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패션 브랜드 ‘낫아워스’, 땡큐캡 프로젝트 ‘민간잉’
[한경 머니=정채희 기자 I 사진 서범세·이승재 기자] 착한소비는 곧 착한 생산자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해 가치를 파는 사람들의 이야기.
10번의 펀딩, 2억대 후원
비건 패션 브랜드 ‘낫아워스’, "우리의 것이 아닌 미래 세대의 자원을 위해"
지난 2017년 첫 펀딩 이후 10번 이상 텀블벅에서 펀딩을 진행한 낫아워스는 기성 패션 브랜드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비건 패션 브랜드’다. 동물 착취 없이 지속 가능한 삶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했으며, 지금까지 10번의 펀딩이 진행되는 동안 총 1000명이 넘는 후원자들이 2억 원 이상 후원했다.
-팀 ‘낫아워스’를 소개해주세요.
신하나 낫아워스 공동대표(이하 신 대표) “낫아워스는 디자이너(박진영 대표)와 마케터(신하나 대표) 듀오가 운영하는 비건 패션 브랜드예요. 비건 소재를 사용하는 디자이너 브랜드를 지향합니다. 동물성 소재가 고급스러워 고가의 옷에 사용된다는 기존의 편견을 깨고, 비동물성 소재를 사용하면서도 디자인적으로 세련되고 퀄리티 높은 하이엔드 패션 아이템을 선보이는 것을 목표로 하죠. 낫아워스(Not Ours)라는 이름에는 ‘우리의 것이 아닌 것들’이라는 의미가 담겼는데, ‘우리의 가죽이 아닌 동물의 가죽’, ‘우리의 털이 아닌 동물의 털’ 같은 의미뿐 아니라 ‘우리의 것이 아닌 미래 세대의 자원’에 대한 고민도 함께 담겨 있어요.”
-첫 프로젝트는 어떻게 탄생했나요.
박진영 낫아워스 공동대표(이하 박 대표) “처음 저희 두 사람은 패션 회사에서 동료로 만났는데, 당시에는 비건 패션에 서로 큰 관심이 없었어요. 전 10년 전부터 비거니즘을 실천했지만, 먹는 것만 비건식을 유지했지 매일 사용하는 화장품이나 의류 같은 제품은 생각해본 적이 없었어요. 모피가 비윤리적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가죽 신발이나 울 스웨터의 동물 착취에는 큰 문제의식이 없었죠. 옷이나 신발, 가방 같은 제품은 시중에 좋은 제품이 많지 않아서 비거니즘을 실천하기도 어렵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비거니즘에 뒤늦게 눈을 뜬 마케터는 오히려 반대로 생각했어요. 식생활을 한 번에 바꾸는 것보다는 화장품이나 의류 같은 제품을 바꿔 가는 것이 더 쉽다고 생각한 거예요. 그때 신선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제 시작하는 사람도 저렇게 쉽게 끊는데, 왜 놓지 않고 살아 왔을까. 하면 되는 건데.’ 그런데 막상 옷과 신발을 소비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니, 입을 만한 게 없었더라고요. 우리가 입을 옷을 만들어보자. 그게 ‘낫아워스’의 시작이었죠.”
-프로젝트에 대한 소비자 반응은 어땠나요.
신 대표 “지난해 11월 낫아워스의 첫째 프로젝트인 ‘페이크 퍼 하프 코트’를 열었고, 텀블벅에서만 7개 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모두 성공했지만, 그중 ‘리얼 페이크 레더 시리즈 두 번째: 프로퍼 지갑’은 목표액의 295%를 초과 달성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어요. 대개 비건 패션 하면 저렴한 제품들로 퀄리티가 다소 떨어지는데, 낫아워스는 인조피혁 중 좋은 재료를 찾아 오래 쓸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을 브랜드 가치철학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 만족도가 높아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고정 구매층도 생겼는데, 주 고객은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 여성 고객들이 많아요.”
-이렇게 많은 관심을 받을 줄 알았나요.
