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평가 우려에도 달러화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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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change rate 류현정 한국씨티은행 개인금융본부 부장

[한경 머니 = 배현정 기자 | 사진 이승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통상 압력과 관련한 무역 갈등으로 달러화가 원화, 위안화 대비 강세다. 류현정 한국씨티은행 개인금융본부 부장은 “달러화 고평가 우려에도 단기적으로는 달러화 보유가 상당한 매력을 가질 것이다”라고 했다.

상반기 외환시장을 지배하던 원화 강세에 대한 기대가 돌연 꺾였다. 미·중 무역 갈등이 가시화되며 환율의 흐름이 바뀌었다. 불안해진 투자 자금이 미국 달러화로 쏠리면서 위안화, 원화 등 달러 이외에 통화가치는 풀썩 주저앉았다.

류현정 한국씨티은행 개인금융본부 부장은 최근의 원·달러 환율 상승세에 대해 “심리적 요인이 걷히면서 원화를 둘러싼 우호적이지 않은 환경이 드러난 것이다”라고 말했다. 올해 우리나라 경상수지 흑자가 전년 대비 큰 폭으로 줄었고,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순유출되며 환율 상승 요인이 많았다는 것. 하지만 남북 긴장 완화와 지난해부터 원·달러 환율이 하락해 온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심리적 요인이 원화 강세를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류 부장은 “6월 북미 정상회담이 끝나면 원화의 가치가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예상이 어긋나면서 미 달러화의 가치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요인이 됐다”고 진단했다.

- 원·달러 환율의 향후 흐름은.

“올 상반기 원·달러 환율은 1060~1090 박스권에서 머물렀다. 하반기에는 저점이 1100~1110원 수준으로 올라갔다. (전년 대비 흑자 폭이 감소했지만) 여전히 견조한 경상수지 흐름에 비춰 원화 약세로 인한 상단은 1150원으로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미·중 무역 분쟁으로 인한 위안화 약세가 하단을 막아 추가 하락도 제한돼 박스권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 미·중 무역 분쟁 이슈가 불거진 이후 위안화 약세와 흐름을 같이 하고 있는데.

“원화와 위안화의 동조성이 심화된 것은 2015년부터다. 우리나라는 중국에 수출의 20% 이상을 의존하는 등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이에 중국 경기가 나빠지면 우리나라 경제도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에 원화가 약세가 된다. 특히 트레이더들은 한 통화가 강세 또는 약세를 보일 경우 대체통화를 찾는데, 거래가 용이하지 않은 위안화 대신 흐름이 유사한 원화로 트레이딩하는 경향이 있다.”

- 일각에서는 무역 분쟁이 환율전쟁으로 번질 가능성도 언급한다.

“통상 압박의 일환일 뿐 환율전쟁으로 이어질 거라고 보지는 않는다. 금융위기 직후 각국이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금리를 떨어뜨리며 달러화, 유로화, 엔화의 약세 국면이 순차적으로 펼쳐졌다. 결과적으로 각국이 자국 통화의 약세를 이끌었는데, 그렇다고 통화 약세를 목적으로 금리를 인하했다고는 보지 않는다. 1980년대의 플라자 합의 시기와는 달리 현재 각국이 자국의 통화 절상을 수용할 상황도 아니라고 본다. 그때는 몇몇 나라가 세계의 부와 무역을 대부분 차지했었으나, 현재는 글로벌 경제·무역이 다변화됐다. 양자 내지 일부 나라 간의 합의는 불가능하다.”

- 위기설도 나온다. 원화의 체력은 어떤가.

“금융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경상수지 흑자를 냈고, 대외 저축도 많이 쌓았다. 민간의 외화예금도 많아지고, 상대적으로 외화 레버리지 비율은 낮아졌다. 대외 충격으로부터 견딜 수 있는 맷집이 향상된 것이다. 다만 성장 동력 산업의 성장성 지표들이 눈에 띄게 떨어진 부분은 우려되는 대목이다.”

- 주요 통화의 흐름을 짚어준다면.

“씨티리서치는 달러화가 중장기적으로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의 쌍둥이 적자에 대한 우려가 가장 큰 배경이다. 반면 유럽과 일본 중앙은행의 자산 매입 규모가 축소되고 있어 중장기적으로 유로화 및 주변 통화들이 강세를 띠는 반면, 미 달러화는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러나 최근 외환시장 상황은 이러한 전망과는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 당장 시장에는 ‘달러화의 수익성이 좋더라’, ‘달러화에 투자하니 안정적이더라’ 하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고평가 우려가 있지만, 현재 미 달러화의 보유는 상당한 매력이 있다고 본다.

중국 위안화는 중국 경제지표가 약화됨에 따라 중국 정책당국이 통화 완화정책을 펼 것으로 보인다. 위안화의 약세를 의미한다. 특히 위안화는 중국 통화당국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될 수 있는 통화다. 미국 통상 압력에 유화적인 제스처로 당분간 위안화 약세 가능성이 높다. 일본 엔화는 2020년까지 초저금리 유지에 따라 약세 국면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실질실효환율 대비 15~20% 저평가돼 있다고 본다.

통화 다변화 차원에서 외환 투자에 접근할 경우 안정성 측면에선 미 달러화와 일본 엔화, 수익성 면에선 미 달러화에 우선 관심을 가질 만하다. 유로화도 상당히 저평가돼 있지만, 정치적 이슈로 가치 회복에 시간이 걸릴 것이다. 가장 큰 변동성이 예상되는 통화는 영국 파운드화다. 브렉시트 영향으로 인해 현재보다 10% 이상 약세 또는 10~15% 강세로 가는 등 급격하게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 외환 투자 시 유의점은.

“한번 과거를 돌아보자. 2016년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전 외환시장의 화두는 ‘달러화가 약세로 갈 것인가’였다. 당시 트럼프의 지지도가 올라가면 달러화를 팔았고, 지지도가 내려가면 달러화를 사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그러나 실제 트럼프 당선 후 재정 확대 정책 등이 조명을 받으며 달러화는 강세로 갔다. 올해는 달러화 약세를 예상했지만, 실제는 강세로 돌아섰다. 전문기관의 예측치에 따른 단기 투자는 신중해야 한다. 환차익 목적의 잦은 매매는 적극 말리고 싶다. 환차익보다는 투자처도 통화도 다변화하는 전략을 권한다. 미 달러화와 엔화는 과거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때 자산가격 폭락에 따른 위험을 줄여주는 보험 역할을 했다. 자산가격은 폭락해도 환율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외화자산에 투자한 경우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다.”
“고평가 우려에도 달러화 매력”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0호(2018년 09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