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호화 결혼과 빠른 이혼
화려한 다이아몬드는 영원한 결혼생활의 보증서일까? 호화로운 결혼식이 행복으로 이어질 거라는 믿음은 상업적으로 만들어낸 환상일지도 모른다.

최근 흥미로운 기사를 읽었다. 미국 에모리대에서 이성과 결혼한 성인을 대상으로 조사했는데, 결혼반지에 2000달러 이상의 돈을 쓴 남성은 그보다 덜 쓴 남성보다 이혼할 확률이 높았다고 한다. 또한 2만 달러 이상을 소비하며 호화 결혼식을 치른 부부는 결혼생활을 짧게 할 확률이 3.5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그 이유에 대해서 연구자는 “무리하게 호화로운 결혼식을 하느라 진 빚이 결혼생활에서 갈등 요소로 작용했기 때문이다”라고 예측했다.

이 기사를 보면서 우리나라의 결혼식 문화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았다. 사실 2000달러라면 우리 돈으로 260만 원 정도이고, 2만 달러라 하더라도 2600만 원 정도다. 이 금액이 적다는 것이 아니라 요즘 우리나라 결혼 관행상 이 정도의 비용을 과연 호화 결혼식이라 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거의 호화 결혼식을 올리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지 않을까?

대한민국 보통 결혼식의 비용은?
나는 대학에서 ‘성(性)과 문화’에 대한 수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학생들과 ‘모의결혼식’을 해보곤 한다. 실제 요즘 자신이 원하는 결혼식을 올리려면 어느 정도의 비용이 드는지를 알아보는 것에서 출발하는데, 학생들은 처음 자기가 원하던 ‘보통’의 결혼식에 어느 정도의 돈이 드는가를 알고 나면 표정이 변하곤 한다.

요즘의 결혼 풍속도는 결혼식을 치르기 위해 신랑과 신부뿐 아니라 그 부모나 가족들도 미용실에서 화장을 하고, 신랑과 신부는 예복과 드레스를 몇 번이나 바꿔 입으며, 심지어 식을 1, 2부로 나누어 하기도 한다. 또 식장도 호텔을 선호하지만, 일반 예식장뿐 아니라 구청 문화센터 등 결혼식 장소도 다양해졌는데, 문제는 장소에 따라 식의 형식이 바뀌는 것도 아니어서 신부들이 원하는 호텔식 꽃 장식 길과 드레스 등의 비용을 감안하면 거의 비슷한 비용을 치르게 된다.

결국 하루 몇 시간에 불과한 결혼식 비용은 쉽게 2000만~3000만 원을 훌쩍 넘어 버리고, 호텔 같은 곳에서 하객 수천 명의 축하를 받고 하는 결혼은 4억~5억 원이 넘기 일쑤다. 신부 드레스는 외국에서처럼 결혼식 후 옷장에 보관하는 것도, 고쳐서 다른 파티에서 입거나, 자기 딸에게 물려주는 것도 아닌데, 겨우 1시간 남짓 빌려 입으면서 몇백만 원을 치러야 하고, 일생 두어 번 다시 볼까 말까 한 사진과 동영상 촬영에 또 그만큼의 돈이 들어간다. 게다가 사진촬영만을 위한 드레스를 빌려야 하고, 화장을 해야 한다.

게다가 하객을 위한 피로연 음식은 당연히 수십 종류의 음식이 차려진 뷔페여야 해서 이에도 수백만 원이 필요하다. 이것도 호텔에서 하면 수천만 원 이상이 필요하다. 꽃값, 폐백비, 친구 피로연, 신혼여행비까지 치르면 이미 수천만 원이 결혼생활을 시작하기도 전에 소비돼 버린다.

