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생존해 있는 동안 자녀에게 미리 상속분을 줄 의사로 재산을 증여하는 경우가 있다. 이것을 생전증여(advancement)라고 한다. 이처럼 부모가 자녀에게 생전증여를 하고 별도의 유언 없이 사망한 경우 생전증여의 목적물 가액은 생전증여를 받은 자녀의 상속분에서 공제된다. 이것이 상속분을 선급(prepayment)하려고 했던 피상속인의 의사이기도 하고 공동상속인 사이의 형평에도 부합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모든 주가 생전증여에 관한 법령을 가지고 있는데 이들의 공통점은 생전증여를 받는 대상자를 확대시키고 있다는 점과 생전증여를 하려는 피상속인의 의사를 입증하기 위한 문서를 요구한다는 점이다.
예컨대 미국 통일상속법(UPC)은 생전증여의 수령자를 피상속인의 자녀에 한정시키지 않고 모든 상속인으로 확대시켰고, 생전증여에 관한 서증을 요구하고 있다.
◆생전증여 재산 어떻게 계산하나
부모가 사망하면 부모의 모든 재산과 생전증여의 목적물은 하나로 병합돼 계산된다. 병합된 상속재산을 잠정적인 상속분으로 공평하게 분배한 후 생전증여에 따라 최종적인 상속분을 재조정하게 된다.
자신의 상속분을 초과하는 생전증여를 받은 자녀는 단지 상속분 계산에서 배제될 뿐 초과분 반환을 요구받지는 않는다. 그것이 생전증여를 한 피상속인의 의사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원칙적으로는 초과분을 반환할 필요는 없으나 유류분을 침해하는 한도 내에서는 반환 의무를 진다는 점이 미국과 다르다).
예컨대 부모가 생존해 있는 동안 첫째 아들 A에게 3만 달러를, 둘째 아들 B에게 2만 달러를 생전증여하고, 셋째 아들 C에게는 생전증여를 하지 않았다고 가정해보자. 그리고 유언 없이 사망하면서 상속재산으로 13만 달러를 남겼다면, 상속분을 계산할 때 생전증여액인 5만 달러를 상속재산에 포함시켜야 한다.
그러면 결국 총 상속재산은 18만 달러가 되므로 세 아들의 상속분은 각 6만 달러가 된다. 그런데 A와 B는 이미 상속분의 일부를 미리 받았으므로 그 액수를 공제하고 남은 금액을 상속받게 된다. 따라서 A는 3만 달러를, B는 4만 달러를, C는 6만 달러를 각각 지급받게 된다.
이 사건에서 만약 부모가 A에게 9만 달러를 생전증여했다면, 상속재산은 총 24만 달러가 되므로 세 아들의 상속분은 각 8만 달러가 된다. 그런데 A는 자신의 상속분을 초과하는 증여를 받았으므로 상속에서 배제된다.
이 경우 A는 초과분인 1만 달러를 반환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남은 상속재산인 15만 달러를 B와 C가 2분의 1씩(7만5000달러씩) 분배받게 된다. 따라서 B는 5만5000달러를, C는 7만5000달러를 각각 지급받게 된다. 생전증여의 목적물 가액은 일반적으로 증여한 때를 기준으로 평가된다.
◆한국은 생전증여 시 문서 필요 없어
이와 같은 생전증여의 법리는 실제 사안에서는 그 적용이 매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부모가 생전에 자녀에게 어떤 증여를 했을 때 그것이 그 자녀의 상속분에 대한 선급의 의미를 가지는 것인지 아니면 아무런 고려 없이 그냥 준 것인지를 구별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법령들이 생전증여에 관한 문서를 요구한다. 예컨대 UPC는 피상속인이 문서로써 생전증여라는 취지를 밝혔거나 상속인이 문서로써 생전증여임을 인정한다. 또 피상속인이 상속재산의 분배를 계산함에 있어서 증여가 고려돼야 한다는 취지를 문서로 밝힌 경우나 상속인이 상속재산의 분배를 계산함에 있어 증여가 고려돼야 한다고 인정한 경우다.
유타 주 대법원도 생전증여임을 증명하는 문서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는 생전증여로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생전증여에 관한 문서를 작성하는 경우는 현실적으로 매우 드물기 때문에, 이와 같은 요건은 생전증여를 사문화시키고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이는 우리나라의 상황과는 매우 다르다. 우리나라에서는 생전증여를 인정하기 위해서 반드시 문서를 요구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피상속인이 생전에 상속인에게 상당한 재산을 교부했다면 그것은 일반적으로 상속분의 선급으로써 교부한 것으로 보아 구체적 상속분을 계산할 때 이를 고려한다.
김상훈 법무법인(유한) 바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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