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STORY] 외로운 싱글을 위한 대안주택
'따로 또 같이' 더불어 사는 공동체 하우스
[한경 머니 = 배현정 기자 │ 사진 서범세 기자] 가족의 구성이 변화하듯 주거 공간도 다양하게 디자인돼야 한다. 국내에선 아직 걸음마 단계이지만, 공동체의 유대감과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공존하는 공유 주거 방식이 시도되고 있다.

조합을 결성해 함께 짓는 협동조합주택, 한 집에서 여러 구성원이 모여 사는 셰어하우스,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이들이 마을을 이루는 공동체 등이 대표적인 형태다. 홀로 나이 들어감이 두려운 싱글들에게 ‘사회적 공동체’가 있다는 건 커다란 힘이다. 이웃끼리 말 한 번 건네기도 힘든 각박한 사회에서 공유주택의 삶은 ‘따로 또 같이’ 살고픈 현대인의 로망이 담긴 주거 실험이다.

은퇴자협동조합 주택 ‘구름정원사람들’

구름정원사람들 공동으로 마련한 1층 상가.
구름정원사람들 공동으로 마련한 1층 상가.
하늘과 소나무의 푸르름을 만끽할 수 있는 공용 공간인 테라스
하늘과 소나무의 푸르름을 만끽할 수 있는 공용 공간인 테라스
8가구의 취향을 고려해 각기 다르게 설계했다, 다락방이 있는 4층 하기홍 이사장의 집.
8가구의 취향을 고려해 각기 다르게 설계했다, 다락방이 있는 4층 하기홍 이사장의 집.
은퇴 후 자연과 벗하며 ‘사회적 가족’으로 살기 위해 여덟 가족이 의기투합했다. 함께 영화를 보고 책을 읽을 수 있는 넓은 커뮤니티 공간을 비롯해 꽃과 나무를 기를 수 있는 텃밭, 작으나마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상가까지 공동으로 만든 것. 그곳에서 혼자 살아가는 1인 가구도 공동체와 어우러져 함께 조화를 이루는 황혼의 삶을 꿈꾸고 있다.

서울 은평구 북한산 둘레길 8코스인 구름정원길 입구에 자리한 ‘구름정원사람들’은 2014년 10월 완공된 주택협동조합 하우징쿱의 1호 주택이다. 평균 나이 52세로 은퇴를 했거나 은퇴를 앞둔 중장년 8가구가 모여 ‘또 하나의 가족’을 이뤘다. 출판사 대표에서 교사, 경제학자, 목사에 이르기까지 저마다 하는 일이 다르고, 1인 싱글 가구를 비롯해 2~5인 가구까지 가구 형태도 다양하다. 8가구 중 3가구는 혼자 사는 1인 가구다.

진보주의 경제학자인 정승일 박사도 이러한 공동체의 삶과 북한산을 병풍처럼 두른 자연친화적 공간에 반해 이곳에 입주했다. 정 박사는 “얼마 전 이웃집 서너 곳과 장장 10시간에 걸친 북한산 등반을 다녀왔다”며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여느 주택들과 달리 마음이 맞는 이웃과 더불어 살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이곳은 집을 설계할 때부터 입주자들이 아이디어를 모으고 시공 과정에 직접 참여했다. 입주 전부터 매주 모임을 가져온 터라, 일반 다세대주택이나 빌라 주민들과 달리 소통이 원활하다. 하지만 각기 다른 생활방식의 입주자들이 부대끼다 보면 갈등도 적지 않게 경험한다. 정 박사는 “협동조합에 뜻을 같이 한 사람들이라고 해도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있고, 다함께 하는 활동에 의미를 두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구름정원사람들 4층에는 커뮤니티 룸이 있어 회의를 하거나 함께 음식을 먹을 수 있는데 최근에는 매월 한 차례 회의를 갖고 있다. 각 층마다 시원한 공기를 들이마실 수 있는 테라스와 지하의 커다란 세탁실과 창고로 활용하는 널찍한 공유 공간도 있다. 이러한 공유 공간의 존재는 뜻밖에도 청소 문제 등 갈등의 씨앗이 되기도 하지만, 협동조합의 중요한 의사결정은 여덟 가족 모두의 의견을 존중한다.

511㎡ 넓이의 땅에 4층짜리 하얀 건물의 외양은 흡사 일반 빌라 형태이지만, 내부는 각 가구의 취향을 고려해 독립적으로 설계됐다. 작업실과 거주 공간을 분리한 집, 복층 구조의 다락방이 있는 집, 작은 기도실을 가진 집 등 각기 다른 8채의 단독주택이 모여 있는 형식이다.

