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 = 김수정 기자]
[BIG STORY]중년 싱글을 위한 ‘셀프 메디케이션’

흔히 인생을 논할 때, 등장하는 것 중 하나가 ‘면발론’이다. 한 번 사는 인생 ‘굵고 짧은’ 우동처럼 사느냐, ‘얇고 긴’ 냉면의 삶을 사느냐 하는 물음이다. 모든 것을 혼자 책임져야 하는 싱글들에겐 더욱 묵직하게 다가오는 고민일 것이다. 물론, 누구나 속내는 ‘굵고 길게’ 살고 싶을 터. 하지만 신이 아니기에 우리는 매 순간 선택을 해야 한다.

그 수많은 선택 속에 균형을 맞춘 삶을 사는 것이 행복에 가깝지 않을까. 그래도 굳이 인생에서 “뭣이 중헌디”라고 콕 집어 물어본다면 역시 건강이다.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중년 싱글들의 셀프 메디케이션 노하우를 들어봤다.
“나 혼자서도,  건강하게 산다”
15년 차 돌싱남 법무사 신수철(가명, 58) 씨는 요즘 부쩍 고민이 늘었다. 금쪽같은 두 딸이 지난해 모두 시집을 가면서 완벽한 1인 가구가 됐기 때문이다. 아무리 품 안의 자식이라지만 아이들의 출가가 남긴 공허함은 예상보다 컸다. 또 가끔은 막연한 두려움이 그를 괴롭힌다. 예상치 못한 심근경색, 수면무호흡증과 같은 응급상황이 발생할 경우, 혼자서 어떻게 대처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이혼 후, 매주 등산도 하고,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에, 몸에 좋은 음식들을 챙겨 먹으면서 열심히 건강관리를 했어요. 그런데 세월 앞에 장사가 없잖아요. 매해 체감하는 체력도 다르고, 거울에 비친 제 모습에 자신감이 떨어질 때도 있죠. 무엇보다 이제는 매번 이렇게 혼자 챙기는 것이 힘에 부치기도 하고, 덜컥 혼자서 죽음을 마주할까 봐 걱정도 됩니다.”

하지만 아직 50대인 그가 실버타운에 들어가는 것도, 다시 누군가와 함께 생활하는 것도 녹록지만은 않은 상황. 신 씨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 중년의 싱글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신 씨와 비슷한 고민을 해봤을 것이다.

실제로,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우리나라 세대별 1인 가구 현황과 정책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1인 가구의 건강 상태는 전반적으로 다인 가구보다 낮은 수준이다. 특히, 중년층(40~64세)에서 그 격차가 가장 컸는데, 중년층 1인 가구의 만성질환 감염률(64.8%)과 입원율(12.4%)이 중년층 다인 가구의 만성질환 감염률(44%)과 입원율(8.2%)보다 높았다.

중년 1인 가구의 우울의심율과 자살생각률도 다른 세대의 1인 가구보다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이는 중년 1인 가구를 둘러싼 경제, 건강, 사회관계 등에서 부정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 할 수 있다”며 “1인 가구 자살 위험을 낮추기 위한 정신건강적 개입이나 사회복지 지원 등 다차원적인 접근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중년 싱글은 물론, 누구나 스스로 건강관리를 할 수 있도록 도모하는 서비스를 계속해서 구축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보험 빅데이터 서비스다. 건강보험 빅데이터는 전 국민 건강검진 등 다양한 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 이용 방법도 간단하다.

우선, 건강iN 홈페이지(http://hi.nhis.or.kr)에 접속해 개인별로 공인인증서를 통해 로그인한 후 ‘마이 헬스 뱅크(My Health Bank)’ 서비스 이용에 동의하면 자신의 건강검진 결과 및 생활습관(문진표), 진료 및 투약 정보 등 개인 건강기록을 제공받을 수 있다. 이러한 건강기록을 기반으로 비만 및 대사증후군, 건강나이 알아보기(HRA), 뇌졸중 위험 예측 등 현재의 건강 상태를 진단하고 미래의 건강위험도를 예측할 뿐만 아니라 맞춤형 건강정보까지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원스톱 서비스도 마련돼 있다.

