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 기고 = 김상훈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법학박사]미국에서는 유언장의 적법성 여부를 따지기 위해 다양한 추정 기준을 마련해 두고 있는데 이번에는 ‘인용에 의한 포함’ 이론을 소개한다.
유언장에 ‘별개 문서’ 포함시키는 조건은
유언의 수익자 또는 유언에 따라 이전될 재산을 특정하기 위해 외부증거를 허용하는 이론으로 지난달에 소개했던 ‘의미의 독립성(Facts of Independent Significance)’ 이론 외에 ‘인용에 의한 포함(Incorporation by Reference)’ 이론이 있다.

유언장과는 별개의 어떤 문서가 유언장 또는 유언보충서로서의 법정 형식요건을 충족하지도 못하고 유언장과 통합되지도 않으며 독립적 의미를 가지지도 못할지라도, 인용에 의해 유언장에 포함시킴으로써 그 문서에 의한 처분을 유효하게 만들 수 있다.

현재 미국의 거의 모든 주에서 이 이론을 인정하고 있지만 뉴욕·루이지애나·코네티컷주에서는, 결코 유효하게 작성된 적이 없는 어떤 문서를 유언장의 일부로 포함시킴으로써 유언의 형식요건을 형해화시킬 위험이 있다고 해 이 이론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 이론은 1990년 통일상속법(UPC)에 의해 성문화됐다. 1990년 UPC 규정에 따르면, 유언장이 작성될 당시 현존하는 문서는 인용에 의해 유언장에 포함될 수 있다. 제3차 재산법 리스테이트먼트도 이 이론에 관해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유언장으로서는 유효하지 않더라도 유언장 작성 당시 현존하는 문서는 인용에 의해 유언장에 포함될 수 있다. 다만 그 유언장은 이러한 의도를 명시해야 하고, 그 문서는 합리적일 정도로 구별될 수 있어야 한다.”

이처럼 별개의 문서가 인용에 의해 유언장에 포함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아래 요건은 이 이론을 인정하는 대부분의 법원에서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① 그 별개의 문서가 유언장 작성 당시 현존할 것.
② 유언장이 그 별개의 문서를 유언장 작성 당시 현존하는 것으로 언급하고 특정할 것.
③ 유언장이 그 별개의 문서를 유언장에 포함시킬 의도를 명백히 할 것.

이 이론은 별개의 문서가 유언장 ‘작성 당시’ 현존할 때에만 적용된다. 따라서 유언장 작성 이후에 문서가 만들어지거나 수정될 경우에는 그 문서에 의한 처분은 허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1990년 UPC 규정에서는 이러한 문서의 현존 요건을 크게 완화시켰다. 이에 따르면 유언자의 ‘사망 당시’ 현존하는 문서도 인용에 의해 포함될 수 있다. 따라서 유언장 작성 이후에 만들어지거나 수정된 문서도 유언장에 포함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이처럼 완화된 요건은 유형자산에 대해서만 적용된다.

이 이론에 관한 대표적인 판결이 클라크 대 그린홀지(Clark v. Greenhalge) 사건이다. 이 사건에서 피상속인인 헬렌 네스미스(Helen Nesmith)는 1977년에 유언장을 작성하면서 그녀의 사촌인 프레데릭 그린홀지(Frederic Greenhalge)를 유언집행인으로 지명했다.

유언장에 따르면 그녀가 사망한 후 그의 사촌 그린홀지가 그녀의 모든 동산을 취득하는 것으로 돼 있었다. 그런데 이 유언장은 제5조에서 “그린홀지는 내가 메모(memorandum)로 적시한 사람에게 특정 동산을 분배해주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헬렌의 소유물 중에는 값비싼 유화(농장 그림)가 있었다. 네스미스는 1972년에 ‘메모’라는 제목 아래에 자신의 동산에 관한 특정 유증목록을 작성했고 1976년에 이를 수정했는데, 이 메모에는 이 유화에 관한 어떠한 언급도 없었다.
헬렌은 1979년에 ‘헬렌 네스미스로부터 재산을 받을 수익자 목록 1979’라는 제목이 붙어 있는 노트에 ‘어머니의 방 벽난로 위에 걸려 있는 농장 그림은 클라크(Clark)에게’라고 썼다. 클라크는 헬렌의 절친한 친구였다.

한편 헬렌은 1980년에 그녀의 1977년 유언장에 대한 유언보충서를 작성했다. 헬렌이 사망한 후 그린홀지는 유언장을 집행하면서 이 유화를 클라크에게 인도하기를 거부했다. 그러자 클라크는 그린홀지를 상대로 이 유화에 대한 인도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쟁점은 헬렌이 1979년에 작성한 노트가 과연 유언장 제5조에서 인용하고 있는 메모에 해당하느냐는 것이었다.

그린홀지는 “이 노트는 제목이 ‘메모’가 아닐 뿐만 아니라 유언장이 작성된 이후에 만들어진 것이므로 인용에 의해 유언장에 포함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유언자의 밝혀진 의사는 그것이 법에 위반되지 않는 한 최대한 존중돼야 하는바, 문서의 제목에 상관없이 이 사건 노트에 유언장 제5조의 메모와 같은 효과를 부여하고 이 노트를 통해 유화를 클라크에게 주는 것이 헬렌의 의사라는 점은 분명하다.

따라서 이 노트는 유언장 제5조에서 인용한 메모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1980년 유언보충서가 작성될 당시 현존하고 있었으므로 인용에 의해 유언장의 일부로 포함됐다”고 판결하고, 클라크에게 유화에 대한 권리를 인정했다.

1991년 매사추세츠주 최고법원(Supreme Judicial Court of Massachusetts)은 이 판결의 결론 부분에서 다음과 같은 유명한 판시를 통해 피상속인의 유언의사를 성실히 집행해야 할 수탁책임이 있는 유언집행인이 사회상규에 어긋나게 행동하는 것을 준엄하게 꾸짖었다. “공정성을 요구하는 사람은 그 자신이 공정하게 행동해야 하며, 법원은 법원이 가진 공정한 권능을 사용해서 불공정한 결과를 야기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