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Travel] 제주로 건축기행을 떠나다
이런 사람들의 이름을 아는지. 리카르도 레고레타, 아타미 준, 마리오 보타, 안도 다다오…. 눈치 챘을지 모르겠지만 이들은 모두 내로라하는 세계적인 명성의 건축가들이다. 건축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이름을 거론하는 것만으로도 두근두근 가슴이 뛰리라. 그렇다면 이번에는 좀 더 어려운 문제. 이들 거장들의 또 다른 공통점은 무엇일까. 답은 모두 ‘제주에 자신의 이름을 앞세운 기념비적인 건축물을 여럿 남겼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건축가들은 자신이 설계한 건물을 ‘아무 데’나 세우지 않는다. 자신이 추구하는 메시지와 미감이 가장 효율적으로 드러날 공간을 찾는다. 그렇다면 제주에 이렇듯 세계적인 건축가의 작품이 잇달아 세워졌다는 것만으로도, 제주가 아름다운 휴양지이자 매혹적인 공간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셈이다.
[Healing Travel] 제주로 건축기행을 떠나다
제주의 건축은 뼈대가 되는 철근이나 몸체가 되는 시멘트로만 해독되지 않는다. 건축이 만들어 낸 선과 면을 넘어서 제주의 풍경 안에서 건축물이 어떻게 자연과 어우러지는지를 보여 준다. 한 발 더 나아가서 건축은 제주의 자연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것을 넘어서 더 빼어나게, 더 감격적으로 보여 준다. 건물의 선이 자연의 선과 겹쳐지고, 비어 둔 공간이 찬란한 빛으로 가득 차며, 창이 풍경을 가두는 액자가 된다. 건축물에 드리운 빛과 그늘까지 건축의 일부분이 되고 중산간의 바람마저 건물로 인해 형태를 갖게 된다. 건축이 자연을 가리는 게 아니라, 자연을 효율적으로 더 도드라지게 드러낸다는 얘기다.
글라스 하우스는 보는 각도에 따라 건축물의 모양이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글라스 하우스는 보는 각도에 따라 건축물의 모양이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건축물의 미감을 제대로 보려면 마음이 먼저 열려야 한다.
제주로 건축여행을 떠나기 전에 꼭 명심해야 할 한 가지. 먼저 자신이 건축가라고 상상해 보는 것이다. 제주의 눈 덮인 한라산 영봉이 정면으로 바라보이는 기막힌 자리, 혹은 에메랄드빛 바다가 눈부시게 펼쳐지는 협재 해변의 언덕쯤이라고 해도 좋겠다. 여기에 건축물을 지어야 한다는 과제가 당신에게 떨어졌다. 건물 자체의 미감은 물론이거니와 완성된 건축물의 프레임을 통해 내다보이는 시선까지 고려해야 한다. 적절한 메시지와 울림도 담고 있어야 한다. 게다가 건물이 주변 경관을 다치지 않아야 함은 물론이다. 아, 얼마나 고민스러울 것인가. 이쯤이면 제주라는 빼어난 공간 속에 인공 건축을 들여놓은 건축가들의 고민이 익히 짐작되지 않는가.

과연 이에 대한 해답을 건축의 대가들은 어떻게 찾아냈을까. 제주에서 당대 최고의 건축 대가가 세운 건축물을 찾아나서는 것은, 바로 그들이 제주의 자연 속에서 어떤 고민을 했고 또 어떤 해답을 찾았는가를 찾아가는 여정에 다름 아니다.


제주의 빛과 바람을 담은 거장의 건축물
내로라하는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제주에 건축물을 세우면서 목표로 삼은 것은 ‘자연과의 조화’ 혹은 ‘휴식과 명상’이다. 하기야 자연의 미감이 압도하는 제주에서 이것 말고 다른 무슨 주제를 찾을 수 있었을까. 아름다운 자연을 품은 힐링의 공간. 건축가들은 제주를 이렇게 읽어 냈다.

