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정채희 기자 | 사진 서범세 기자] 무시하는 말투, 신경질적인 말투, 징징거리는 말투, 직설적인 말투, 격 떨어지는 말투….

말 한마디로 오해와 갈등을 빚어본 적이 있는가. 문제는 말이 아니라 말투다. 말투 하나만 바꿔도 만사가 형통이다. 말투 교정을 위해 대국민 컨설턴트에 나선 베스트셀러의 저자 2인(김범준, 박혜수)을 만나 말투 상담을 진행했다. 이제 당신의 말투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말투 컨설턴트② 박혜수 "말투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말투 컨설턴트②
<말투 디자인> 저자 박혜수


Q. 기획팀을 이끄는 B(45, 여)입니다. 최근 신입직원들과 함께 대화하다 보면 내가 흔히 말하는 그 ‘꼰대’인가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더군요. ‘할 말은 해야 한다’는데 제가 보기엔 말투조차 무례하고 도발적이기 이를 데 없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제가 ‘권위적인 꼰대’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들을 이해하며 대화할 수 있을까요.
말투 컨설턴트② 박혜수 "말투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A. 사람과의 소통에서는 말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말투도 중요합니다. 말은 말투를 포함해 몸짓, 표정 등 비언어적인 요소가 결합돼 의미를 전달합니다. 우리는 흔히 ‘그렇게 말은 안 했지만, 그런 말투였다’라는 표현으로 말다툼을 시작하곤 합니다. 직접적으로 말하기 부담스러워 둘러댄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상대방의 표정과 행동을 통해 본래의 뜻을 짐작하기 때문이지요. 말투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알버트 메라비언 캘리포니아 UCLA대 심리학과 교수는 대화하는 사람들을 관찰해 비언어적인 요소가 대화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를 했습니다. 그의 저서 <침묵의 메시지>에 따르면 상대방에게 메시지를 전달할 때 우리가 일반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말’은 고작 7%밖에 차지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나머지 93%는 비언어적 요소가 차지하는 비율이었습니다. 목소리가 38%, 표정은 35%, 태도가 20%입니다. 언어와 비언어적인 요소를 두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언어적인 요소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진실이라고 여깁니다.

말은 표정이나 제스처(몸동작)로 감정을 숨길 수 있지만 말투는 그 자체에서 감정이 풍깁니다. 따라서 우리는 상대방의 말투에 초점을 두고 대화를 이어가야 합니다. 내용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 말투를 통해 상대의 감정까지 파악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소통이기 때문입니다. 표면적인 말만 듣고 대화를 이어간다면 상대방과의 불통만 일으킬 수 있습니다. ‘저 사람이 왜 이런 말투를 사용했을까’에 대한 의문을 품어야 진정한 대화를 할 수 있는 것이지요.

말투의 중요성은 관계를 맺는 모든 사람들에게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습니다. 특히 우리 사회에서 ‘꼰대(권위적인 사고를 가진 어른을 비하하는 은어)’라고 불릴 수 있는 중장년층들에게 말투 개선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회사나 가정에서의 사회적 위치가 누군가를 가르쳐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말실수를 조금만 하더라도 갈등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

사실 세대 간에 차이는 언제, 어디에서나 있어 왔습니다. 살아온 환경과 경험을 바탕으로 관점이 확연하게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저는 기성세대와 1990년생들의 장점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면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몇 가지 말하는 방식만 바꾼다면 말입니다.

명령어 대신 존중어로 관계 회복을

우리 사회는 뿌리 깊은 상명하복 문화가 존재합니다. 회식자리에서 신입사원이 직급 순대로 수저를 놓고, 선배가 후배에게 존댓말을 해서 윗사람의 지적을 받는 모습들도 비일비재합니다. 시대가 바뀌었다고 하지만 부하직원을 수직적인 관계로 대하는 상사는 여전히 많이 존재합니다. 경영진이 직원들에게 일방통행 방식으로 소통을 한다면, 이 기업은 망하는 기업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먼저 기성세대의 지시하는 말투를 생각해봅시다. 대개 명령조이거나 단조롭기 이를 데 없습니다. 진정한 지도자라면 부하직원과 주변 사람들에게 무시하는 말을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항상 자신과 대등한 입장에서 상대방을 수용하려는 자세가 필요하지요.

