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의 종말’

[book]딜로이트가 내다본 경계 없는 산업 지도
2020년. 불과 5년밖에 남지 않은 미래에 우리의 산업 지도는 어떻게 바뀔까.
딜로이트 글로벌의 최고 전문가들이 무섭게 요동치고 있는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를 진단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경계의 종말’(412쪽, 1만8000원, 원앤원북스)은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져 가는 시대에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과 딜로이트 컨설팅의 대담한 제안을 담고 있다.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은 160여 년의 역사를 가지고 23만 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세계 최대 회계·경영 자문 그룹인 딜로이트 투쉬 토머츠의 한국 회원사이고, 딜로이트 글로벌의 경영 컨설팅 부문인 딜로이트 컨설팅은 전 세계 5만 명의 컨설턴트가 제조, 금융, 유통, 정보기술(IT), 에너지, 의료, 공공부문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책에서 말하는 2020년은 불과 5년 후의 일이다. ‘겨우 5년 안에 얼마나 바뀌겠어’라고 생각한다면 오판이다. 최초로 일반인도 사용할 수 있는 소형 카메라 ‘브라우나’ 판매(코닥), 대서양을 건너는 무선통신 성공(굴리엘모 마르코니), 라이트 형제의 첫 비행 성공, 헨리 포드가 자신의 이름을 딴 자동차 회사 설립, 존 플레밍이 실용적인 진공관 발명, 하버트 부스가 최초의 현대식 진공청소기 발명 등이 1900년부터 1905년까지 5년간 일어난 일이니 말이다.

딜로이트는 광범위한 산업 경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주목해야 할 변화들을 짚어내고, 경쟁력을 가지고 산업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을 총 11부에 걸쳐 제시하고 있다.

제조업의 미래와 관련해서는 정보통신기술(ICT)을 바탕으로 한 기업 간 협력 관계를 주문했다. 또 향후 10년간 손해보험산업을 변화시킬 잠재력 있는 디지털 기술의 아홉 가지 적용 분야로 텔레매틱스 기반 서비스(가입자의 행동을 추적한 데이터를 보험사로 전송하면 보험사는 맞춤형 보험료 산정), 자율주행차보험, 모바일 인터넷 보험 거래 등을 선정한 뒤 이에 대한 철저한 대비를 강조했다.

더불어 유통업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는 점과 소비자들의 높아진 정보 수준을 감안한 생존 전략을 전하고, 소비재 유통기업 파트에서는 미국 택배 서비스 업체인 UPS가 3D프린팅 서비스를 제공해주고 있다는 내용과 함께 새로운 트렌드를 찾아가기 위한 내비게이션을 제공한다.

딜로이트는 이외에도 디지털 시대의 운송업, 사물인터넷(IoT)을 통한 석유와 가스 전략의 변화, 의료와 생명과학, 공공부문에서의 예측과 감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는 경계의 붕괴를 진단하며 대폭적인 가치 전환을 호소한다.

딜로이트는 책의 말미 저자와의 인터뷰에서 “경계가 와해되는 상황에서 기존 업계와 동종 업체만을 살펴봐서는 위협을 빠르게 인지하거나 기회를 찾을 수 없다”며 “리더는 과거의 성공을 가능하게 했던 지식과 경험, 조직구조를 모두 버릴 수도 있다는 자세로 기존의 틀을 깨고, 주위를 둘러봐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책에 대한 업계의 추천도 눈길을 끈다. 조원홍 현대자동차 부사장은 “기업의 리더는 글로벌 산업의 변화 트렌드와 국내에서의 시사점을 이 책에서 얻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했으며, 이상묵 삼성화재 부사장은 “딜로이트와 세계경제포럼(WEF)의 금융 서비스 변화 방향에 대한 연구는 앞으로 글로벌 금융업계를 뒤흔들 다섯 가지 메가트렌드의 모습과 시사점을 통찰력 있게 보여준다”며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한용섭 기자 poem197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