건축기행의 첫 목적지는 이제 막 개관을 앞두고 있는 서귀포시 중문의 제주 부영리조트다. 부영 리조트는 55만6350㎡의 면적으로 국내 리조트 중 최대 크기지만, 규모 말고도 이 리조트는 존재 자체가 기념비적이다. 2011년 타계한 멕시코의 세계적인 건축가 리카르도 레고레타가 생전에 마지막으로 설계한 건축물이기 때문이다. 건물은 직선으로 이뤄졌음에도 제주의 흙과 바다의 색감, 그리고 빛을 담아내 화려하다. 건물 외벽은 제주의 흙빛이자, 멕시코 특유의 색감을 연상케 하는 붉은 색조이고, 내부는 화려한 파스텔 톤으로 치장돼 있다. 레고레타 건축의 특징은 ‘빛’이다. 건물의 벽체를 테두리만 남기고 비워 놓고나, 격자무늬로 세워 빛을 안으로 들여놓는다. 쏟아져 들어오는 빛의 기울기를 계산해서 시시각각으로 내부 공간의 질감과 색조를 다르게 만들어 낸다. 건물 자체가 빛에 따라 살아 있는 것처럼 변하는 모습이 압도적이다.

부영리조트는 당초 앵커호텔이란 이름으로 건축되다가 중간에 소유권이 바뀌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리조트 건설을 앞두고 앵커호텔은 먼저 중문의 바다 쪽에 바짝 붙여 레고레타가 설계한 모델하우스 겸 갤러리를 지었다. ‘까사 델 아구아’. 스페인어로 ‘물의 집’이란 뜻이었다. 까사 델 아구아는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탄성을 자아냈다. 작가의 자유로운 상상으로 버무려진 제주의 색감과 빛은 훌륭했다. 대규모 리조트의 경우, 효율을 추구하는 건축주들의 요구에 맞서 설계를 일부 변경하는 등 양보했지만, 모델하우스에서만큼은 그의 건축 세계가 그대로 구현됐다. 그리고 이듬해 레고레타가 타계했다. 까사 델 아구아가 그의 유작이 된 셈이었다.

리조트 분양이 마무리된 후에 모델하우스는 존폐 논란에 휩싸였다. 제주도 측은 해변에 바짝 붙여서 지어진 까사 델 아구아가 분양을 위해 일시 허가된 임시건축물이니만큼 곧바로 헐어야 한다고 나섰다. 그러나 제주의 문화예술인들은 세계적인 건축가의 빼어난 유작을 철거한다는 것에 반대했다. ‘작품'으로 보존해야 할 가치가 있다는 주장이었다. 문화예술인들은 연일 시위를 벌이면서 건축물 주변에 철거를 반대한다는 메시지를 적은 노란 리본을 매달며 반대했지만, 결국 까사 델 아구아는 헐렸다. 지금은 까사 델 아구아를 만날 순 없지만, 그 대신 그의 설계로 완성된 리조트를 만날 수 있게 됐다. 부영리조트는 7월 30일 개장했다. 객실마다 영화 스크린처럼 배치한 창으로 제주의 바다를, 격자무늬의 벽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제주의 빛을 볼 수 있다.

제주 건축기행의 두 번째 목적지는 제주 섬 동쪽의 섭지코지다. 제주의 성산 일출봉이 가장 아름답게 바라보인다는 곳이다. 이 자리는 제주가 마지막까지 아끼고 아껴서 남겨둔 곳이었다. 1973년 제주도 관광종합개발 계획 입안 직후부터 ‘최고의 자리’로 꼽힌 섭지코지에 과연 어떤 건축물이 들어설지는 수십 년 동안 관심사였다. 섭지코지 일대에 휘닉스 아일랜드 리조트가 들어서면서 일출봉이 바라보이는 자리에 어떤 구성과 배치로 건물을 만들어 낼지에 관심이 쏠렸다. 리조트 측은 고심 끝에 이 공간을 현대건축의 거장이자 세계적인 건축가에게 맡기기로 했다. 그래서 초대받은 이가 일본의 건축가 안도 다다오와 스위스 출신의 마리오 보타였다. 둘 다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건축가로 명성을 날리는 인물이다.


