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런 상황은 주기적으로 반복된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초까지 글로벌 금융시장에 훈풍이 불고 주식 등 여러 투자자산의 수익률이 상승할 때, 이를 (신중하게) 지켜보다가 뒤늦게 용기를 낸 고객들은 “왜 제가 투자하면 고점인 거죠”라며 곤혹스러워한다. 이런 경험을 갖고 있는 투자자들을 위한 조언이 있다. 세계적인 행동경제학 전문가인 토마스 길로비치 코넬대 교수는 그의 저서 <행동경제학 교과서>(개리 벨스키, 토마스 길로비치 공저)를 통해 투자와 관련된 10가지 잠언을 소개했는데, 그중 2가지가 위의 질문과 연결된다.
대세는 당신의 친구가 아닐지도 모른다
투자에 대한 의사결정을 할 때, 다른 사람(특히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하는 건 매우 바람직하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의 결정을 맹목적으로 따라가거나 대세를 추종하는 것은 조언을 구하는 것과는 다르다. 주변을 보면 누군가의 말을 듣고 잘 모르는 투자를 덜컥 결정하는 경우(이를테면 암호화폐 등) 또한 지인의 성공이나 많은 사람들이 투자하고 있다는 걸 확인한 후 뒤늦게 그 자산에 믿음이 생겨 따라가는 모습들을 볼 수 있다. 이른바 군중심리, 무리를 쫓을 때 사람들은 심리적 안도감을 얻는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이 시기가 고점일 경우가 많다.
너무 많이 아는 것도 죄다
지식은 힘이고 정보를 남들보다 먼저, 많이 확보하는 것은 대체로 유리하다. 그러나 투자는 시장 정보와 이에 대한 전망도 필요하지만, 확률적으로 얼마나 그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순발력 있게 고려해야 하는 입체적인 의사결정이다. 자신이 안심이 될 만큼 정보가 모였을 때, 그리고 눈에 보일 만큼 양호한 수익을 확인할 수 있을 때, 사실 그때는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는 줄어들고 있을 시점일 가능성이 높다.
오래된 투자 격언 중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팔아라’라는 말이 있다. 그리고 모든 투자자산 설명서(약관)에는 반드시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포함돼 있다. ‘과거의 실적이 미래의 수익을 보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꾸준한 수익률, ‘포트폴리오 투자’가 해답
투자와 관련해 많은 투자자들이 가장 흔하게 듣는 조언은 ‘포트폴리오 투자’, ‘분산투자’일 것이다. 그런데 한국 투자자들은 보통 금융자산 투자를 할 때 ‘고수익’을 추구하는 경향이 높다. 전체 자산 관점에서 부동산(장기·안정 투자 관점)이나 예금(무위험 관점) 등으로 이미 분산돼 있기 때문에 금융자산 투자에서는 상대적으로 고수익을 좇는 것이다.
그러나 한 나라의 경제가 성장할수록 저금리·저성장은 고착화되고 금융자산의 역할도 다양해진다. 한국도 중진국에서 선진국 대열로 들어서는 만큼 금융자산을 통해 ‘현금흐름’을 만들거나 예금+알파(α)의 안정적 수익을 추구하는 등 장기 투자 프레임을 확보해야 한다. 최근 시장에 많이 회자되는 멀티에셋인컴 펀드, 월지급식 펀드·구조화 상품, 단기 국공채, 타깃데이터펀드(TDF) 등의 부상이 강력한 증거다.
‘왜 나는 고점에서 투자하는가’라는 질문으로 괴로운 투자자라면, 사실은 ‘내 투자의 방식은 어떠한가’라는 근본적 질문으로 문제 해결의 방향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놀랍게도 고수익을 좇는 투자자들과 진지한 대화를 나누다 보면 ‘장기적이면서 안정적이고, 꾸준하면서 양호한 수익률’이 그들의 진짜 본심임을 파악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투자의 묘수(妙手)는 멀리 있지 않다. 결국 ‘포트폴리오 투자’가 답이다. 이를 증명해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경제학자도 있지 않은가. 일러스트 허라미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2호(2018년 1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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