박 대표 “시대가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그전에는 비건 패션이라고 하면 ‘비건’부터 설명을 해야 했거든요. 어디서부터 이해시켜야 할지 그것부터 난관이었는데, 지금은 가치소비를 중시하는 분들이 늘면서 ‘비건 vs 넌비건’ 2개의 선택지가 있다면 비건을 택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신 대표 “사실 낫아워스의 소비자만 봐도, 비건이 아닌 사람들이 많이 있거든요. 비건이라고 하면 그 단어에 갇혀서 비거니즘을 실천하는 사람들만 사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폭넓게 생각하면 사실 누구나 먹을 수 있고, 누구나 쓸 수 있는 게 바로 비건의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왼쪽부터) 박진영 낫아워스 공동대표와 신하나 공동대표.
-사람들은 왜 ‘착한소비’에 열광할까요.
박 대표 “요즘 모든 게 넘쳐나잖아요. 옷도, 물건도. 프랜차이즈 상점만 가면 값싼 제품들이 많으니 패스트 패션처럼 소비가 더욱 빨라지고요. 그런데 오히려 그런 획일적이고 품질이 다소 떨어지는 제품들 사이에서 소비자들이 질려 버린 게 아닌가 싶어요. 옷도, 가구도 모두 획일화되자 나만의 가치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된 거죠. 환경문제도 점점 심각해지는데 소비를 안 할 순 없으니 지속 가능한 소비가 무엇인가를 찾게 되는 것 같아요.”
-그간 생산자는 가치를 이야기하지 않는 시대였어요. 낫아워스는 왜 ‘가치’를 팔고 있을까요.
신 대표 “꼭 제품에 가치를 부여해야 한다는 강박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에요. 처음에 ‘내가 입을 만한 옷’이 없어서 시작하게 됐듯이 가치를 담았다기보다는 생활을 위해 만든 개념이 크지요. 저희의 신념이 생산에도 투영된 것이라고 봐요. 기부 역시 우리가 번 것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굳이 비건 패션 브랜드를 하지 않았더라도, 다른 종류의 업을 선택했더라도 수익의 일부를 기부하는 일은 어려운 일이 아니니,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을 거예요.”
-낫아워스의 향후 목표가 궁금해요.
신 대표 “낫아워스는 모피, 가죽, 울, 실크 등 동물성이 전혀 포함되지 않은 비건 소재로 제품을 만드는 것뿐 아니라 하나의 제품이 세상에 나오고 폐기되기까지의 과정에 연결된 모든 것들에 최대한 관심을 갖고 고민하면서 다양한 제품을 만들고자 해요. 패션 브랜드로 살아남는 것이 정말 어려운 시절이지만, 비건 패션 브랜드라는 확실한 정체성으로 질 좋은 제품과 오래도록 입을 수 있는 디자인으로 승부를 건다면 승산이 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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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의 펀딩, 초과 목표액 1196% 달성
땡큐캡 프로젝트 ‘민간잉’, 무심코 스쳐지나갔을 국가유공자에게 ‘땡큐 캡!’
여상헌, 박진우, 이유창, 김강민 등 소꿉친구 4인방은 ‘민간잉’이란 팀을 이뤄 국가유공자 인식 개선을 위해 국가유공자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2018년 6월부터 1년간 많은 공부와 여러 실험적인 활동을 통해 지난 9월 첫째 프로젝트인 모자 기부 ‘땡큐캡’을 시작했다. 결과는 대성공. 408명으로부터 지지받으며, 목표액(100만 원)의 1196%를 초과한 1196만7000원을 달성하는 쾌거를 이뤘다. 여상헌 리더를 만나 팀 민간잉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팀 ‘민간잉’을 소개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저희는 동네 친구들끼리 의미 있고 재미있는 일을 해보고자 모인 여상헌, 박진우, 이유창, 김강민이라고 합니다. 군 생활을 하면서 느낀 일이 ‘민간잉’ 프로젝트를 만든 계기가 됐는데요. 2018년 6월, TV에서 국가유공자들의 처우에 대해 방송하는 것을 보게 됐습니다. 국가를 위한 희생과 헌신에 비해 부족한 처우, 사람들에게 잊히고 감사를 받지 못하는 일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면 앞으로도 ‘열심히 해봤자 다치면 나만 손해’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습니다. 저조차 국가유공자들에게 감사함을 전해본 적이 없어서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죠. 국가유공자들에게 감사를 전하는 문화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군 제대 후 친구들과 의기투합해 ‘민간인이 돼 가는 과정’이라는 뜻의 민간잉(Minganing)을 만들고,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됐어요.”