섭지코지의 안도 다다오, 한라산 북서쪽의 이타미 준
먼저 안도 다다오. 그는 섭지코지에서 2개의 건축물을 맡았다. 그중 하나가 섭지코지 끝에서 정동 쪽의 제주바다를 굽어보고 있는 전망 레스토랑 ‘글라스 하우스’다. 그는 노출콘크리트로 마감된 건물을 받침으로 삼아 긴 상자 형태의 유리 건축물을 정동 쪽 바다를 향해 90도로 펼쳐 앉혔다. 직사각형의 입면체 2개를 기역(ㄱ)자로 붙여서 일출봉을 향해 배치했다. 노출콘크리트와 유리로 이뤄진 건물의 기하학적인 외양은 현대적이면서도 감각적이다. 글라스 하우스는, 그러나 호불호가 엇갈린다. 조형미를 평가하는 이들도 있지만, 성산일출봉의 경관을 가리며 너무 높고 지나치게 거만하게 서 있는 자세를 두고 ‘자연과의 부조화’를 지적하는 시선도 있다. 지나치게 현대화된 날카로운 직선이 ‘신경질적’이라는 비판도 있다. 과연 이런 의견 중 어느 쪽에 공감하게 될지. 그건 섭지코지에 가서 직접 확인해 보시라.

글라스 하우스 뒤쪽에는 마찬가지로 안도 다다오의 설계로 지어진 ‘지니어스 로사이’가 있다. ‘지니어스 로사이’란 ‘이 땅의 혼령’이란 뜻이란다. 명상의 공간으로 꾸며진 이 공간만큼은 훌륭하다는 데 이견이 없다. 거대한 벽에 만들어진 바람의 통로를 내놓고 이 길을 따라 들어가며 제주의 하늘을 올려다 보게 했고, 건물의 외벽을 액자 삼아 바다 건너 성산일출봉을 배치했다. 건축물에 들어선 사람의 시선을 유도해 내는 건축가의 솜씨는 가히 탁월하다.

섭지코지에서는 또 스위스 출신의 건축가 마리오 보타의 솜씨도 볼 수 있다. 빗살처럼 창을 낸 서울 강남의 교보문고 건물을 설계한 바 있는 그는 섭지코지에다 단순하되 상징적이고 기념비적인 건축물을 세웠다. 유리로 만든 피라미드 ‘아고라’다. 낮에는 태양의 기운을, 밤에는 별빛을 바라볼 수 있는 공간이다. 그는 왜 제주의 바닷가에 고대를 떠올리게 하는 상징물인 피라미드를 세웠을까. 그 앞에서 탐라 1000년 역사와 현대적 재료의 만남을 읽어야 할까, 혹은 고대 이집트와 1만8000명의 신이 살았다는 제주와의 종교적인 공통점을 떠올려야 할까. 그건 보는 이들의 자유다. 세운 이의 의도가 어떤 것이든….

제주 동쪽의 섭지코지에 안도 다다오와 마리오 보타가 있다면 한라산 북서쪽 중산간 지역에는 이타미 준이 있다. 서귀포시 안덕면 상천리 일대는 재일동포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 이타미 준의 기념비적인 건축물이 여럿 들어서 있다. 그가 설계한 생태휴양형 타운하우스 ‘제주 비오토피아’ 내의 미술관 4곳을 비롯해 포도호텔, 핀크스 클럽하우스, 방주교회 등이 주위에 몰려 있다. 이 중 압권은 비오토피아 내의 물, 바람, 돌 미술관과 두손 미술관으로 불리는 공간이긴 하지만, 전시 공간을 품기 위한 곳이 아니라 건축물 스스로 오브제가 되는 곳이다. 물 미술관은 물과 하늘이, 바람 미술관은 바람과 소리가, 돌 미술관에는 금속과 돌이 빚어내는 조화와 미감이 주인공이다. 바다, 하늘, 바람, 햇빛, 돌…. 미술관을 가득 채우는 것들이 모두 제주의 아이콘이라 할 만한 것들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관광객들은 미술관을 방문할 수 없다. 공간의 아름다움을 함께 누렸으면 좋으련만, 비오토피아는 입주 주민 외에는 철저하게 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 그러나 비오토피아의 미술관을 볼 수 있는 방법이 있기는 하다. 비오토피아 안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1인분에 10만 원이 훌쩍 넘는 식사를 한다면, 현관 보안요원의 확인을 거쳐 입장할 수 있다. 미리 예약해야 하는 건 물론이다.

비오토피아 인근에는 이타미 준이 설계한 방주교회도 있다. 방주교회 건물은 성경에 등장하는 ‘노아의 방주’를 모티브로 지어졌다. 얕은 연못을 만들어 자갈을 깔고 물을 채운 위에다 은빛 건축물을 올렸는데, 반짝이는 은빛 철제지붕과 세로로 촘촘히 살을 넣은 통 창의 건물이 영락없이 물 위에 떠서 앞으로 나아가는 방주의 모습이다. 방주는 세련된 형태에다 경건함까지 갖췄다.


