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씨티의 이 같은 변화는 모회사인 씨티그룹의 지원과 함께 한국씨티의 발렌틴 발데라바노(Valentin Valderrabano) 개인금융본부장이 이끌고 있다. “파나마(Panama) 출신이지만 한국을 제2의 고향으로 여기고 있다. 아직 서툴지만 한국어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다”며 WM 조직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낸 발데라바노 본부장을 서울WM센터에서 직접 만나 주요 현안에 관한 생각을 들어봤다.
코카콜라사 엔지니어라는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습니다. 한국씨티를 선택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대학에서의 주 전공은 화학공학이었습니다. 졸업 이후 코카콜라사에서 엔지니어로 10년여 근무했는데, 커리어 전환을 위해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밟게 됐죠. MBA의 첫 인턴 과정을 씨티카드에서 경험했는데 당시 씨티그룹과 금융업에 대해 큰 매력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이후 대학원에서 금융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고 현재까지 씨티에서 15년 가까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사실 코카콜라사에서의 근무 경험은 여러 측면에서도 큰 도움이 됐습니다. 씨티그룹과 마찬가지로 코카콜라사 역시 소비자 중심의 경영을 하고 있죠. 기업 운영 측면에서 업무 프로세스를 매우 중요시한다는 것도 유사한 부분입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한국씨티 역시 마찬가지죠.”
개인금융 부문을 총괄하신 지 4년 차에 접어들었습니다. 그간의 성과를 말씀해주신다면.
“지난 4년간 소비자금융과 WM 비즈니스 모델의 획기적 변화를 추진해 왔습니다. 지점들을 통합하고 디지털 플랫폼을 재편해 영업점 방문 없이도 단순 거래가 모두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바꿨죠. 이런 변화의 핵심 동력은 디지털 역량 강화입니다. 한국씨티은행이 앱 스토어 고객 평가에서 금융 앱 1위를 차지한 것이 이를 증명해주고 있죠. 사실 개인 고객의 70%는 디지털 기반을 활용하고 있고, 52%는 스마트폰을 통한 모바일 뱅킹 이용자입니다. 해당 수치는 매일 증가하고 있고요. 이뿐만이 아닙니다. 디지털 채널을 통한 고객 유치 역시 증가세인데 지난해 12월에는 80%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WM 비즈니스 역시 ‘모델 포트폴리오’ 등을 통한 맞춤형 금융 솔루션 제공에 역량을 집중해 왔습니다. 대규모 투자를 통해 최첨단 WM센터를 오픈하고, WM 및 자문에 전문성을 갖춘 인력도 50% 이상 확충했죠. 더불어 고객 편의 증대를 위해 TWA(Total Wealth Advisor), RBS(Remote Banking Service), 디지털 WM 대시보드(Dashboard)와 같은 디지털 툴을 마련해 지점 밖에서도 투자 수익 확인은 물론 포트폴리오 진단이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글로벌 금융그룹 자회사로서 한국씨티만의 차별화된 전략, 서비스를 꼽는다면.
“WM 고객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지속적인 수익 창출입니다. 일관되고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최적의 방법은 체계적으로 분산된 모델 포트폴리오를 적용하는 것이죠. 한국씨티는 단순히 상품 판매에 그치는 게 아니라 이러한 모델 포트폴리오 접근법을 실제 영업 프로세스에 접목시켜 활용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한국씨티의 가장 큰 강점은 팀 기반의 자문 서비스가 아닐까 합니다. 개인고객전담역(RM)이 고객 관계 수립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저희는 한발 더 나아가 포트폴리오 카운셀러, 보험 전문가, 외환(FX) 전문가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의 지원을 통해 보다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죠. RM들의 전문성을 고도화하기 위해 와튼스쿨과의 연계 프로그램 등 다양한 연수 과정도 지원하고 있습니다. 최첨단 WM센터 역시 한국씨티만의 강점입니다. 반포·청담·서울·도곡·분당센터는 업계 최고 수준의 지식·정보 제공 및 고객 관계 기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최상의 서비스와 전문가 중심의 자문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자부합니다.”
