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 = 배현정 기자] 대한민국 국가대표급 ‘짠돌이’ 이대표 씨가 절약만을 미덕으로 여기고 살아온 40년과 안녕을 고했다. 전국구 부동산 투자자인 ‘나눔부자’ 김형일 씨와의 만나 2년 만에 20여 채의 아파트에 투자한 ‘찌질 탈출기’를 공개한다.
“한때 방송에서 부동산 투기꾼은 사회 암적인 존재라고 얘기한 적도 있어요. 지금은 후회합니다.”
인터넷 다음카페 짠돌이(cafe.daum.net/mmnix)의 운영자 이대표 씨는 절약 면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사람이다. ‘대왕소금’이라는 닉네임처럼 국가대표급 자린고비로 통했다. 2001년 짠돌이카페를 만들어 그저 일기 쓰듯 적어 내려간 짠돌이 수기가 대박을 치며 대한민국에 짠돌이 재테크 열풍을 일으켰다.
어려서 찢어지게 가난한 삶 때문이었을까. 외환위기 직후 경기 고양시 일산에 출장을 갔던 그는 미국 비벌리힐스에나 있을 법한 ‘그림 같은 집’을 봤고, 그런 집에서 눈을 감는 것을 목표로 삼게 됐다. 점심식사는 도시락으로 해결했으며, 휴대전화는 분실신고를 하고 걸려오는 전화만 받았다.
당시 월급(통신사 시설관리직)은 약 189만 원. 이 중 10만 원만 쓰고 다 모았다. 야근은 밥 먹듯이 했다. 야근을 하면 사람들을 만나지 않아도 되고 야근수당도 붙었다. 3년 만에 1억 원이 넘는 돈을 만들어 본래 살고 있던 터에 2층짜리 전원주택을 지었다. ‘저축의 날’ 국민포장을 수상했으며, 환경 관련 비정부기구(NGO) 활동에도 8년이나 힘을 보탰다. 절약과 근면성실을 최고의 미덕으로 내세웠다. 현재 ‘짠돌이’ 카페의 회원 수는 약 75만 명. 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재테크 분야’ 1위의 아성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
그런 그가 최근 부동산 투자에 푹 빠졌다. 변해도 너무 변했다. 불과 2년여 만에 아파트 20여 채를 사들였고, 적게 잡아도 10억 원을 훌쩍 넘게 벌어들였다. “더 빨리 부동산 투자에 관심을 갖지 못한 게 안타깝죠. 근검절약만으론 성공할 수 없습니다. 그때는 나가는 돈 아까운 줄만 알았지, 어떻게 돈이 흘러 다니고 불어나는지 알지 못했어요. 개념을 바꾸니까 실물경제가 보입니다.”
◆ “부동산은 가장 정직한 투자재다”
인생의 전환점은 ‘짠돌이 카페’ 회원이었던 전국구 부동산투자자인 김형일 씨와의 만남으로 찾아왔다. 온라인 닉네임 ‘나눔부자’로 널리 알려진 김 씨는 부동산 투자 강의 전문 교육기관인 랜드아카데미에서 각종 부동산에 관한 서비스를 제공했으며, 네이버 카페인 부동산오아시스(cafe.naver.com/jtk- school)를 운영하고 있다. 외환위기 당시 금융기관 채권 관리 업무를 하다 경매에 눈을 뜬 뒤, 연 5만 km 이상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아파트, 토지 등에 투자해 왔다.
2015년 어느 날, 아이들이 커감에 따라 조금 더 넓은 집으로 이사를 고려하던 이대표 씨에게 김형일 씨가 뜻밖의 제안을 했다. 당시 자칭 ‘부동산 의심병 환자’였다는 이 씨는 화들짝 놀랐다. “나보고 집 한 채를 더 사라고? 이거 왜 이래.” 아파트 시세의 70%에 해당하는 전세금을 끼면서 새로 대형 아파트를 구입하라는 제안이 선뜻 와 닿지 않았다. 하지만 수도권이 대세 상승장에 돌입했고, 소형 아파트에 비해 중·대형 아파트가 저평가돼 있다는 김 씨의 설득에 결국 한 채를 더 구입했다. 2015년 2월이었다. 현재 이 아파트 2채는 2억 원 정도 시세가 상승했다. 결과적으로 대성공이었다. 그러나 이때만 해도 견고했던 이 씨의 부동산 불신의 벽이 조금 헐거워졌던 수준이었고, 이내 평소와 다름없는 일과 절약의 생활이 이어졌다.
