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BEST PB센터]신한銀·삼성생명, PB 명가 4연패…미래에셋대우 1위 첫 등극
[한경 머니= 한용섭 기자]요지부동이었던 금융권 프라이빗뱅킹(PB) 명가(名家) 지형도가 크게 꿈틀거렸다. PB 부문에서 만년 2등권에 머물렀던 미래에셋대우가 약진하며, 바야흐로
무한경쟁 체제에 돌입한 것이다.

자산관리(WM)와 프라이빗뱅킹(PB) 분야에서 이른바 ‘원조 프리미엄’은 그 위세가 대단했다.
국내 최초로 증권과 은행의 협업 모델인 PWM(Private Wealth Management)을 선보였던 신한은행, 초자산가 대상의 패밀리오피스 서비스를 국내에 처음 소개한 삼성생명, 초우량 고객 전담 자산관리 브랜드 SNI(Samsung & Invest-ment)를 선보인 삼성증권은 PB 고객들에게 자산관리의 보증수표나 다름이 없었다. 하지만 견고하던 PB 부문에도 어김없이 지각변동의 바람이 불고 있다.

한경 머니가 올해로 4년째 실시하는 ‘대한민국 베스트 PB센터’ 설문 평가(3월 2~6일)에서 신한은행과 삼성생명이 각각 은행과 보험업권에서 1위를 차지한 가운데 증권업에서는 통합 시너지에 대한 기대감을 토대로 미래에셋대우가 처음으로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번 설문은 은행, 보험, 증권사의 PB센터(보험사는 FP센터) 임원 등을 대상으로 진행했으며, 총 27개 금융사(은행 10곳, 보험 7곳, 증권 10곳)에서 50개의 설문 답변이 취합됐다.

설문 방식은 ▲고객 서비스 ▲전용상품 서비스 ▲상속·증여 서비스 ▲종합자산관리 서비스 ▲부동산 서비스 ▲펀드·증권 서비스 ▲대안투자 및 파생상품 서비스 등 총 7개 세부 항목에 대해 자사를 뺀 우수 금융사를 업권별로 1, 2위 순위까지 지목하는 방법(1순위 2점, 2순위 1점 부여)을 택했으며, 설문 통계는 리서치 전문 업체인 글로벌리서치에서 진행했다.

자산관리 분야는 정부의 신탁제도 전면 개선, 초대형 증권사에 종합투자계좌(IMA) 허용 등으로 업권별 칸막이가 무너져 가고 있다. 업권을 대표해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과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이 각각 ‘기울어진 운동장’(증권업 차별)과 ‘종합운동장’(겸업주의 당위성)을 언급하며 업역과 관련해 날카로운 신경전을 펼친 것도 자산관리 분야가 촉매제였다.

고객의 입장에서 보면 금융사 간 무한경쟁으로 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기대해볼 수 있어 나쁘지만은 않다. 내비게이션을 켜고 고객 니즈를 제대로 구현해줄 수 있는 자산관리 명가(名家)를 찾아가면 그만이다.

◆신한은행·삼성생명, 명불허전 PB 명가

설문 결과 신한은행과 삼성생명이 전년도에 이어 각각 은행과 보험업에서 베스트 PB센터 1위를 차지하며, 명불허전의 PB 명가임을 또다시 증명했다.

신한은행은 총점 315점을 거두며 2위 그룹(KB국민은행 254점, KEB하나은행 185점)과 상당한 격차를 보였는데, 총 7개 평가 항목 중 무려 5개 항목(고객, 상속·증여, 종합자산관리, 펀드·증권, 대안투자 및 파생상품)에서 1위에 오르고, 나머지 2개 항목(전용상품, 부동산)에서도 2위에 선정되는 등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신한은행은 은행권 총점에서도 1위에 오르며 기염을 토했는데 국내 최초로 은행과 증권업의 협업 모델을 제시한 ‘PWM 서비스’의 5년 노하우를 인정받은 셈이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1억 원 이상 준자산가들도 자산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한 ‘PWM 라운지’를 전국 18곳에 개설하고, 은행권 최초 로보어드바이저 엠폴리오(M-Folio)를 선보이며 자산관리의 대중화를 이끌었으며, 외형 확대보다는 고객 수익률에 중점을 둔 자산관리 전략으로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은행권 2위는 KB국민은행(총점 254점)이 차지하며, KEB하나은행과 순위를 뒤바꿨다. KB국민은행은 은행과 증권의 WM 부문을 통할해 ‘매트릭스’ 체제를 본격 가동하고, 은행·증권 통합 ‘종합자산관리 솔루션’을 선보이는 등 경쟁력 제고에 나서고 있다.

