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기부 활성화 vs 편법 견제

6인의 전문가, 편법 상속 ‘NO’…기부 장려 ‘OK’
주요 로펌의 상속 전문가들은 이번 국회의 상속 관련 법안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리고 있을까? 전문가들에게 20대 국회의 상속 관련 법안의 의미와 향후 개정 방향 등에 대해 물었다.
6인의 전문가, 편법 상속 ‘NO’…기부 장려 ‘OK’
“공익법인 설립 규제, 소탐대실 우려”
재벌들의 공익법인을 이용한 편법 상속·증여를 막기 위해 만든 법 규제가 선의의 기부자에게 큰 재앙으로 돌아온 사례가 있었다. 자신이 소유한 회사 주식의 90%를 출연해 설립한 공익법인에 증여세 140억 원이 부과되고, 대법원 판결이 지연되면서 기부자에게도 연대납세의무자로서 가산세 포함 225억 원이 부과되는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 과세가 이루어진 소위 ‘수원교차로 사건’이 그것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공익법인 세제의 틀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현재 공청회 등 사전작업이 진행 중이다.
그런데 현재 국회에 제출된 의원입법 법안들 중에는 의원 개인 혹은 각 정당별 입장에 따라 180도 서로 다른 방향성을 가진 법안들이 혼재하고 있어 향후 입법 과정이 순탄하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예컨대, 한쪽에서는 기부 문화 활성화를 위해 공익법인 출연 주식에 대한 과세가액 불산입 한도를 10~20%로 확대하는 법안을 제출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편법 상속·증여를 방지하기 위해 오히려 성실공익법인제도를 폐지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한편, 공익법인 출연 주식에 대한 과세가액 불산입 한도는 상향하되 출연 받은 주식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는 절충안도 제출됐다.
이러한 상충하는 법안들은 결국 ‘기부 문화 활성화를 통한 공익 증진’과 ‘재벌들의 편법 상속·증여 방지’ 중 어디에 방점을 둘 것인가라는 기본적인 가치관 차이에 기인하는데 양자는 쉽게 조화되기 어려운 문제다.
공익법인에 대해 세제 혜택을 주는 것은 혜택 대상인 세금을 걷는 것보다 공익법인의 공익목적 활동을 지원하는 것이 보다 공익 증진에 효과적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 이러한 전제를 수긍한다면 소수의 일탈행위를 방지하겠다는 목적하에 공익법인의 설립을 어렵게 하는 방향의 규제 방식에서 벗어나 공익법인의 활동을 효과적으로 감독하고, 공익법인이 실제 공익 활동에 나설 수 있도록 하는 규제 방식으로 변화하는 것이 공익법인에 대한 올바른 규제 방향이 될 것이다. 소수의 일탈을 막는 것에 초점을 두어 ‘빈대를 잡기 위해 초가삼간을 태우는’ 소탐대실의 우를 범해선 안 된다.
공익법인에 대한 출연 주식의 과세가액 불산입 한도를 어느 선으로 정하느냐보다 근본적인 개선 방향은 편법 상속·증여의 소지가 없는 사안에 대해서는 규제를 받지 않도록 해 선의의 피해자를 만들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예외를 허용하지 않는 규제는 자칫 제2의 수원교차로 사건을 만들 뿐이다. 나아가 세수를 위해 기부금에 대한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혜택을 낮추는 등 기부 문화 활성화에 역행하는 제도 역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6인의 전문가, 편법 상속 ‘NO’…기부 장려 ‘OK’
“재산 기부 시 유류분 축소 가능해야”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지나치게 경직된 상속제도를 가지고 있는데, 그 중심에는 유류분제도가 자리하고 있다. 유류분은 생존 가족의 생계 보장 및 상속재산에 대한 상속인들의 기여를 고려해 인정된 제도다. 그러나 이는 피상속인의 재산 처분의 자유와 유언의 자유, 사후 설계의 욕구를 크게 제한하는 것으로, 특히 기부조차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에서는 유류분제도가 아예 존재하지 않으며, 유류분제도를 두고 있는 나라들도 이를 제한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예컨대 우리와 같은 상속법제를 가지고 있는 일본에서는 민법의 특별법으로서 <중소기업에 있어서 경영 승계의 원활화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유류분에 관한 민법의 특례’를 마련했다. 이 법률에서는 가업승계 대상 회사의 주식에 대해 상속인들이 사전에 유류분의 산정 대상에서 제외하는 합의를 하는 것을 유효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처럼 유류분을 사전에 포기하는 것은 무효로 보고 있다. 이러한 경직성을 탈피하고 기부 문화의 정착을 도모한다는 측면에서 피상속인이 공익 목적으로 상속재산을 기부하는 경우 상속인의 유류분 비율을 축소하는 개정안의 취지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공익 목적의 범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의 예민한 문제가 남을 것이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는 향후 많은 논쟁이 예상된다. 공익법인법이나 공익신탁법상의 공익 목적 규정을 고려해 그 범위를 구체적으로 법률에 명시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상속과 관련해 향후 법 보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추정상속인의 폐제’제도다. 추정상속인(상속을 개시한 경우에 상속인이 될 자)이 피상속인을 학대하거나 중대한 모욕을 가하거나 현저한 비행을 저지른 경우에 피상속인이 추정상속인의 폐제를 법원에 청구함으로써 추정상속인이 유류분도 주장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상속인을 폐제하는 제도는 일본 민법(제892조)뿐 아니라 조선시대에도 있었던 전통적인 제도다. 이러한 제도를 도입할 경우 불효자를 상속으로부터 배제함으로써 피상속인의 유언의 자유를 확대하고 건전한 사회질서 형성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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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법인 출연 재산 의무 사용 강제해야”
공익법인의 활동은 그 자체가 일종의 공공재이기 때문에 세제상의 우대 조치를 하는 것은 전 세계적인 기류다. 다만, 공익법인이 수익사업을 하는 경우에는 영리법인과의 형평성 문제가 야기될 수 있으며 공익법인을 통한 상속·증여세 등의 조세 회피가 발생할 우려가 있음을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다.