방주교회 옆 건물 1층 카페에서 바다 보며 커피 한 잔 하세요
방주가 향하는 곳은 어디일까. 교회 앞에 서면 중산간의 구릉 저 아래쪽 해안에 산방산이 우뚝 솟아 있다. 교회가 마치 산방산을 끼고 있는 제주바다로 항해하는 듯한 모습이다. 교회 옆에는 이타미 준이 설계한 건 아니지만 그가 설계했다고 해도 믿어질 만큼 비슷한 느낌의 단독 건물이 있다. 이 건물 1층의 카페 ‘올리브’에서 따스한 커피 한 잔을 앞에 놓고 교회와 은박지처럼 반짝이는 제주바다를 바라보는 맛이 그만이다. 인근의 핀크스골프장 클럽하우스와 포도호텔도 이타미 준의 솜씨. 특히 오름 능선의 곡선을 지붕의 형태로 재현해 마치 포도송이처럼 엮어 놓은 26실의 포도호텔이 눈길을 붙잡는다.

비오토피아 일대는 이타미 준의 건축물이 즐비하지만, 최근 여기에 안도 다다오가 지은 건물이 슬며시 들어섰다. 2012년 문을 연 본태 박물관이다. 본태란 본래(本)의 모습(態)이란 뜻. 문화 본연의 모습을 탐색하는 아름다운 문화 공간이 되고자 이런 이름을 붙였다. 박물관 건물은 몇몇 건축적 특징들로 한눈에도 안도 다다오의 솜씨라는 것이 느껴진다. 정방형의 노출콘크리트로 지은 2개의 건물이 기와 담으로 구분되고 그 사이로 물이 흘러내리는 벽이 세워진 가는 골목이 이어진다. 물이 흐르는 벽은 안도 다다오가 즐겨서 구사하는 공간. 건물 하나는 전통 미술 전시 공간으로, 다른 하나는 현대미술 전시 공간으로 정해졌고 이를 감안해 설계가 이뤄졌다. 안도 다다오는 2개의 공간을 병립시켜 공동의 리듬을 확보하면서 내부 공간을 전혀 다르게 구성해 긴장감을 유지시키는 방법으로 답을 찾았다. 높은 천장고의 개방된 공간의 현대미술 전시 공간과 작고 내향적인 공간으로 구성한 전통 미술 전시 공간을 두면서 지루함을 덜어 버린 것이다.

본태 박물관에서 가장 시선을 오래 붙잡아 두었던 곳은 박물관 앞에 만든 제법 규모 있는 연못이었다. 오후 나절에 역광을 받아 한라산 중산간의 나무들이 연못의 물 뒤편에 실루엣으로 서고, 제주의 광활한 하늘과 구름이 물오리 몇 마리가 떠 있는 수면 위에 도장처럼 찍히는 모습은 생경하면서도 인상적이다.


승효상의 ‘추사관’·김중업 ‘소라의 성’도 둘러볼 만
제주의 빼어난 건축물이 모두 해외 건축가들의 것만은 아니다. 서귀포시 대정읍 안성리의 추사유배지에 세워진 추사관은 한국을 대표하는 건축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승효상의 작품이다. 건물의 외양은 극도의 절제미를 추구했던 추사의 정신처럼 장식 없이 지극히 단순하게 구성돼 있는데, 누구든 먼발치서 보더라도 한눈에 추사의 걸작으로 꼽히는 ‘세한도’ 속에 등장하는 집을 모티브로 삼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전시실은 대부분 지하에 들여놓았는데 전혀 지하의 느낌이 들지 않도록 건축적으로 배려했다. 전시관을 둘러보고 추사홀을 통해 지상으로 올라오도록 동선을 구성했는데, 추사홀은 추사가 추구했던 절제의 아름다움을 빈 공간 그 자체로 느끼도록 했다.

서귀포 소정방폭포 위의 ‘소라의 성’은 1969년 한국 건축계의 거장으로 꼽히는 김중업이 설계한 건물이다. 원형 돌집 건물 앞쪽에 가우디의 솜씨를 연상케 하는 아치형 구조물을 덧대 독특한 느낌을 풍기는 이 건물은, 한때 오분자기 뚝배기를 파는 식당 건물이었다가 지금은 제주 올레 사무국 건물로 쓰이고 있다.

