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찌민(베트남) = 공인호 기자] “신한금융그룹 계열사들이 줄줄이 둥지를 틀고 있습니다. 베트남 시장은 말 그대로 ‘핫’한 나라죠.” 베트남 시장의 현지 분위기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대한 신동민 신한베트남은행 법인장의 호기로운 답변이다. 실제 신한은행은 베트남을 동남아시아 시장의 전초기지로 낙점해 베트남판 ‘신한 웨이(way)’ 기반 다지기에 한창이다.
신한베트남은행, 외국계 1위…‘신한 웨이’ 본궤도
베트남의 행정수도 하노이와 경제수도인 호찌민을 중심으로 30개 네트워크 기반을 구축한 신한베트남은행. 이 가운데 호찌민시 1군에 위치한 신한베트남의 헤드오피스(본점)를 찾았다. 본점에는 전략기획부, 브랜드전략부, 기업영업추진부, 리테일사업부, 디지털뱅킹부, 카드기획부, WM사업부, 인사부 등에서 총 29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눈에 띄는 점은 이들 가운데 한국인 주재원은 20명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현지인들로 채워졌다는 점이다.

신동민 법인장은 베트남 내 30개 영업점과 직원 1600여 명의 직원을 총괄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여기에 베트남에 진출해 있는 신한금융 계열사들을 협업을 이끄는 컨트리헤드(country head)도 그의 역할이다. 컨트리헤드는 그룹 내 은행과 비은행 계열사의 시너지 창출을 위해 도입한 제도로, 베트남을 비롯해 홍콩, 인도네시아, 미얀마, 중국 등 전략적 요충지에 도입해 운영 중이다. 그만큼 그룹 해외 진출 전략인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에서 신한베트남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신한베트남은행, 외국계 1위…‘신한 웨이’ 본궤도
젊고 역동적인 베트남, 눈부신 성장세
현재 베트남에는 신한은행뿐 아니라 우리은행,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IBK기업은행, NH농협은행 등 국내 주요 은행들이 진출해 있다. 베트남이 국내외 금융사들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는 이유는 단연 눈부신 성장세다. 베트남은 1990년대 본격적인 개혁 개방 이후 연평균 6~7%의 성장세를 나타내며 중국(8~10%)과 함께 초고도 성장 국가로 분류돼 왔다. 특히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이 내수 중심의 질적 성장으로 전환하면서 성장률이 7%대로 소폭 둔화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베트남의 투자 매력은 더욱 두드러진다. 여기에
1억 인구의 평균 연령이 30대 안팎으로 ‘젊은’ 국가라는 점도 베트남 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뒷받침하는 요인이다.

다만 개혁 개방 과정에서 난립한 금융사들의 통폐합 추진 등 베트남 정부의 규제 강화 움직임이 추후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신 법인장은 “최근 베트남 정부의 규제 강화 움직임으로 아세안 주변국인 라오스, 캄보디아가 대체 국가로 급부상하고 있지만 사회 제도 및 인프라 측면에서 여전히 베트남을 선호하는 기업들이 많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지난 3월 말 기준 신한베트남의 총자산은 33억 달러, 신용카드 회원 24만 명, 총 고객 수 90만 명으로 HSBC은행을 제치고 베트남 내 외국계 은행 1위에 랭크돼 있다. 특히 지난해 말 인수한 ANZ은행은 신한베트남의 신용카드 점유율을 7위까지 끌어올려준 일등공신이다.

베트남 현지에서 선두권을 유지 중인 핀테크 업체들과의 사업 제휴도 활발하다. 신용카드 사업은 베트남 1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잘로(Zalo)’ 플랫폼을 통해 신규 회원을 유치하고 있으며, 1위 전자지갑 플랫폼인 ‘모모(Momo)’와는 신용대출 사업을 공동으로 진행 중이다. 또 베트남 2위 부동산 플랫폼 업체인 ‘무하반나닷’과는 모기지 상품 제휴를 맺고 있다.
이 같은 신한베트남의 성과에 힘입어 신한은행의 올 상반기 글로벌 순이익은 1637억 원으로 전년(1323억 원) 대비 25% 가까이 늘었다. 신한은행의 글로벌 순이익 비중은 신한베트남이 36%로 가장 크고 일본(18%), 중국(9%) 등이 뒤를 잇는다.