◆프리미엄 의료 서비스부터 시술까지

하지만 보다 더 즉각적이고, 정밀한 예방관리를 위한 프리미엄 민간 의료 서비스도 중년 싱글들의 셀프 메디케이션의 새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예방의학 및 맞춤형 질병 치료에 중점을 둔 차움 안티에이징센터의 VVIP 중년 싱글을 위한 프리미엄 의료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차움 안티에이징센터에서 진행하고 있는 검사 및 프로그램은 이미 발병한 질병을 치료하는 목적보다는, 건강검진으로는 찾기 힘든 건강하지 않은 상태를 찾아내어 최적의 건강 상태를 유지시켜주는 데 목적이 있다. 기본적인 혈액 검사를 비롯해 모발과 소변 유기산, 호르몬 검사 등을 실시해 라이프스타일을 개선하고 운동과 식사 등을 교정해 건강한 상태를 찾아갈 수 있도록 한다.

차움 관계자는 “최근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예방의학이나 안티에이징에 관심을 갖고 내원하는 중년 싱글들이 늘고 있다”면서 “특히, VVIP 중년 싱글들이 선호하는 의료 서비스로는 개인의 유전체를 확인해 유전체의 특성에 맞는 운동법과 식이요법 등을 제안하는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차움은 또 의료진이 고객을 직접 찾아가 1인 개인 룸에서 필요한 모든 검진이 진행되는 ‘원스톱 맞춤 검진’도 도입하는 등 다양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밖에도 최근에는 두피, 피부, 손톱 등 전문 시술을 통해 건강뿐만 아니라 외모까지 가꾸는 중년 싱글들도 부쩍 늘어나는 추세다. 외모 관리를 통해 자신감도 회복하고, 활력소를 얻는다는 것. 50대 싱글남 박성철(가명) 씨는 이혼 후, 괜한 자격지심에 자신감이 떨어지던 중 지난해 지인의 추천으로 피부과를 방문하게 됐다. 처음 피부과를 내원했을 땐 뭔가 어색하기도 하고, 특별한 변화를 느끼지 못했지만 시술을 받을수록 피부가 좋아지는 것을 체감하며 점점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보는 일이 늘어났다.

이제는 바쁜 일정 속에서도 한 달에 2~3회는 꼭 피부 관리를 받고, 미용실에서도 두피 마사지를 받고 있다. “중년에 혼자 살다 보면 자칫 자기 관리에 소홀해지기 십상이죠. 또 한 번의 이별을 경험한 터라 이성과의 만남은 물론, 사람들과의 만남을 자꾸 피하게 됐어요. 그러다 보니 저도 모르는 새 제 스스로를 방치하고 있더라고요. 외로웠죠. 그러던 중, 우연히 피부과 시술을 받으면서 예전엔 안 보였던 얼굴의 잡티나 주름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개선되는 걸 느끼면서 자신감도 회복하고 있어요. 이제는 좋은 인연도 찾고 싶습니다.”

실제로 박 씨처럼 최근 중년 남성들의 피부, 두피, 손톱 등 미용 시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40대가 지나면서 사회적, 경제적 지위가 높아짐에 따라 건강·외모 관리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는 것이 주요인이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피부클리닉 비오페이스의 박주영 대표원장은 “중년의 미용 수요가 증가하는 것을 해마다 체감하고 있는데, 특히 중년 남성 고객들의 경우, 2년 전에 비해 50% 이상 증가했다”며 “무조건 젊어지고 싶다는 열망보다는 중년의 경우, 만성질환 예방이나 건강관리 측면에서 관심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자기 관리의 한 영역인 미용 분야도 영향을 받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혼밥’도 품격 있고, 건강하게

균형 잡힌 식습관도 셀프 메디케이션의 중요한 키워드다. 음식을 어떻게 섭취하느냐에 따라 그것이 곧 약(藥)이 될 수도, 독(毒)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를 동양의학에서는 ‘약식동원(藥食同源: 음식과 약은 뿌리가 같다)’이라 강조했으며, 서양의학의 대가 히포크라테스 역시 “음식으로 못 고치는 병은 의사도 고칠 수 없다”고 말할 정도로 음식과 건강의 상관관계는 밀접하다. 그러나 바쁜 일상에 쫓기는 현대인들의 경우, 잦은 외식과 불규칙한 식습관, 폭식 등으로 인한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비만 발생률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요리연구가 이채윤 씨는 “중년은 신체적으로 성장기의 청소년에 비해 생리적 변화가 거의 없다고 하나 체력의 효율성이 점차 감소하고, 만성 퇴행성 질환에 노출되는 만큼 식단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며 “도정하지 않은 통곡물류와 과일·채소류 중심으로 식단을 구성하고, 틈틈이 칼슘 보충을 위해 버섯과 해조류를 섭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비타민과 무기질, 필수지방산인 오메가3, 오메가6 등 지방산도 필수다”라고 덧붙였다.