또 지난 2월에는 고품격 자산관리 서비스 제공을 표방하며 KB국민은행, KB증권, KB자산운용의 투자 전략 및 포트폴리오 자산배분 전문가, 은퇴설계 전문가, 부동산 전문가, 세무사, 회계사, 변호사, 프라이빗뱅커(PB) 등 총 30명으로 구성된 ‘WM스타자문단’을 출범시키기도 했다. 이 같은 노력을 밑거름으로 해 부동산 서비스(1위) 등의 강점을 살려 전년도 2위를 차지한 KEB하나은행(총점 185점, 전용상품 항목 1위)을 제치고 선두 추격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반면 지난해 전산 및 노조 통합 등으로 분주하게 보냈던 KEB하나은행은 최근 3년간 총점(227점→259점→185점)에서 정체기를 보여주며 순위 하락을 감내해야 했다. 지난해 100억 원 이상을 들여 국내 최대 규모의 WM센터인 청담센터를 개설하는 등 의욕을 불사르고 있는 한국씨티은행(총점 80점)의 경우는 전년도 6위에서 5위로 한 단계 순위를 상승시켰다.

보험업권에서는 삼성생명의 독주 체제가 4년째 이어졌다. 삼성생명은 총점 367점을 받으며 2위군(교보생명 161점, 한화생명 127점, 미래에셋생명 113점)을 큰 점수 차이로 앞질렀다. 삼성생명은 ‘펀드·증권 서비스’(2위)에서만 미래에셋생명에 1위를 내주고, 나머지 6개 항목에서는 모두 1위에 오르며 고공비행을 했다.

삼성생명을 뺀 나머지 보험사의 순위에서는 한화생명과 미래에셋생명이 전년도 순위에서 자리 이동을 하고, 메트라이프생명이 총점 21점으로 8위로 추락한 가운데 신한생명이 총점 49점으로 한 단계 상승해 5위에 올라섰다.

삼성생명은 패밀리오피스 서비스의 본가로서 은행이나 증권이 금융투자에 주력하는 반면 가업승계, 상속이나 증여, 자녀 교육 관리, 공익사업 지원 등 종합적인 컨설팅으로 확실한 차별화를 이뤄냈다는 평가다. 또 부유층 고객을 전담하는 파이낸셜플래닝(FP) 서비스 역시 보험업의 특성을 살려 재무 분석, 투자, 부동산, 은퇴, 상속 등에 대해 장기적인 관점의 플랜을 제시해 단기적인 재산 증식에 맞춰진 타 업권의 PB 서비스와 확연한 대조를 보여주고 있다.

◆미래에셋대우 대약진, 통합 효과 톡톡

올해 초 통합을 통해 자기자본 8조 원에 육박하는 초대형 증권사로 탈바꿈한 미래에셋대우가 설문에서 증권업 최고의 PB센터로 지목받으며, 화려한 출항을 알렸다.

미래에셋대우는 총점 260점을 받아 1위에 오르며, 지난 3년간 왕좌를 지킨 삼성증권(총점 248점)을 2위로 밀어냈다. 사실 양 증권사의 설문 결과는 초박빙이었다. 오히려 삼성증권이 4개 항목(고객, 전용상품, 상속·증여, 종합자산관리)에서 1위를 했고, 미래에셋대우는 3개 항목(부동산, 펀드·증권, 대안투자 및 파생상품)에서 선두에 올랐다.

총점에서 미세한 차이를 보인 것은 미래에셋대우가 전용상품과 종합자산관리 등의 항목에서 전년도의 격차를 좁히고,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였던 부동산, 펀드·증권, 대안투자 및 파생상품 서비스에서 점수 차를 벌리며 막판 뒤집기가 이뤄진 것이다.

실례로 종합자산관리 서비스를 놓고 보면 삼성증권(48점→36점)은 다소 주춤했으며, 미래에셋대우는 전년도 2위 옛 KDB대우증권(24점)과 3위 옛 미래에셋증권(21점)이 합쳐지며 올해 34점을 획득해 역전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증권업계 PB 명가를 자부하던 삼성증권이 올해 2위로 밀려 났지만 미래에셋대우의 합병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에 역풍을 맞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두 증권사의 총점 차이는 불과 25점으로, 항목별 1위에서는 삼성증권이 아직 앞선다.

미래에셋대우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은 다소 액면가보다 후한 점수를 주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자기자본 8조 원에 육박한 공룡증권사의 탄생으로 은행 예금과 유사한 IMA 업무가 가능해졌고, 자산관리 분야의 강자 옛 미래에셋증권과 PB사관학교 등을 통해 맨파워를 키워 온 옛 KDB대우증권의 결합은 시장의 기대감을 키우기에 충분했다는 평가다.

사실상 미래에셋대우와 삼성증권이 PB 부문에서 양강 체제를 구축한 가운데 한국투자증권(총점 112점), 신한금융투자(총점 110점), NH투자증권(총점 100점)은 다소 격차를 보이며 2위군을 형성했다.
한용섭 기자 poem197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