이곳은 본래 ‘구름정원사람들협동조합’의 이사장인 하기홍 씨의 단독주택이 있었는데, 공동체에 관심이 있던 하 이사장이 땅을 싸게 내놓고 함께 살아갈 조합원을 모았다. 하 이사장은 “퇴직하고 어떻게 살 것인가 고민하다 보니 돈은 많이 못 벌더라도 지역에 일자리를 만들고 지속 가능한 사업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직장을 잃거나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 난관을 같이 헤쳐 나갈 사회적 가족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하 이사장과 구름정원사람들협동조합은 실제 지하와 1층에 상가 공간 3곳도 마련했다. 은퇴 후 함께 소득을 거둘 수 있는 공간인 동시에 마을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다. 현재 상가에는 커피전문점과 막걸리를 파는 음식점이 들어서 있다. 하 이사장은 “상가 임대를 통한 가구 수익은 월 20만~30만 원 수준인데, 몇 년 후 입주자들이 대부분 은퇴를 하게 되면 가게를 직접 꾸려 가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최초의 주택협동조합인 하우징쿱은 1호 구름정원사람들 외에도 제주 오시리가름협동조합주택, 서대문 하나의협동조합주택 등을 공급했고, 현재 제주단지형 공유주택, 인천 계양공유주택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인근 전세 가격으로 스스로 설계한 좋은 집에서 좋은 이웃과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따로 또 같이' 더불어 사는 공동체 하우스
테마가 있는 공유주택

예술인이 모인 마을

만리동 예술인 협동조합형 공공주택
만리동 예술인 협동조합형 공공주택
만리동 예술인 협동조합형 공공주택
서울시와 SH공사가 지은 협동조합형 공공주택인 ‘만리동 예술인 협동조합형 공공주택(이하 막쿱)’에는 미술, 건축, 영화, 문학, 음악 등의 예술가 29가구가 모여 산다. 2015년 3월 입주했다. 2014년 공동으로 육아를 분담하는 육아협동조합형 공공주택(강서구 가양동, 24가구)을 선보인 이래, 공동 관심사와 주거를 연계한 예술인의 협동조합형 공공주택을 만들었다. 막쿱은 4~5층짜리 회색 건물 3개 동으로 이뤄져 있다. 1인 가구, 2인 가구 등 가족 수를 고려해 평수도 다양하다. 연령대는 20대에서 60대에 폭이 넓다. 예술인 공공주택이라는 특성에 맞게 다양한 예술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1층 공용 공간을 이용해 지역 주민들과 소통하는 다양한 예술 프로그램들이 마련되고, 지역 벼룩시장 등 마을 축제에도 참여한다. 2년마다 재계약을 맺어 최장 20년까지 거주 가능하다. 전세 가격은 장기 전세 주택과 같이 주변 시세의 80% 수준이다.

느슨한 공동체 안의 여유
셰어하우스 ‘통의동집’

셰어하우스 ‘통의동집’
셰어하우스 ‘통의동집’
서울소셜스탠다드와 정림건축문화재단이 함께 만든, 혼자이면서 함께 사는 셰어하우스. 하나의 주택 안에 개인을 위한 독립 공간과 함께여서 즐거운 공유 공간이 공존한다. 입주민은 1인 7가구로 각각 독립된 방에 거주하지만, 부엌과 서재 등은 함께 사용하는 형태다.
단순히 일반 주택의 방을 하나씩 나눠 쓰는 방식을 넘어, 세련된 셰어하우스의 첨단을 보여준다.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조명의 위치, 과학적으로 설계한 공간 맞춤가구 등이 돋보인다. 부엌에는 싱글들이 구비하기 힘든 대형 조리기구 등이 두루 갖춰져 있고 식당 시설도 수준급이다. 제3의 운영자에 의해 관리돼 깨끗한 환경을 자랑한다. 개인 룸의 전용면적은 9㎡에서 12.2㎡ 수준이다. 계약 기간은 2년 이상이며, 보증금은 1000만 원에 월세는 룸의 크기에 따라 57만 원에서 67만 원 선이다.

취미와 꿈을 공유하는 주택
셰어하우스 ‘우주’

셰어하우스 ‘우주’
셰어하우스 ‘우주’
우주는 같은 관심사와 취미, 꿈을 가진 사람들이 삶을 공유할 수 있는 셰어하우스다. 한옥 셰어하우스, 영화를 사랑하는 이를 위한 셰어하우스, 예비 창업가를 위한 셰어하우스, 야구를 좋아하는 여자들을 위한 셰어하우스 등 각 지점별로 콘셉트가 있는 공유주택을 지향한다. 마포구, 성동구, 강남구 등 서울 전역에 개성 강한 셰어하우스 27곳을 만들었다. 우주의 월세는 평균 40만 원 선이며, 보증금은 2개월치 월세 수준이다. 계약 기간은 6개월이며,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을 때 연장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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