이듬해인 2016년 2월, 이 씨에게 문자 한 통이 날아왔다. 7200만 원을 투자해 재개발 분양권을 사라는 김 씨의 문자메시지였다. 당시 해당 지역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강했다. 이 씨는 재개발이 뭔지도 몰랐지만, 미끼를 덥석 물었다.
“한 가지 확실한 근거가 있었습니다. 나눔부자(김형일 씨)가 먼저 구입했다는 사실이죠. 제가 구입한다고 이득이 있는 것도 아닌데 확신이 없다면 먼저 구입하지 않았을 테니까요.”
이 씨는 1년 후 입주권을 매도했다. 구입 당시보다 프리미엄이 5000만 원 추가로 오른 상태였다. 이때부터 부동산 공부에 매진했다. 고3의 사당오락(4시간 자면 대학에 붙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 정신을 본받아 하루 서너 시간으로 수면시간을 줄여가며 부동산을 공부했다. 실제 발로 뛰며 부동산 현장을 확인하는 ‘임장’에도 나섰다. 이후 인천 송도, 대전, 서울, 부산 등을 종횡무진 누비며 아파트와 토지에 투자했다.
그렇게 2년여 만에 10억 원 이상을 번 이 씨를 두고 주변에선 말이 무성하다. 수십만 회원을 움직이는 온라인 마케팅 전문가인 그가 ‘댓글’ 등의 반응을 예상하지 못하는 바 아니다. 그러나 이 씨는 자못 당당하다. 얼마 전에는 김 씨 등과 공동으로 자신의 부동산 실전 투자 경험을 담은 <부자가 된 짠돌이>를 펴내기도 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그간 자신이 직접 투자한 내역을 소상히 밝히고 있다. 언제 어디의 부동산을 얼마에 구입했고, 현재 시세는 어떠한지 콕콕 찍어 알려준다.
그는 “과거의 ‘나’와 같은 짠돌이들에게 부동산에 대한 편견을 바꿔주고, 부동산 투자야말로 부자로 가는 필수요건임을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만일 2015년으로 타임머신을 타고 간다고 가정해볼까요? 지금은 몇 년 사이 ‘억’ 단위로 아파트 가격이 상승한 걸 알고 있잖아요. 다시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누구든 돈이 있든 없든 영혼까지 끌어 모아서라도 주택을 구입하지 않을까요?”
김 씨도 ‘부동산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이다’라는 명제를 정면으로 반박한다. 주식, 금, 석유, 골동품 등과 같이 다양한 투자재 중 하나이며, 그중 ‘으뜸’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누구보다 정당한 방법으로 돈을 벌었고, 억대 연봉자의 수배에 달하는 세금을 국가에 납부해 왔다고 자평한다. 김 씨는 “운동화가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현장을 누비고, 억대 투자금을 잃을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해 가며 투자하는데 왜 불로소득이냐”며 “부동산은 관련 지식과 용기가 필요한 가장 정직한 투자처다”라고 강조했다.
‘투기꾼이 집값을 올렸다’는 세간의 시선도 반박한다. 부동산의 가치와 시장의 힘을 지나치게 과소평가한 시각이라는 지적이다. 이 씨는 “신도시 등에 일부 투기세력이 영향을 줄 수 있다 해도 극히 일부일 뿐 그 큰 도시의 가격을 수십, 수백, 수천 명이 움직일 수 없다”고 말했다.
◆ 포스트 ‘2015년 서울 아파트’를 찾아라
현재 정부는 부동산 시장 과열 원인을 투기세력으로 보고 각종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 4월부터 다주택자 중과가 시작됐으며, 보유세도 개편된다. 부동산 시장의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심심찮게 나온다. 과연 지금도 부동산이 매력적인 투자처일까.
이에 대해 이 씨는 되묻는다. “과연 시장의 침체가 예상되는 시점에 정부가 규제책을 꺼낼까요?” 정책은 기본적으로 침체기로에 선 국면에서는 부양책을 꺼내들고, 상승장에서 규제책을 쓴다는 논리다.
김 씨는 “부동산 시장의 흐름은 수도권과 지방이 각기 다르다. 2009년엔 부산, 2011년 무렵엔 대구, 2015년에는 수도권과 서울 지역의 주택이 상승장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이제 ‘2015년의 서울 아파트’와 같은 대상을 찾으라는 조언이다. 그는 “서울 주택 중과세와 재건축 토지이익환수제 등의 영향으로 투자처가 수도권 인근 토지 시장으로 옮겨 붙을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토지 시장에서 유망한 지역으로는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인천 강화도와 경기 파주·연천 지역, 제3연륙교의 수혜가 예상되는 인천 영종도, 고속도로 개통으로 인한 강원 강릉·양양·속초 등이 추가 상승 여력이 높다고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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