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불륜의 시대를 사는 법
한 조사에서 세 커플 중 두 커플의 남자, 한 커플의 여자가 자신의 파트너가 아닌 사람과
섹스를 한다고 밝혔다고 한다. ‘비상식적’ 불륜이 일상으로 들어와 ‘상식’이 되고 있다.

“얼마 전에 참 어이없는 일을 겪었어요. 세상이 참 어떻게 가려는 건지. 선생님은 이미 뭐 사정을 많이 알고 계시겠지만.”
오랜만에 만난 50대 중반의 지인은 상기된 얼굴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제가 10년 넘게 데리고 있던 직원인데 얼마 전 자영업자로 독립해 나갔어요. 외국으로 수출도 하고 싶다고 조언을 부탁한다고 해서 격려도 해줄 겸 두어 번 만났죠. 그런데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느닷없이 ‘사장님, 저 스폰서 좀 소개해주세요’라고 배시시 웃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스폰서라니?’ 했더니 ‘사귀면서 잠도 자고, 제게 돈도 좀 줄 수 있는 분요. 사장님 곁에는 그런 분들 계실 것 같아서’라더군요. 내가 자네 결혼식도 가고, 남편이랑 술도 먹고 하던 사이인데 어떻게 그런 걸 소개하느냐고 하자 ‘그럼 사장님이 해주시면 안 돼요?’라고 하더군요. 얼굴이 화끈하더군요. 그래서 그냥 안 들은 거로 하자며 자리에서 일어나 나왔습니다.”
말을 하며 내내 혀를 찬 그는 “그때 일을 생각하면 화가 벌컥 치민다”면서 “도무지 나를 어떤 인간으로 봤기에 그런 부탁을 할 수 있느냐”고 되물어 왔다.

흔들면 엎어질 준비가 된 사람들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사실 많이 놀랐다. 필자는 사랑과 성에 대한 상담을 하는 사람이라 별별 이야기를 다 듣지만, 이런 이야기가 일상 속에서 스스럼없이 나누어진다는 게 차마 믿을 수가 없었다. 그는 필자의 이런 반응을 보고는 또 다른 이야기를 해주었다.

“나이트클럽에 가면 평범한 가정주부들이 모르는 남자들하고 공짜로 술 마시고 놀겠다고 온 이들이 많아요. 멋진 상대와 부킹을 시켜주는 것이 웨이터들의 의무이고 수입과 연관되는 일이기 때문에 대체로 여자들은 술값을 내지 않죠. 이런 여자들은 술값을 내지 않았기 때문에 웨이터의 손에 이끌려 이리저리로 모르는 남자들 앞에 앉혀집니다. 그래서 마음에 들면 계속 노는 것이고, 이것은 2차까지 포함되지요. 아니면 마음에 들 때까지 웨이터가 여자들을 계속 바꾸어서 데려다줍니다. 이게 성매매 아닌가요? 허허.”

그런가 하면 유독 다른 사람들에게 매너가 좋고 친절한 자기 남편에게 ‘작업을 거는’ 여자들 때문에 병이 날 지경이라는 가정주부도 만난다. 단지 친절하고 배려를 할 뿐인데 자기를 좋아하는 줄 알고 ‘관계’를 시작하자고 문자를 날리고, 카카오톡에 야릇한 이모티콘으로 도배를 하는 사람.

남자와 여자의 성별과 관계없이 누군가 나를 흔들어주기만 하면 엎어질 준비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소리를 무음으로 하면 티가 나지 않는 스마트폰 때문에 각자 임자가 있는 기혼남녀들은 문자와 이모티콘을 사용해 외간 남녀들과 시공간을 초월해 ‘특별한 관계’를 맺는 데 망설이지 않는다. 이 문자나 이모티콘은 말보다 가볍고, 무책임하며 숨을 곳이 많기 때문에 ‘아니면 말고’ 식의 관계를 맺는 데 일등공신이다.

또 바람난 남편 때문에 속을 끓이는 아내에게 남편은 “내가 좀 즐기고 네게로 돌아갈 테니 걱정 마라”며 큰소리치고, 그런 아내의 친구들은 “너도 다른 사람 만나 즐기라”며 “가끔 만나 이야기도 하고, 잠도 잘 문제없는 사람을 소개해주겠노라”며 바람을 넣는다.

실제로 지난해 20~65세의 파트너가 있는 남녀 성인 800명에게 조사한 바에 의하면 남자의 65% 이상, 여자의 30% 이상이 1년에 1회 이상 파트너 외 이성과 섹스를 했다고 대답했다. 이 연구 결과는 세 커플 중 두 커플의 남자가, 한 커플의 여자가 파트너 아닌 사람과 섹스를 하고 있다는 의미다.

사회가 이렇게 된 데는 매체의 책임이 가장 크다. 가장 친한 친구가 친구의 남편을 유혹하고, 착하고 고지식한 아내를 비웃으며 머리채를 휘어잡는다. 이런 막장 드라마와 이야기를 우리는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TV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쉽게 접한다.

도무지 상식적이지 않은 대사와 행동이, 그리고 불륜이 매일 개인의 일상으로 들어와 상식이 되고 있다. 게다가 컴퓨터를 켜면 뉴스 옆에 붙은 가슴 크고, 엉덩이 큰 젊다 못해 어린 여자들이 거의 나체로 찍은 사진과 동영상 때문에 가슴이 울렁거린다. 그야말로 ‘술 권하는 사회’에 보태어 ‘유혹을 권하는 사회’가 돼 버린 것이다.

남녀가 하는 사랑과 결혼이 행복하게 지속되려면 사랑하는 사람의 행복을 위한 투자, 그의 존재에 대한 감사와 존중, 성욕, 친밀감, 헌신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거기에 더해 이성 간 사랑에는 ‘배타성’은 아주 필수적인 요소다.

당신과만 섹스하고, 당신에게만 마음으로부터의 사랑을 주고받겠다는 결심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부부간에 섹스가 지루해지고 재미없어지면 밖에서 당의정 같은 관계를 만들 것이 아니라, 그것을 다시 살려낼 방법을 찾아보고 대화하고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다년간의 상담 경험으로 미루어 부부간에는 아주 작은 불씨만 있어도 불이 붙는다.

결혼은 ‘언약’이다. 그야말로 아플 때나 슬플 때나, 힘들 때나 당신의 곁을 지키고 함께 손잡고 의지하고 의지가 돼주며, 인생길을 끝까지 같이 가자는 ‘약속’이다.

‘결혼’은 특별하게 당신만 바라보고 살겠다는 약속이다. 그렇기 때문에 당신과의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배려하고 존중하며, 함께 행복한 인생을 만들어 가기 위해 무한한 노력을 하겠다는 약속이며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다짐이다.

언젠가 학생들에게 부모들의 인터뷰를 과제로 내어준 적이 있다. ‘결혼에 대한 탐색’이 주제였는데, 그때 한 학생의 어머니가 써주신 글이 생각난다. ‘결혼이 내 인생에서 늘 행복한 웃음을 주는 것은 아니었을지라도, 나는 앞으로의 내 인생에서 그를 떠나보내지 않을 것이고, 그의 인생에서 떠나지도 않겠다. 젊은 시절의 미약했던 내가 선택한 이 사람과 나는 인생을 끝까지 같이 하겠다’는 것이었다. 사랑도 결혼도 ‘끝까지 같이 하겠다’는 결기가 필요하다. 당신의 결혼은 여전히 안녕하신가요?

배정원 애정생활코치·성 전문가·행복한성문화센터 대표/ 일러스트 김호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