제주에서 또 하나를 이색적인 건축물을 꼽는다면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 성이시돌 목장의 ‘테쉬폰’을 들 수 있겠다. 테쉬폰이란 건물의 양식을 뜻하는 말. 이라크의 바그다드 인근에 테쉬폰이란 지역이 있는데 이곳에서 2000년 전부터 전해 내려오던 비슷한 양식의 건축물이 있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 테쉬폰의 형태는 마치 격납고나 터널과 유사한데 건축의 편의와 곡면의 견고함 등으로 1961년 성이시돌 목장에서 숙소로 활용하기 위해 지어졌다. 목장의 테쉬폰은 죄다 허물어지거나 철거됐으나 딱 1채만 폐허가 된 채 남아 있다. 건축물로서의 용도는 폐기됐지만, 독특한 형태에다 시간의 흔적이 덧붙여져 마치 조형적인 예술품처럼 목장의 들판에 서 있다.


PLUS INFO.
건축기행 가는 길
제주는 대중교통이 불편하다. 관광객의 동선을 따라 운행하는 노선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외국의 유명 관광지처럼 이름난 관광지를 순환하며 티켓 한 장으로 타고 내릴 수 있는 투어버스가 있으면 좋으련만, 택시기사와 렌터카 회사의 반발 탓에 만들 엄두를 내지 못한다는 후문이다. 그래서 제주는 렌터카로 이동하는 게 답이다. 대중교통은 갈아타는 게 불편하기도 하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 제주공항에서 섭지코지까지 대중교통 편으로 가려면 70번 좌석버스를 타고 인화동 정류장에서 701번 시외버스로 갈아타서 신양리 입구에서 내린다. 신양리 입구가 휘닉스 아일랜드다. 안도 다다오의 건축물이 있는 섭지코지는 리조트 뒤편에 있다. 버스로 가면 무려 2시간 30분이나 걸린다. 추사관은 공항에서 755번 버스 타고 추사유배지 정류장에서 내리면 된다. 1시간가량 소요. 비오토피아와 본태 미술관, 포도호텔 등이 있는 중산간 일대는 대중교통 편이 없다. 굳이 버스를 타고 가겠다면 3번 이상 바꿔 타고도 1km 이상 걸을 각오를 해야 한다.

무엇을 맛볼까
소위 ‘쓰키다시’라고 부르는 곁들이 음식이 푸짐하기로는 쌍동이 횟집(064-762-0478)이 최고다. 회에 집중하는 미식가들은 고개를 내젓지만, 가족과 함께 한 여행이라면 다양한 음식이 끝없이 나오는 한상 차림 메뉴가 훌륭하다. 제주 오라2동의 어우늘(064-743-3233)에서는 다양한 전복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제주상공회의소 부근의 도라지식당(064-722-3142)과 모슬포 부근의 덕승식당(064-794-0177)은 갈치조림과 고등어조림으로 유명하다. 헌데 이즈음 갈치가 전례 없는 흉어라 갈치조림을 내지 않는 날도 있다.

서문시장의 대우식당(064-722-7085)은 저렴한 가격에 질 좋은 제주 한우를 맛볼 수 있는 곳. 정육점에서 고기를 사다가 1인당 5000원씩의 차림 요금을 내면 된다. 소박한 대폿집 분위기다.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는 토종닭으로 유명한 지역. 교래토종닭(064-782-9799)이 가장 유명하다. 통째로 구워낸 호박과 훈제 오리, 오리탕 등을 푸짐하게 내오는 모메존가든(064-756-0332)도 빼놓을 수 없는 맛집이다.

제주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 중 하나가 고기국수다. 삼성혈 부근의 삼대국수회관(064-759-6644)과 올레국수(064-742-7355), 순화국수(064-742-2075) 등이 손꼽힌다. 돼지뼈 국물에 모자반을 넣어 끓여낸 몸국은 제주시의 몸국집(064-745-0047), 신설오름(064-758-0413), 바우식당(064-757-0047), 제주몸국(064-746-0939) 등이 이름난 곳이다.


기획 이윤경 기자 | 글·사진 박경일 문화일보 여행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