, ‘콰트로’도 제공된다. 긴급제동이 가능한 프리센스 시티나 애플리케이션으로 차량을 원격 제어하는 기능, 차량과 운전자, 네트워크 간 연결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우디 커넥트 등 요즘 유행하는 최신 편의 장치들도 대부분 갖췄다. 여러 ‘사건과 사고’들로 인해 출시 후 한참 뒤에야 한국 땅을 밟았지만, 어째든 반갑다.
푸조 508SW_국내 왜건 시장은 수십 년째 무덤 또는 지옥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다. 내로라하는 브랜드들이 왜건 대중화의 큰 포부를 안고 들어왔다가 백이면 백 다 나자빠지기 일쑤였다. 하지만 푸조만은 달랐다. (저조한 판매량에도) 쉬지 않고 왜건 모델을 선보였다. 얼마 전 볼보가 차체를 한껏 들어 올린 변형(?) 왜건을 출시한 것과 달리 푸조는 또 한 번, 정통 왜건으로 승부수를 띄운다. 이번에는 플래그십 모델인 508을 이용한 왜건이다. 그래서인지 508만큼 끝내주게 잘생겼다. 특히 왜건답지 않은 미끈한 몸매가 매력이다. 완만하게 떨어지는 천장과 기울어진 뒷면이 쿠페 같은 실루엣을 자아낸다. 달리기도 발군이다. 카랑카랑하게 엔진을 돌리며 시원하게 가속한다. 반면 트렁크는 왜건답게 광활하다. 기본 530ℓ, 2열 시트를 접으면 최대 1780ℓ까지 적재공간을 제공한다. 성인 남성 3명이 눕기에도 충분한 공간이다. 어댑티드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 중앙 유지 기능 등 풍성한 편의사양도 자랑거리. 너도나도 다 타는 SUV가 지겨워진 사람들에게 훌륭한 대안이 될 만하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74호(2019년 1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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