현재 공익법인에 대한 시각은 주로 대기업이나 그 관계자들이 설립한 법인들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관계로 실제 공익법인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간과하며, 일부에서는 극단적으로 제도 폐지까지 언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기부에 인색한 한국적 정서를 바꾸어 가는 역할을 담당했던 제도를 일부에서 기업지배 수단으로 사용했다는 이유로 완전히 폐지하겠다는 것이어서 겨우 싹트기 시작하는 고액 기부 문화를 뿌리째 뽑아버리는 우를 범하는 것이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성이 있다.
공익사업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공익법인의 활성화와 더불어 남용 방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결국 공익법인의 공익성과 투명성 제고를 위한 제도 개선과 공익법인에 대한 출연이나 기부에 대한 조세 지원, 기존 과세제도의 문제점은 보완이 필요하다.
먼저 공익법인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서는 현재 <상증세법>에서 정하고 있는 관리 감독의 권한과 책임 소재 관련 규정들이 공익법인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는지 여부와 실제로 이러한 규정들이 적용되고 있는지 검토해 공익법인에 대한 사후관리 강화에 중점을 두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공익법인 출연재산의 의무 사용을 강제하는 규정과 공익법인 회계감사를 위한 비영리법인의 회계기준 등을 도입하는 것이 선행될 수 있을 것이다.
또 개별 법령에 의해 주무관청마다 설립과 폐지, 관리감독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데, 그 기준이 서로 달라 납세의무자에게 혼란을 초래하므로 이를 방지하기 위해 단계적으로 공익법인의 설립상 문제와 사후관리, 공익성 검증까지 모든 절차를 동일한 기관에서 담당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더불어 우리 사회의 기부 문화 활성화와 공익법인들의 공익 활동 장려를 위해 공익법인의 주식 출연 한도를 상향 조정해 주식을 기부할 수 있는 길을 터주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등 재벌이 세금 부담 없이 기업지배 수단 또는 부의 세습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 공익법인 제도의 효율성과 탄력성을 증대할 수 있는 방안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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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법인, 상속 인정 시 상속세 정비 필요”
공익법인에 대한 필자의 생각은 다음과 같다. 첫째, 공익법인을 설립하고 설립자와 그 후계자들이 지배권을 갖는 것을 반대하지 않는다. 그들이 지배권을 갖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구별해 대우하면 된다. 지배권을 갖는 경우도 허용하는 것이 공익법인을 활성화하는 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지배권을 갖는 공익법인이라도 더 많이 생기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둘째, 특히 설립자의 후계자가 지배권을 갖는 경우에는 상속의 일부로 인식하는 것이 타당하다. 다만 증여나 일반적인 상속으로 물려주는 것에 비해서는 취득한 경제적 가치가 줄어들 수 있다.
공익법인의 부작용으로 많이 거론되는 것이 원래의 취지대로 운영되지 않고 우회적 상속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상속으로 인정하면 그 악용의 취지는 사라진다. 일반적인 상속에 비해 상속으로 인한 부담은 덜어주고, 그 대신 공익적 기능은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다. 상속으로 인정하자는 것은 만일 상속인 중 어느 한 사람 또는 일부가 그 공익재단의 지배권을 물려받는다면, 그 점에 관해 다른 상속인들에게 배려해주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익법인제도를 부정적으로만 보고 제한 규정을 강화하는 것에 찬성하지 않으며, 오히려 더 편하게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가령 공익법인을 통해 상속과 관련해 어느 정도 이익을 얻는다 하더라도, 그것과 병행해 공익 목적의 사업을 수행하기만 한다면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공익법인을 통한 상속을 인정한다면, 상속세 부분도 정비할 필요가 있다. 공익법인의 지배권을 인정하더라도 상속세까지 과세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한다면, 해당 부분의 상속세를 감면해주는 명문 규정을 둘 수 있을 것이다. 일정한 범위의 공익법인에의 출연은 유류분 산정을 위한 간주 상속재산의 범위에서 제외할 것인지 검토가 필요하다. 또 사후 인지로 인한 상속가액 청구권은 청구 대상자들에게 가혹한 고통을 주는 경우가 있으므로 개정이 필요하다.