물론,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매끼 균형 잡힌 식단을 실천하고 싶지만 바쁜 중년 싱글들에게 매끼 영양 면에서 균형 잡힌 식사를 챙겨 먹기란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따라서 최근에는 이들을 타깃으로 한 프리미엄 도시락이 건강한 1인 식탁의 대안으로 떠올랐다. 프리미엄 도시락 외에도 과일이나 디저트까지 배송해주는 건강식품배달 서비스 또한 중년 싱글들의 건강도우미로 호응을 얻고 있다.

영업일을 하는 50대 중반 싱글 이진형(가명) 씨는 직업 특성상, 잦은 술자리와 야식으로 고혈압과 당뇨에 시달렸다.

“50대 접어들면서 부쩍 몸이 안 좋아지는 걸 느꼈습니다. 병원에서도 ‘식단 조절을 하지 않으면 위험하다’고 누누이 강조했죠. 덜컥 겁도 나고, 어떻게 식단을 꾸려야 하나 막막했던 찰나 지인을 통해 ‘샐도락’을 알게 됐어요. 상담 후 하루 1500kcal 식단을 추천 받아 두 달째 이용 중입니다. 처음에는 현미밥을 먹는 게 곤혹이었는데 이제는 제법 입에 맞습니다. 무엇보다 점점 몸도 가벼워지고 매끼 뭘 먹을지 고민하지 않고, 건강하게 식사를 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나 혼자서도,&nbsp;&nbsp;건강하게 산다”
사진=샐도락 제공

이 씨가 이용 중인 다이어트 ‘1인식 전문 도시락 업체’ 샐도락(http://www.efreshfood.com)은 상담을 통해 고객의 영양 상태와 식습관, 운동 패턴 등을 파악한 뒤 적합한 식단을 추천해준다. 식단 구성은 1일 총 칼로리에 따라 결정되는데 900kcal, 1200kcal, 1500kcal, 1800kcal에 맞춰 현미밥, 통밀샌드위치, 샐러드, 요거트 등 다양한 메뉴의 도시락이 배달된다.

이뿐만 아니다. 도시락만 먹기엔 2% 부족함을 느끼는 싱글들을 위해 간단히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도록 음식 재료만 배달해주는 서비스도 꾸준히 생겨나고 있다. 누구나 쉽게 요리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정량의 재료와 레시피를 배달하는 쿠킹푸드 업체 ‘프렙(http://www.prepbox.co.kr)’이 대표적이다.
“나 혼자서도,&nbsp;&nbsp;건강하게 산다”
사진= 프렙 제공

고객들은 이탈리안 음식뿐만 아니라 한식, 일식, 브런치 등 다양한 나라의 음식을 집에서 직접 요리할 수 있다. 가령, 프렙 홈페이지를 통해 고객이 ‘앤초비 오일파스타’를 주문하면 올리브오일, 마늘, 스파게티면, 이탈리아 파슬리, 앤초비 페스토가 박스에 담겨 오고, 이 재료들 중 마늘과 이탈리아 파슬리만 썰면 준비가 완료된다. 프렙에서 보내주는 레시피 카드에 요리 과정 사진과 내용이 상세하게 적혀 있어 그대로 요리하면 레스토랑에서만 먹을 수 있었던 앤초비 오일 파스타를 혼자서도 맛있게 즐길 수 있다.

프렙 관계자는 “즐겁게 음식을 만들고, 먹는 행위 자체로도 삶의 가치를 얻을 수 있다”고 전했다. 그의 말처럼 중년 싱글을 위한 셀프 메디케이션의 시작은 한 끼 식사 속에서도 즐거움을 찾고자 하는 자기애에서 발현될 것이다.

김수정 기자 hoho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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