부하직원을 부를 때 “야!”가 아닌 “OO씨”로 부르고, “OO해라”가 아닌 “OO 좀 부탁해요”라고 존중하는 말을 사용해야 합니다. 사람은 지위가 높을수록 주로 명령어를 쓰게 됩니다. 이는 요청이 아니라 명백한 명령어이므로 상하관계를 확실히 구분 짓는 말입니다. 이런 말을 들으면 직원들은 상관의 명령을 거절하거나 불만이 생겨도 반감을 드러내기가 어려워집니다.

또한 명령하는 말로 직원들은 은연중에 자신의 아랫사람이라고 여기게 만들기 쉽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직원들은 자칫 잘못 말했다간 자신의 위치까지 잃을까 두려워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게 됩니다.

자신의 권위를 이용해 상대를 심리적으로 눌러 버리는 사람들은 진정한 리더라고 볼 수 없습니다. 누구든 자신보다 ‘잘났다’, ‘못났다’를 나눌 수 있는 자격을 가진 사람은 없습니다. 상대를 대하는 행위에서 자신의 인격이 드러나는 것입니다.

부하직원이나 동료들이 서투른 아이디어를 제시했다고 해서 바로 틀렸다고 지적하기보다는 그렇게 생각한 이유를 물어보는 것이 우선입니다.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상대의 아이디어에 관심이 있고, 또 그 의견 자체를 존중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습니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어요”, “그렇게 생각한 이유가 뭔가요”라며 관심을 표하고, 의견을 충분히 들어본 뒤에 말을 해도 늦지 않습니다. 경청의 과정을 충분히 거친 다음에 그 의견에 뭔가 부족한 점이 있다고 느낀다면 “고민 많이 하셨네요. 그런데 이런 면에서 문제가 발생할 거 같은데, 이런 건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라고 물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질문을 통해 상대에게 도전적인 방향을 제시하고 구체적인 행동으로 옮길 수 있도록 돕는 것이야말로 상대를 진정 위하는 길입니다. 경청과 포용만 잘하더라도 리더의 자질을 충분히 갖추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의도치 않게 의견 충돌이 일어날 때도 있습니다. 이럴 때 사람들은 제각각 반응을 보이지만 가장 흔한 것은 화를 내는 것입니다. 때로는 변명을 하거나 무시하거나 똑같이 되갚아주기도 합니다.

갈등 관계를 겪게 된 상황에서 상대방과 자신의 공통된 목표가 무엇이었는지 상기시켜주면 다시 협업하고 싶은 마음이 되살아날 수 있습니다. 공통 목표가 없다고 느껴져도 큰 범주 내에서 함께 이루고자 하는 교집합이 분명 하나쯤은 있기 마련이니까요.
말투 컨설턴트② 박혜수 "말투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비즈니스 상황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회의 과정에서 서로 의견 충돌이 발생하면 “우리는 서로 다른 입장이네요. 하지만 우리 부서가 모두 바라고 있는 것은 실적을 올리는 일입니다”라고 말하면 뜨겁게 달궈진 분위기를 한결 부드럽게 만들 수 있습니다.

서로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서로를 비난하거나 책망하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시간만 낭비할 뿐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해결책에 보다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공통의 목표를 언급함으로써 상대와 쓸데없는 갈등을 해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물론 신입직원들도 말투를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직장상사가 어떤 업무를 주면서 “이 자료를 6시까지 끝내놓도록 하게”라고 말했다고 가정해봅시다.

그 시간 안에 끝마칠 수 없다고 판단되면 어떤 말로 거절할까요. 아마 “6시까지는 무리예요”라고 말하는 이들이 태반일 것입니다. 그러나 안 되는 것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할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춰 대답한다면 어떤 대답이 나왔을까요.