사회의 활력을 증진시키기 위해 ‘노노(老老) 상속’을 줄이고, 좀 더 이른 단계에서 부의 이전이 이루어지게 할 필요가 있다. 현실적으로 이는 증여세 감면을 통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 같은 감면이 사회 정의 측면에서 부정적이라면, 정해진 기간 내에 사업이나 투자가 돼야 한다는 등의 일정한 조건을 달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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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 최고세율 하한선 현실화해야”
현재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상속 관련 법안은 상속세제에 관한 본질적이고 주된 부분을 손질하기 위한 개정안이 아니라, 주로 공익법인과 관련된 부분에 한정돼 있다. 이러한 점에서 상속세제를 둘러싼 본격적인 입법 전쟁이 시작됐다고 보기는 어렵고, 그러한 전쟁의 서막 정도가 아닌가 싶다.
현재 발의된 개정안은 기부 문화의 활성화를 위해 공익법인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과 공익법인을 부의 편법 상속 또는 계열사의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공익법인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 등 서로 상반된 시각을 가진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기부 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현재 공익법인에 대한 규제를 일정 부분 완화할 필요성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이므로 증여세 과세가액 불산입 한도 확대 등을 완화하되, 공익법인을 통해 계열사의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이용될 가능성을 낮추려는 제도적 장치를 강화하는 내용으로 법률 개정이 이루어질 것으로 본다.
현재 상속세 과세 방식은 이른바 ‘유산세제’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이 방식에 따르면 상속인들이 상속 받은 재산의 많고 적음에도 불구하고, 상속인들 모두 동일한 세율이 적용되고, 상속재산이 1인에게 상속되거나 다수인에게 분산, 이전되는지를 불문하고 조세의 총 부담액이 동일하게 된다.
그런데 상속재산을 취득하는 상속인들의 입장에서는 소득에 해당된다고 볼 여지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와 같은 ‘유산세제’ 방식보다는 상속인들이 실제로 취득한 상속재산을 기초로 상속세를 부과하는 이른바 ‘유산취득세(자산이전세)제’ 방식으로 개편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상속세 세율은 독일, 영국 등 선진국에 비해 상당히 높은 편이고,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세율을 독일과 단순 비교하면 한국이 10~50%, 독일이 7~50%로 돼 있어 언뜻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최고세율 구간이 한국은 30억 원부터 50%인 반면, 독일은 약 300억 원부터 50%를 적용하기 때문에 실질세율에서는 큰 차이가 난다. 현재 우리나라 경제 규모나 주택 등 자산 가치의 상승 속도를 고려할 때, 최고세율 50% 적용 금액 하한선인 30억 원은 너무 낮으므로 이를 현실에 맞게 높이는 쪽으로 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6인의 전문가, 편법 상속 ‘NO’…기부 장려 ‘OK’
“공익법인 세제 혜택 상한선 올려야”
정부의 예산만으로는 국가 전반에 걸쳐 교육, 장학, 의료 등 다양한 분야를 모두 지원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분야에서 공익법인들이 기부금을 재원으로 정부의 대체적 기능을 수행할 경우 사회 시스템이 보다 잘 돌아갈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조세 지원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현행 <상증세법>은 공익법인 등에 내국법인의 주식 등을 출연하는 경우 상속세 또는 증여세가 과세되지 않는 금액의 한도를 주식 발행 법인의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 또는 출자총액의 5%(성실공익법인의 경우 10%)로 제한하고 있어 공익법인의 기능을 활성화하기 위한 세제 지원으로는 매우 미흡한 수준이다.
물론 주식 기부가 가져오는 역기능도 존재한다. 공익법인에 대한 주식 기부가 대기업의 경영권 승계와 지배구조를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될 경우 공정거래 등 사회적 가치를 훼손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작용이 발생할 경우 세제 혜택을 주지 않으면 될 뿐이다. 또 부동산이나 금전채권 등 다른 재산들은 전액 과세가액 불산입의 혜택이 주어진다는 점을 고려할 때, 주식 기부에 대해서만 그 10분의 1 또는 20분의 1 수준의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따라서 세제 혜택의 상한을 높이고, 그 대신 악용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출연자가 자신과 아무런 특수관계가 없는 공익법인에 대해 주식을 출연하는 경우에는 더 많은 세제 혜택이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출연자 또는 그 특수관계인이 재산 출연일 당시 공익법인의 이사가 아니며, 출연을 전제로 출연일 이후에 이사로 참여하는 경우도 아니며, 공익법인이 출연자 및 그 특수관계인과 직접 또는 이들이 경영하는 법인과 거래를 하지 않으며, 그 외 특수관계가 지속적으로 존재하지 않도록 하고 공익법인이 목적사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조건(예컨대, 의무지출제도, 의무 위반 시 과징금 부과, 기타 각종 공시의무의 부여 등)을 충족하는 경우에는 세제 혜택의 상한을 30% 수준까지 상향시키는 것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