한국씨티의 모델 포트폴리오의 성과가 궁금하네요.
“한국씨티는 고객 위험 성향에 따라 5가지의 모델 포트폴리오를 가이드로 하고 있는데, P3(위험중립형 성향)와 P4(적극투자형 성향) 모델 포트폴리오가 대표적입니다. 주가가 큰 폭으로 올랐던 2017년 모델 포트폴리오의 성과는 P3 +16.9%, P4 +20.3%로 주요 주가지수의 상승을 충분히 따라가는 성과를 보였죠. 하지만 주식과 채권이 모두 하락했던 지난 한 해 동안에는 모델 포트폴리오도 P3 -7.8%, P4 -9.8%로 다소 부진했지만 우수한 방어력을 보여줬죠. 같은 기간 한국 투자자들이 주로 투자하는 한국과 중국 시장의 하락률은 각각 –17.3%, -24.6%였죠. 지난 2년간의 성과를 보면, 모델포트폴리오 P3 연 3.8%, P4 연 4.1% 수익을 기록해 꾸준한 성과를 보이고 있음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물론 앞서 언급했듯 모델 포트폴리오가 주식과 채권으로 구성돼 있어 대부분의 자산이 하락하는 경우 모델 포트폴리오의 성과도 동반 하락할 수 있겠죠. 하지만 이런 시장 상황에서도 주기적으로 자산의 배분 현황을 점검하고 꾸준히 재조정 과정을 거친다면 장기적으로 투자에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씨티의 과감한 네트워크 전략이 WM 사업에 미치는 영향은 없었나요.
“한국씨티의 네크워크 전략은 단순히 지점 수를 줄이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고객 편의 증대를 위한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 즉, 트랜스포메이션(transforma-tion)이죠. 이를 통해 디지털 플랫폼을 전면적으로 개편했고, 필요한 과정 및 절차를 업그레이드했습니다. 결과적으로 VIP 고객군인 씨티골드/CPC(Citigold Private Clients)의 모바일 서비스 사용이 거의 50% 수준으로 뛰어올랐죠. 이런 변화는 고객들과의 상호작용에도 획기적 변화로 이어졌습니다. 예를 들어 모바일 앱을 통해 고객들이 한눈에 자산관리 현황을 파악하고 전담직원 연결 기능을 통해 편리하게 상담 및 예약을 할 수 있는 거죠. 고객 입장에서는 비대면 거래가 확대되면서 단순 거래를 위한 영업점 방문 건수가 급격히 줄었고, 이로 인해 RM들은 단순 업무보다는 고객들의 포트폴리오 성과를 모니터링하고 분석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투입할 수 있게 됐습니다. 보다 전문적이고 만족스러운 자산관리 서비스가 가능해진 거죠. 향후 영업점은 단순 거래를 수행하기보다는 고객들의 자산관리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한 안내자(ambassador) 역할을 수행하는 거점(knowledge center) 기능에 더욱 초점이 맞춰질 것입니다.”
글로벌 은행들이 유독 한국 금융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모든 시장은 각각의 특징적인 어려움을 안고 있으며, 시장참여자별로 이에 대한 반응도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시장의 변화를 예견하고 이에 맞춰 스스로를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죠. 특히 WM 비즈니스는 다양한 측면에서 평가가 가능하죠. 전체 자산 규모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RM들의 역량과 서비스의 퀄리티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고객들의 피드백 역시 중요한 평가지표죠. 한국씨티는 고객 응대와 서비스 제공에 혁신을 도입해 왔고, 디지털 툴과 RM을 활용해 상품과 서비스를 접할 수 있는 창구를 다변화했습니다. 단순히 금융거래를 수행하고 고객을 늘리는 데만 국한하지 않고, 고객의 편의성 보장 등 종합적인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금융 솔루션을 제공하는 데 집중하고 있는 거죠.”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올해 주식 및 채권시장 흐름을 짚어주신다면.
