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점점 이 무의미하고 에너지 소비가 큰 불금의 행태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주말의 과도한 음주로 인해 주중에도 늘 피로를 달고 사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지친 몸을 회복하느라 소중한 주말이 순식간에 사라진다는 점 때문이다. 결국 다른 방법으로 불금을 보낼 방법을 찾는다. 그중 하나가 바로 심야 서점을 방문하는 것이다.
심야 서점도 나름의 콘셉트가 있다. 와인을 마시며 책을 읽을 수 있는 곳도 있고, 책장이 진열된 바처럼 구성된 서점도 있어 가볍게 칵테일 한 잔과 독서를 즐길 수도 있다. 물론 향긋한 커피와 함께 사색에 잠길 수 있는 심야 북카페도 있다. 잠은 오지 않고 일찍 귀가하기는 싫은 금요일 밤, 한 지인의 추천으로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위치한 심야 서점을 방문했다.
1인 입장을 가장 추천한다는 이 책방은 잔잔한 음악소리와 사람들이 책장을 넘기는 소리, 투명한 유리잔에 얼음이 부딪히는 소리만이 존재했다. 손님들은 홀로 사색에 잠기거나 느슨한 자세로 독서에 열중했다. 그 누구도 소란스럽게 수다를 떨거나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지 않았다. 모두 오로지 자신만의 시간을 오롯이 즐겼다. 여름밤에 어울리는 청량한 하이볼을 한 잔 주문하고, 여행 가고 싶었던 크로아티아의 여행기를 집어 들었다. 천국이 따로 없었다. 뭔가 허전함이 느껴지는 금요일 밤마다 이곳을 찾는다는 김 씨는 “이곳에서 좋아하는 술을 마시며 책을 읽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며 “주말을 더 뜻 깊고 차분하게 맞이할 수 있어 자주 찾게 된다”고 말했다.
불금을 더 알차게, 심야 책방의 날
심야 서점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희소식이 하나 더 생겼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정한 ’함께 읽는 2018 책의 해’를 맞아 동네 서점들이 심야 영업에 나선 것. 2018 책의 해 조직위원회는 지난 6월 29일을 시작으로 12월까지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에 ‘심야 책방의 날’ 행사를 전국 각지의 참여 서점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
‘심야 책방의 날’이란, 서점이 정규 영업시간보다 연장해서 문을 열고 독자와의 즐거운 소통을 모색하자는 캠페인이다. 보통은 밤 9시 전후로 문을 닫지만, 이날만큼은 밤 12시 넘게까지 운영을 하고 밤새 영업하는 서점도 있다.
‘심야 책방의 날’ 행사 내용은 개성이 넘치고 다채롭다. 수다와 와인은 기본이고 ‘심야의 원고 청탁’, ‘책방고사’, ‘루돌프를 찾아서’, ‘읽다 포기한 책 남에게 읽히기’, ‘동네 빵집·국수집과 콜라보’, ‘서점 주인과 손님의 팔씨름 대회’, ‘작가와 고등어구이 막걸리 파티’ 등 이색적인 축제를 마련했다. ‘심야 책방의 날’ 행사에 참여한 서점 명단은 2018 책의 해 누리집(http://www.book2018.org)을 참고하면 된다. 방문하고 싶은 서점에 사전 문의를 한 후 참여할 것.
관계자는 “최근 들어 전국적으로 작은 서점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고 일부 서점들이 점점 단행본 비중을 높이는 등 서점의 면모를 되찾아 가고 있다”며 “책 판매 부수와 독서율이 매년 내림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이런 현상은 독서라는 불씨를 되살릴 수 있는 희망을 엿보게 한다”고 언급했다.
책의 해 조직위는 이러한 서점의 귀환이 일시적인 붐이 아니라 지역마다, 동네마다 제대로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서점과 지역주민과의 지속적인 소통의 자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책이 매개가 돼 사람과 사람이 만날 때 책과 서점의 지속 가능성은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찾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의 해 조직위는 ‘심야 책방의 날’이 올해 연말까지 성공적으로 지속된다면 내년부터는 자발적으로 그것이 하나의 작은 전통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59호(2018년 0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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