외국의 경우는 대개 간단한 결혼반지 하나면 된다. 물론 외국도 요즘 젊은 여성들은 다이아몬드 반지 받기를 선호한다. 우리나라는 작은 것이라도 다이아몬드가 박힌 반지여야 하고, 그에 더해서 여러 종류의 보석을 세트로 받아야 ‘환영받는 며느리’인 것을 인증받는 것처럼 여긴다. 그뿐 아니라 시댁 식구, 처가 식구에게 고가의 선물도 필요하다. 전에는 시부모가 새 며느리에게 패물과 한복 등을 해주었다면, 요즘은 시어머니에게 새 며느리가 보내는 선물이 몇 백만 원이 넘는 코트나 가방이라고 하니 황당한 일이다.

돈 많은 처가 둔 신랑, 발기부전 고생?
현실 감각이 없는 학생들은 이에 더해 신혼여행지로 괌이나 사이판, 하와이, 유럽 등을 선호한다. 하지만 이 모든 비용을 자신이 치르려면 월급 중 100만 원이 넘는 돈을 10년 넘게 저축해야 가능하다는 것을 계산해보면서 학생들은 확실하게 현실적이 돼 간다.

이 비용들은 그저 결혼식에 필요한 비용들이다. 여기에 학생들이 원하는 66㎡ 정도의 아파트 전세금, 생활용품 마련비 등을 넣으면 결혼 비용은 쉽게 수억 원이 넘어간다. 이렇게 계산하면 젊은이들이 자기 돈으로 결혼하기란 아주 요원한 일이다. 결국 결혼 비용을 대폭 줄이고, 아파트 전세 대신 원룸 오피스텔, 빌라 월세 등으로 조정하지 않는다면 결국 부모님의 돈으로 결혼하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요즘 남자의 부모가 반대하는 결혼식은 쉽게 깨진다고 한다. 왜냐하면 남자의 부모가 반대하는 결혼을 강행하면 부모로부터 경제적인 지원을 포기하는 일이기 때문에 차라리 헤어지는 것을 택한다는 것이라니 정말 딱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하객만 2000명 이상을 초대한 서울 강남 5성급 호텔에서 치르는 결혼식에 종종 갈 기회가 있는데, 대개의 경우 신랑, 신부의 돈으로 이런 결혼식을 할 리는 만무하고, 결국 부모의 재력을 과시하는 행사에 신랑, 신부가 오히려 들러리가 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하객의 대부분이 신랑, 신부보다는 그 부모와 눈 맞추기에 열심이기 때문이다. 사실 개인적으로 이렇게 호화 결혼식이라면 축의금을 받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정도의 재력을 가진 이들이라면 축의금을 받아 결혼식 대금을 충당할 리는 없으니, 마땅히 참석한 하객들에게 그저 베푸는 것으로 ‘하객의 축복’만을 챙기는 결혼식이 돼야 한다고 생각해서다.

많은 돈을 들여서 결혼식을 시켜주었다면 자식은 그 부모에게 진 빚을 어떤 식으로라도 보상해야 할 것이고, 부모의 가당치 않은(?) 간섭이나 요구도 거절하기 어려울 것이다. 또한 자신이 번 돈이라 해도 신부에게 혹은 신랑에게 지나치게 과한 돈을 치러야 했다면 보상심리가 생기기 일쑤다. 실제로 상담 현장에 섹스리스로 찾아오는 커플 중에는 돈 많은 처가를 둔 가난한 신랑들의 심리적 위축으로 인한 발기부전이 원인인 경우도 적지 않다.

‘다이아몬드가 영원하다’는 말은 1947년 다이아몬드 가공업체 드비어스의 광고에서 시작됐다. 혹은 다이아몬드 값을 올리기 위해 그 생산량을 조절한다는 말도 들린다. 진짜 다이아몬드임을 확인하기 위한 제품보증서가 결혼생활의 영원함과 어떤 관련이 있다는 것일까? 호화로운 결혼식이 행복한 결혼생활로 이어진다는 것은 상업적으로 만들어낸 환상이다. 내 인생 안에서 사랑하는 바로 그 사람과 끝까지 같이 가겠노라는 마음이야말로 다이아몬드보다 먼저 마련하고 깊이 보관해야 할 보석이 아닌가 싶다.

배정원 애정생활코치·성 전문가·행복한성문화센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