“지난해 4분기 동안 글로벌 주식이 13% 넘게 급락하는 등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습니다. 미·중 간 무역 분쟁 고조, 국제통화기금(IMF)의 글로벌 경제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 달러화 강세로 이어진 미 국채 금리 급등이 주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한 거죠. 올해 역시 무역 분쟁과 함께 이탈리아 정치적 불확실성, 그리고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협상 등과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들은 지속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다만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한국씨티는 글로벌 경제의 견고한 성장세를 예상하고 있습니다. 올해 글로벌 경제성장률은 3.0%, 인플레이션 전망치는 2.3%로 물가 상승 속도 역시 빠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죠. 미국의 경우 세제 감면에 따른 부양 효과가 점차 약화될 수 있지만, 재정정책이 이끄는 성장세는 여전히 지속 중입니다. 중국 역시 최근 성장률 둔화 전망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적극적 재정정책 및 완화적 통화정책이 향후 중국 경제 성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우호적 환경에 힘입어 주식과 채권시장도 플러스(+) 수익률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주식 중에서는 신흥국, 특히 아시아 주식에 조금 더 많은 기회가 있다고 판단하는데, 그 이유는 개인 소비자들의 자산 규모, 소득 및 소비 수준이 장기적으로 증가 추세에 있기 때문이죠.
결론적으로 씨티는 9년 강세장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판단 아래 주식에 대해서는 ‘비중 확대’, 채권은 ‘비중 축소’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상당수 금융사는 올해 약세장을 예상하는데, 다소 낙관적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을 것 같네요.
“현재 씨티그룹은 글로벌 주식 시장이 지난해 2월 ‘신용/주식 시계(Credit/Equity Clock)’ 모델의 총 4국면 중 세 번째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파악 중입니다. 10년 강세장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결론이 나온 배경이죠. 씨티의 글로벌 약세장 체크리스트(bear market checklist)를 통해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는데, 여전히 총 18개의 항목 중 3.5개만이 ‘매도’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매도 신호 개수가 가장 높았었던 지난해 9월을 보더라도, 총 18개 항목 중 4개 항목만이 매도 신호를 보냈었죠. 물론 현재 국면이 강세 사이클의 후반부라는 점에는 동의합니다. 일반적으로 변동성이 높아지는 시기이죠.”
고액자산가들을 위한 투자 조언이 있다면.
“올해 금융시장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높은 변동성을 보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따라서 하락장 방어와 함께 주식투자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주식과 채권에 대한 적절한 분산투자 전략이 중요합니다. 또한 전통적인 투자 자산뿐 아니라 대체투자펀드(Alterna-tive Mutual Fund, AMF)와 같이 대안투자 상품에도 관심을 둘 것을 권해 드립니다. 만약 주식시장이 부담스럽다면 해외 채권에 투자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한국씨티는 글로벌 우량 기업들이 발행하는 투자등급 채권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습니다. 변동성이 심한 시기인 만큼 자산 분산, 통화 분산에 중점을 두면서, 분할 매수를 활용한 시간 분산 전략이 바람직해 보이네요.”
한국씨티에서 임기 중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무엇인가요.
“한국씨티가 국내 고객들로부터 ‘신뢰할 수 있는 금융파트너’이자 글로벌 투자 솔루션과 리서치, 최첨단 WM 서비스는 물론 뱅킹 편의성 측면에서도 ‘최고의 은행’이라는 평가를 받고 싶네요. 특히 한국씨티의 WM 비즈니스는 성장 잠재력 측면에서 경쟁사에 결코 뒤처지지 않습니다. 최근 수년간 많은 투자를 했고 앞으로도 투자 규모를 늘려 갈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다른 곳에서는 찾기 어려운 차별화된 서비스로 WM 시장에서의 강자로 자리매김하겠습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5호(2019년 0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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