-첫 프로젝트는 어떻게 탄생했나요.
“본격적으로 프로젝트를 기획한 것은 올해 4월쯤이었습니다. 서울 성동구보훈회관을 찾아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설명하고, 국가유공자들에게 직접 조언도 들으면서 프로젝트를 수정 보완했습니다. 공통적으로 하시는 말씀은 일반 시민과 소통할 기회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단순히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모두가 감사함을 나눌 수 있는 프로젝트를 목표로 ‘땡큐캡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됐습니다.”
-상품으로 ‘모자’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자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90% 이상의 사람들이 국가유공자에게 감사함을 가지고 있다고 답변했지만, 또 90% 이상의 사람들이 감사함을 표현해본 적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막상 감사함을 표현하려고 보니 거리감이 느껴지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는 답변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쓰는 것’만으로도 국가유공자임을 알아볼 수 있는, ‘쓰는 것’만으로 감사를 전할 수 있는 상품을 택하게 됐습니다. 바로 모자입니다. 국가유공자들이 쓴 기존의 모자나 조끼를 보면 ‘그런 모자와 조끼가 있는지 몰랐다’, ‘극단적 정치 성향을 지닌 사람들 같다’, ‘억척스럽다’라는 부정적인 답변이 많았어요. 예쁘고 자랑스럽게 쓰고 다닐 수 있는 모자를 만드는 데 주안점을 뒀습니다.”
-프로젝트 성공, 소비자 반응은 어땠나요.
“한 달간의 프로젝트 기간 동안 목표액 100%를 어떻게 달성해야 할지 고민했어요. 그런데 막상 프로젝트를 열고 나니 10시간 만에 100%를 달성하게 됐고, 1196%라는 성과를 거두게 됐습니다. 호평도 있었지만, 보완해야 할 부분을 지적해준 분들도 있었어요. 모든 것들이 무관심이 아닌 관심이었고, 감사함을 전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 자체를 너무나 즐거워하셨어요. 본인이 곧 군대에 가게 되는데 그전에 모자를 꼭 받고 싶다던 분, 할아버님께서 한국전쟁 참전유공자인데 납골당에 모자를 넣어드리고 싶다고 한 분, 개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모자 인증샷을 올리며 그동안 잊고 살아서 죄송하다고 올리신 분들이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사람들은 왜 ‘착한소비’에 열광할까요.
“한국 사회는 어려서부터 나눔과 감사, 함께 사는 세상에 대해 글로 많이 배우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걸 어떻게 실천할 수 있는지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고, 또 워낙 치열한 삶을 살다 보니 나눔의 길을 쉽게 접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심지어는 스펙을 쌓기 위해 쉬운 봉사를 찾는 일들도 종종 생기니까요. 그러다 보니 착한소비를 할 수 있는 기회에 갈증을 느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치열한 삶 속에서 기쁨을 함께 나누는 소소한 행복, 그동안 전하지 못한 감사함을 전하면서 본인 역시 위로를 얻게 됩니다. 사회를 아름답게 만들고 싶은 본능이 아닐까 싶어요.”
(왼쪽부터) 박진우, 여상헌, 이철옥 국가유공자(한국전쟁 학도병), 이유창.
-또 다른 프로젝트를 기획 중인가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감사함을 갖고 있지만 그것을 어떻게 표현할지 모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또 감사함을 표현할 기회 자체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더 많은 국가유공자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기회를 나누기 위해 차기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팀 ‘민간잉’의 향후 목표가 궁금해요.
“대한민국 모든 국가유공자들이 ‘감사합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라는 말 한 마디를 적어도 들을 수 있게 하고 싶어요. 또한 전·현직 군인, 경찰, 소방관의 헌신에 마땅히 감사함을 갖고 이를 표현할 수 있는 성숙한 문화를 만드는 것, 그들의 희생이 평범한 우리들에 의해 기억되고, 존경받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물론 문화를 만든다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니까요. 열심히 노력하다 보면 미약하나마 발판을 다질 수 있지 않을까요.”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74호(2019년 1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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