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의 유해 성분인 CMIT/MIT가 함유된 치약이 적잖은 충격을 주었다. 우리가 매일, 하루에도 세 번씩 사용하던 치약에 허가되지 않은 유해물질이 들어갔다는 점에 사람들은 한 번 놀라고 수많은 생명과 정상적인 삶을 앗아간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다시금 떠오르게 했기에 몸서리를 치는 이들도 많았을 것이다.
CMIT/MIT는 메칠클로로이소치아졸리논(CMIT)과 메칠이소티아졸리논(MIT)의 혼합물이다. 1960년대 말 미국 롬앤하스사가 개발한 화학물질로, 물에 쉽고 녹고 휘발성이 높아 각종 생활화학용품에 사용됐으며 살균작용이 있어 보존제의 기능을 했다. 하지만 일정 농도 이상 노출되면 피부와 호흡기, 눈에 강한 자극을 주고 폐의 섬유화를 일으키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1991년 CMIT/MIT를 산업용 살충제로 등록, 2등급 흡입독성물질로 지정하되 생산 업체가 자율적으로 관리하도록 했다. 우리나라는 일명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발생한 후인 2012년 환경부가 유독물질로 지정했지만 사용이 전면 금지되지는 않았다. 유럽처럼 의약외품과 화장품 중 물로 씻어낼 수 있는 제품들에 15ppm(0.0015%)으로 희석해 사용할 수 있게 했으나 치약은 제외했다.
우리나라에서 허용될 수 있는 치약 보존제는 벤조산나트륨, 파라옥시벤조산메틸 및 파라옥시벤조산프로필 단 세 종류로, 이번 CMIT/MIT가 함유된 치약은 0.0022~0.0044ppm 정도로 극히 미미했지만, 허가되지 않은 성분이 들어가 논란이 됐던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검출된 치약을 모두 회수 처리하고 교환 및 환불 처리하게 했으며, 양치를 한 후 물로 입을 헹궈내기 때문에 극소량의 가습기 살균제 성분은 인체에 무해하다고 발표했다.
사실 치약의 유해물질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지난 2014년에는 파라벤과 트리클로산이 함유된 치약이 논란이 됐다. 방부제 역할을 하는 파라벤은 다량 흡수될 시 생식기 장애나 유방암, 성 조숙증 등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살균 기능의 트리클로산의 경우 갑상선호르몬 수치에 영향을 주며 뇌신경을 교란하고 염소 성분과 만나면 발암물질인 염화다이옥신으로 변환된다고 알려졌다.
대세로 떠오른 천연 치약
이쯤 되니, 시중에 판매되는 치약에 유해 성분이 많다는 대중들의 오해도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박정현 보아치과 대표원장은 이에 대해 파라벤이나 CMIT/MIT 성분은 치약에 필요한 기본 성분이 아니라고 말한다. 치태를 제거하거나 미백효과를 내는 등의 기능과는 관련없이 단지 유통기한을 늘려주는 방부제 역할을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파라벤의 경우 치약에 0.2% 이하의 농도로 사용하면 인체에 무해하며 CMIT/MIT의 경우 외국에서는 조금 더 느슨한 기준을 갖고 있다. 물론 다량을 사용해 몸에 축적될 경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것은 당연하지만 보통의 경우 그런 일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 식약처가 성분 표시를 강화하고 제품을 더 철저하게 검사해야 대중의 불안감이 해소돨 것이라고 박 원장은 덧붙였다.
천연 성분의 치약을 구매하거나 직접 치약을 만들어 사용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천연 성분 치약을 출시한 이후 매출이 급격하게 상승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천연 성분 치약이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도 상당하다. 박 원장은 기본적인 치약의 효능에는 문제가 없다며 정확한 양치질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프라그 제거 외에 다른 기능을 첨가한 치약도 많지만 기본적으로 치약을 사용하는 목적은 치태를 제거하기 위해서입니다. 프라그를 제거하는 연마제와 형태를 잡아주는 베이스 물질이 있다면 기본적인 치약의 효과에는 문제가 없어요. 다만, 화학 성분의 방부제나 보존제가 없다면 유통기간이 줄어들 뿐입니다. 치약은 양치질의 효과를 보조적으로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지, 양치질을 해주는 것은 아닙니다.”
사실 천연 성분을 고집한 치약들은 일반 치약에 비해 가격이 갑절 이상 나가지만, 현시점에서 건강을 생각하는 이들은 치약에도 아낌없이 투자한다. 특히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한 영업 담당자는 이번 가습기 살균제 치약 사건 이후 쓰던 치약들을 모두 버리고 천연 치약으로 바꿨다고 고백했다.
또한 뚜렷한 라이프스타일을 향유하는 이들이 증가함에 따라 고급스러운 패키지와 성분을 강화한 이른바 명품 치약의 구매량도 이번 사건에 영향을 받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어찌됐건 당분간 천연 성분 치약은 또 하나의 큰 흐름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좋은 치약을 쓰는 것이 건강으로 이어지는 전부는 아니다.
“이와 잇몸에 결정적으로 좋은 것은 치약의 성분이 아닙니다. 올바른 양치질과 정기적인 검진이야말로 건강한 치아와 잇몸을 오래도록 유지하는 방법이죠.” 박 원장의 조언이다.
사진 신채영(SHIN CHAE YOUNG studio) | 도움말 박정현 보아치과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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