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일상 속 명품으로의 초대 ‘KOLLECTION’
아이들의 싫증난 장난감처럼 매일 물건들이 소모되고 버려지는 시대에 명품의 가치는 무엇일까. 어쩌면 당신의 일상에 답이 있을지도 모른다.

흔히 명품이라고 하면 범접하기 힘든 아우라와 희소성을 떠올린다. 하지만 잡지 편집장 출신으로 현재 브랜드 & 트렌드 미디어 에이전시 컴플리트의 대표인 김지영 씨가 생각하는 명품들은 그런 게 아니다. 지난 20년간 삶의 순간을 함께한, ‘평생 쓰는 브랜드’다.

‘KOLLECTION’(232쪽, 2만 원, 워러브더북)에서 다룬 명품 이야기는 브랜드의 협찬을 받아서 쓴 것이 아니라 저자 김지영의 집과 사무실에서 실제로 사용하는 물건들을 직접 스튜디오로 옮겨 촬영하고 이에 대한 집필을 진행한 것이다.

저자의 말대로 “학자의 이론이 아닌 소비자로서 실제로 구입하고 사용하고 브랜드 전문가로서 일하면서 인정하게 된 ‘좋은 브랜드’를 딸 유빈이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는 마음에서 출발한 독특한 명품 소개서인 셈.

저자의 명품 리스트에는 고가의 상품들만 올려진 건 아니다. 오디오계의 에디슨이라고 불리는 디자이너이자 발명가인 헨리 클로스가 몇십 년의 연구 끝에 탄생시킨 ‘티볼리 오디오’나 덴마크의 대표적인 키친 웨어 브랜드 ‘스텔톤’은 일상에서 함께할 수 있는 생활 브랜드다.

심지어 저자는 우리나라의 대표적 종합 문구인 ‘모나미’,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최고의 품질을 제공한다’는 기본 철학으로 전 세계에서 팔리고 있는 필기구 ‘빅(BIC)’, 세계적인 명사와 작가들이 애용하며 성공을 상징하는 럭셔리 필기구 브랜드로 인정받고 있는 ‘몽블랑’을 나란히 리스트에 올려놓았다.

일상 속 평범함만을 주목한 것은 아니다. 전 세계 구두를 만드는 사람들 사이에서 ‘세상에서 가장 귀중한 보석’으로 여겨지고 있다는 ‘마놀로 블라닉’, 전 세계 왕실과 귀족들 사이에서 애용되고 있는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 독보적인 입지로 모피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펜디’, 여자라면 일생에 한 번은 꼭 써봐야 할 향수라는 ‘샤넬N°5’, 나폴레옹과 그의 아내 조세핀이 사랑했던 최고의 하이 주얼리 브랜드 ‘쇼메’, 미슐랭 스타 셰프들로부터 죽기 전에 꼭 먹어봐야 할 세계의 식재료로 선정된 발효 버터 ‘에시레’ 등 100개의 명품 브랜드 이야기가 소개된다.

하이엔드 주얼리&워치 브랜드 까르띠에에 대한 에피소드도 눈길을 끈다. 저자는 “결혼 5주년 기념 선물인 예거 르쿨트르 리베르소를 비롯해 애지중지하던 시계들을 몽땅 도둑 맞고 가슴앓이를 한 시간도 있었지만 몇 년이 흐른 지금 그 시계들 없이 잘 살고 있는 모습을 보며 물건의 덧없음을 실감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래도 제대로 된 시계 하나쯤 있어야 한다면 세계 최고의 주얼러이자 워치메이커인 ‘까르띠에’를 추천하겠다고 귀뜸했다.

저자는 “이미 남은 인생을 함께할 브랜드들을 충분히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크게 깨닫게 되면서 예쁜 것을 보고 흥분해 순간 충동구매를 하는 일이 급격히 줄었다”며 “가치 소비가 화두인 이 시대에 지속 가능한 브랜드를 선별하고 가성비와 미래 가치를 예상할 수 있는 현명한 소비자들이 많아졌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한용섭 기자 poem197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