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만큼 성장한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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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머니 = 윤대현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정신의학과 교수]

전 세계적으로 수백만 권이 팔렸고 지금도 스테디셀러인 빅터 프랭클 박사의 <죽음의 수용소>라는 책이 있다. 유태인 정신과 의사인 저자는 히틀러 시대에 유태인 강제수용소에서 언제 죽을지 모르는 절박한 상황을 겪은 자전적 경험을 책에 기술했다. 또 그런 경험을 통해 ‘삶의 의미’의 중요성을 인지해 만든 의미치료란 정신치료 이론을 소개한다.

‘왜(why) 사는지를 아는 사람은 어떤(how) 상황도 견디어낼 수 있다’가 이 책 <죽음의 수용소>의 주제라 할 수 있다. 책 내용을 보면 수용소 포로들은 매일 아침 죽음의 시험을 맞이한다. 노동 능력이 상실됐다고 판단된 포로들은 가스실에서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저자는 끊임없이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사람의 본능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끝까지 그 의미 발견을 포기하지 않은 사람이 더 생존하게 됨을 보게 된다.

식욕만큼이나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사람의 본능은 강력한 것이고 식욕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배고픔이 찾아오듯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할 때 실존적 좌절감이 찾아오게 된다. 앞서 ‘죽음의 시험’이란 목표 설정이 삶의 의미를 더 이상 주지 못하기에 마음이 좌절한 상황이라고 볼 수도 있다. 좌절은 마음과 몸을 모두 지치게 만든다.

의미치료에 따르면 삶의 의미를 세 가지 방식으로 찾을 수 있다고 한다. 첫째, 무엇인가를 창조하거나 어떤 일을 함으로써, 둘째, 어떤 일을 경험하거나 어떤 사람을 만남으로써, 셋째, 피할 수 없는 시련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기로 결정함으로써 삶의 의미에 다가갈 수 있다고 한다.

어떤 일을 하는가가 삶의 의미를 주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런데 경험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사람은 일뿐만 아니라 자연을 경험하고 문화를 경험하고 좋은 사람과의 관계를 경험할 때 삶의 의미를 느끼도록 설계돼 있다. 어찌 보면 일보다 더 쉽고 통증 없이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이다.

통증에 대해 스토리텔링 해보기

일과 삶의 균형, 이 경험이 삶에 해당하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된다. 자연, 문화, 사람을 경험하는 것, 쉬울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지속적으로 내 마음이 좋아하는 경험의 내용을 알아가고 몰입해야 내 경험의 깊이도 더 깊어진다. 일만 하다 보면 내 마음의 경험이란 시스템이 굳어져 버리게 된다. 경험은 일에도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경험을 통해 의미를 찾을 때 공감소통 능력, 긍정성, 창조적 사고력 등이 증가돼 마음의 행복을 넘어 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잘 경험해야, 즉 잘 놀아야 잘 일할 수 있다.

마지막은 고통에 대한 태도를 어떻게 취하느냐가 삶의 의미를 느끼는 데 중요하다고 한다. 이걸 요즘 심리학에선 외상 후 성장(post traumatic growth)이라 한다. 마음의 통증이 부정적인 스트레스로만 작용해 내 마음과 몸을 지치게 만들 수 있다. 트라우마, 즉 마음의 상처가 내 현재와 미래마저 병적으로 어둡게 해 삶의 기능을 떨어트리는 질환을 외상 후 스트레스성 장애라 한다.

그러나 이 같은 트라우마도 성장의 동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고통을 원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살다 보면 삶엔 시련과 시험이 찾아오게 된다. 기왕 찾아온 고통을 의미 있게 받아드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내가 느끼는 삶의 통증을 결핍이나 비정상적인 것으로 판단하지 말아야 한다. 살아감에 있어서 스트레스를 받고 지치는 것은 잘못 살고 있어서가 아니다. 잘 살고 있기 때문에 느끼는 통증인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져서 느끼는 좌절과 우울은 이상한 감정이 아니다. 아주 정상적이고 당연한 감정이다.

긍정적인 감정만이 삶의 의미고 행복이라 생각하면 행복강박, 행복중독에 빠지게 된다. 힘들긴 하지만 일을 하기에 힘든 것이고 사랑을 했기에 이별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내 삶이 주는 긍정적인 감정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감정도 소중하게 여기고 정상적인 감정 반응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면 내 마음을 잘 위로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무능력하거나 부정적인 것으로 내 감정을 판단하면 나를 비판하게 되고 더 채찍질해 지친 마음에 더 상처를 주기 쉽다. 우리는 인생은 영화와 같다. 그래서 내가 느끼는 통증과 시험에 대해 스토리텔링을 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내 삶의 통증이 나를 성장시키는 스토리텔링을 해보는 것이다.

글로 내 인생이란 영화의 시나리오를 적어보자. 또 하나는 사회적 회복탄력성을 활용하는 것이다. 외상 후 성장이 가능한 것은 우리 마음에 인생의 역경을 성장으로 전환시키는 강력한 힘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 힘을 회복탄력성이라 한다. 사회적 회복탄력성은 나의 힘든 고민을 공감해줄 그 누군가가 있다면 성장을 통한 회복의 힘을 더 강화시킬 수 있다.

우리 모두 안 아팠으면 좋겠다. 그러나 아픔이 찾아온다면, 쉽진 않겠지만 받아들이고 성장해보자.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1호(2018년 10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