신한베트남은 내친김에 현지 네트워크를 지금의 최대 3배까지 늘린다는 복안이다. 베트남 내 45% 점유율을 갖고 있는 4대 국영은행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이들 은행 네트워크의 10~20%가량은 돼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신한베트남은행, 외국계 1위…‘신한 웨이’ 본궤도
PWM 고도화…베트남판 ‘원 신한’ 구축
신한베트남의 이 같은 행보는 해외 수익 창출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신한 웨이’의 성공 신화가 베트남 시장에서 다시 쓰일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실제 신한베트남의 사업구조에는 ‘원 펌(신한)’을 지향하는 신한금융그룹의 사업모델이 고스란히 녹아들고 있다. 특히 호주계 은행 ANZ 인수가 중대 분기점이 됐다.

신한베트남은 지난해까지 공무원, 교사 등 특정 직업군을 대상으로 한 신용대출 사업만 영위했지만 올해부터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한 신용대출로 사업을 확장했다. ANZ가 오랜 기간 안정적으로 운영해 온 CCPL(Credit Card and Personal Loan) 시스템을 도입한 결과다. 더불어 ANZ가 대내외 글로벌 인지도를 바탕으로 3500여 명(자산 3억5000만 달러)에 달하는 자산가 고객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은 자산관리(WM) 시장 진출의 밑거름이 됐다.

현재 신한베트남은 기존 VIP 서비스에 신한은행의 PWM(Private Wealth Management) 모델을 접목시켜 고도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내년까지 3000여 명으로 추산되는 신한베트남 VIP 고객들을 추출하는 작업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한국 본부부서의 PWM 직원들이 베트남 현지에 파견돼 시스템 구축에 참여하고 있다.

신 법인장은 “개인 고객의 자산이 일정 수준 이상이 되면 PWM 고객으로 분류해 150여 가지의 패키지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며 “고객별로 직원들을 할당할 예정인데 한국에는 이런 서비스가 일반적이지만 베트남에는 거의 없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대목은 금융투자 및 카드사, 생명보험 등 신한금융그룹 내 비은행 계열사들이 베트남 시장 안착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신한금융투자는 3년 전 베트남 현지 남안증권을 사들여 증권 라이선스를 획득했으며, 법인 전환 이후 3년 만에 흑자 전환을 목전에 두고 있다. 또 신한카드는 지난 1월 푸르덴셜 PIC 금융그룹의 베트남 소비자금융사인 푸르덴셜파이낸스(PVFC) 인수 계약을 맺고 정부 인가만을 남겨둔 상태다.

여기에 그룹 계열사에 정보기술(IT) 솔루션을 제공 중인 신한데이터시스템(DS)도 법인 인가를 획득하고 9월 정식 오픈했으며, 현재 베트남 내에 사무소만 두고 있는 신한생명 역시 인수·합병(M&A)을 비롯해 법인 전환을 위한 다각도의 방안을 모색 중이다.
‘원 신한’을 위한 계열사 간 협업 체계도 가시적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 5월 베트남 현지 기업 질렉스(Gelex) 회사채 발행에 성공했는데 은행과 증권사 간 협업 체계가 이뤄낸 성과다. 신 법인장은 “일주일에 한 차례씩 ‘원 신한’ 회의를 통해 다양한 사업과 새로운 딜을 소개하는 등 협업 노력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카드 부문은 별도 라이선스가 없어 은행 내 부법인장으로 카드 부문을 총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소개했다.
신한베트남은행, 외국계 1위…‘신한 웨이’ 본궤도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2호(2018년 11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