“자료가 너무 방대하네요. 이건 내일 점심시간 전까지는 끝낼 수 있겠는데, 그래도 괜찮으신가요?” 이 대답에는 거절하는 단어를 하나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동시에 자신의 견해까지 밝혔습니다. ‘안 되는 것’에 초점을 맞춘 대답은 상사가 원하는 대답이 아닙니다. 직장상사의 목적은 주어진 일을 시간 안에 해내는 것에 있습니다. “이건 못해요”라는 말을 듣자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초점을 맞춘 대답에는 책임감, 신뢰감, 유능함이 모두 포함돼 있습니다. 자신이 그 일을 책임지고 한다면 언제까지 해결할 수 있다는 말투에서 신뢰감이 생깁니다. 그리고 결국 해낼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열어 두기 때문에 유능함이 느껴지는 것입니다.

가능성을 여는 말투를 구사하라

그렇다면 누군가의 말을 기분 좋게 거절할 수 있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우리는 간단한 문장만 바꿔도 부정적인 의미를 기분 좋게 표현할 수가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방법이 ‘어쩔 수 없다’를 ‘OO하길 바란다’로 바꿔 말하는 것입니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아빠! 이번 주말에는 꼭 놀아줘.”
“아빠가 주말에도 일이 있어서 놀아줄 수가 없어.”

이때 아들은 아빠가 일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고 생각해 섭섭함을 느낄 것입니다. 만약 “아빠도 우리 아들이랑 함께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어”라고 바꿔 말한다면 어떨까요. 상황이 자신의 의도와 다르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다고 말해주고 싶을 때 이런 말투 기술을 사용하면 됩니다.

‘OO 때문에’를 ‘OO만 되면’으로 바꾸는 말투 기술도 있습니다.

“예약하려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나요?”
“지금 인터넷에 문제가 생겨 예약을 진행드릴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손님들은 직원이 문제 상황을 인터넷 책임으로 돌려 말한다고 느낍니다. 실제로 인터넷상의 문제가 맞지만 사람들은 ‘감정’에 예민하기 때문에 말투에 주의해야 합니다.

“인터넷 문제만 해결되면 바로 예약을 도와 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하면 손님들은 ‘예약’이라는 자신들의 목적을 이룰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가지고 기다리게 됩니다. 결국 타인의 감정을 결정짓는 모든 것은 말투의 차이입니다. 거절당한다는 기분이 들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거절할 수 있는 방법은 자신의 말투에 있습니다.

앞의 두 가지 말투도 결국은 ‘할 수 있는 것’을 찾는다는 전제가 붙습니다. 가능성을 여는 말투를 스스로 구사하려는 노력을 꾸준히 해봅시다. 그 말투들을 체화시키면 당신은 직장에서뿐만 아니라 생활에서도 엄청난 발전을 이루게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말투 기술을 전달하고 싶습니다. 말투는 내가 오랜 기간 쌓아온 경험들이 쌓인 말이기 때문에 말투를 고치려면 내 안의 부정적인 감정을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저는 보통 다음과 같은 방식을 적용합니다. 먼저 문제의 대화를 떠올리고 노트에 그 당시의 감정을 적는 것입니다. 둘째로, 그 감정이 왜 들었는지 추궁해야 합니다. 이어 당신의 말을 들었을 상대방의 마음을 역지사지로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어떤 말투를 쓸지 다짐해보는 과정을 통해 습관화된 말투를 고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박혜수 저자는…

화제의 신간 <말투 디자인>의 저자 박혜수는 대학에서 아동보육학과를 전공한 뒤 인간의 심리와 말투가 소통에 있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이들의 눈을 통해 깨달았다. 경상남도에서 말투 디자이너로 활약 중인 그는 <말투 디자인> 집필 후 활발한 강연으로 대중과의 만남을 계획하고 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5호(2019년 02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