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중국의 신밀월 관계가 심상치 않다. 양국 군사· 경제 분야의 급격한 거리 좁히기에 국제 질서도 심하게 요동치고 있다.
[Global monitor] 중·러의 新밀월 어떻게 볼 것인가
러시아가 지난 5월 9일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서 제2차 세계대전 승전 70주년을 맞아 구소련 붕괴 이후 최대 규모의 열병식을 벌였다. 러시아가 국제 유가와 루블화 가치 하락,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병합에 따른 미국 등 서방 각국의 제재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열병식을 거창하게 펼친 것은 구소련 붕괴와 함께 약화됐던 군사력이 복원됐다는 것을 과시하려는 의도 때문이다. 열병식이 진행되는 동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바로 옆 자리에 앉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다정하게 대화를 나누며 친밀함을 보였다. 두 정상은 110명으로 구성된 중국 인민해방군 의장대가 사열대를 지나자 박수를 보내며 환영했다. 중국 인민해방군 의장대가 러시아의 열병식에 참가한 것은 사상 처음이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서방 각국 지도자들이 불참했음에도 시 주석이 러시아의 승전 7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것은 앞으로 국제 질서의 새로운 판짜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러시아와 중국은 신밀월 관계를 구축해 방위협력지침 개정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을 통해 강화된 미국과 일본의 동맹에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 분명하다.

실제로 푸틴 대통령과 시 주석은 열병식 바로 전날 크렘린 궁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의 포괄적 파트너십과 전략적 협력 강화에 합의했다. 시 주석이 푸틴 대통령을 만난 것은 2013년 국가주석 취임 후 열한 번째이며 러시아 방문은 네 번째다. 특히 이번 정상회담에서 주목할 점은 양국이 각각 추진해 온 유라시아경제연합(EEU)과 실크로드 경제지대를 상호 연계, 협력하기로 합의했다는 것이다. EEU는 푸틴 대통령이 구소련 국가들과 상품, 자본, 인력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경제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지난 1월 출범시킨 지역경제협력체다. 러시아, 카자흐스탄, 벨라루스, 아르메니아, 키르기스스탄 등 5개국이 회원국이다. 실크로드 경제지대는 시 주석이 주창해 온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전략 중 일대(一帶)를 말한다. 일대는 중국 서북 지역에서 중앙아시아, 유라시아 대륙과 유럽을 관통하는 육상 무역통로를 구축하는 것이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에너지 협력
두 정상이 EEU와 실크로드 경제지대의 연계에 합의했다는 것은 앞으로 중앙아시아를 놓고 경쟁 대신 협력하겠다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두 정상은 EEU와 실크로드 경제지대의 연계를 위해 우선 모스크바와 러시아 남부 도시 카잔을 잇는 770km 길이의 고속철도 건설에 1조 루블(197억 달러)을 공동 투자키로 합의했다. 중국은 3000억 루블(60억 달러)을 투자할 계획이다. 중국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 기업들에 대한 금융도 지원하기로 했다. 러시아직접투자펀드에 따르면 러시아 기업들은 앞으로 3년간 최대 250억 달러의 자금을 중국으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다. 러시아 스베르은행은 중국개발은행과 60억 위안(1조525억 원)의 신용공여를 개설하게 됐다. 양국은 또 공동 농업 프로젝트를 수행할 20억 달러 규모의 투자기금을 공동으로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양국 협력의 하이라이트는 러시아가 서부 시베리아산 천연가스를 연간 300억 ㎥씩 30년간 3000억 달러(327조 원)에 중국에 공급하는 데 합의한 것이다. 러시아 최대 국영 가스 회사인 가스프롬과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CNPC)은 이른바 ‘서부노선’을 통한 가스공급 프로젝트에 서명했다. 양국의 에너지 협력은 말 그대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프로젝트다. 러시아로선 유럽에 대한 공급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풍부한 천연가스를 수출할 수 있는 중국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의 경제제재 조치를 피할 수 있게 됐다. 중국도 부족한 천연가스를 확실하게 안정적으로 수입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중국은 연간 천연가스 수요가 1800억 ㎥에 달하지만 공급량은 1230억 ㎥에 그쳐 추가 공급원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양국은 군사 분야에서도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 해군 군함 세 척이 러시아 해군 군함들과 흑해와 지중해에서 사상 처음 합동 군사훈련을 실시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번 훈련에서 주목된 점은 양국 해군이 레이더와 음파탐지기 데이터를 공유했다는 것이다. 레이더와 음파탐지기 데이터는 군사 핵심 기밀에 속한다. 따라서 적군에 이 정보가 넘어간다면 자신의 약점을 그대로 노출시키는 것과 다름없다. 양국이 핵심 기밀을 공유했다는 것은 사실상 ‘준군사동맹’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은 러시아 최신예 수호이(Su)-35 전투기 35대, S-400 대공 미사일 시스템 6기를 구입하기로 하는 등 구소련 붕괴 이후 최대 규모의 군사 계약을 러시아와 체결했다.


제2의 냉전시대 본격 돌입
양국의 긴밀한 협력은 미국과 일본의 동맹관계 강화에 대한 대응이라고 볼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 4월 28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미·일 공동 비전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특히 양국은 일본 자위대의 전 세계 활동을 내용으로 하는 개정된 방위협력지침과 TPP를 바탕으로 군사와 경제 분야에서 협력 체제를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따라서 중국과 러시아도 대폭 격상된 미·일 동맹에 맞서 신밀월 관계 구축에 나섰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국제 질서는 ‘제2의 냉전시대’라는 새로운 국면에 본격적으로 돌입할 것이다. 미·일과 러·중 간의 갈등과 대립이 확대될 경우 경제 분야에까지 파장이 확산되면서 글로벌 자산시장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Global monitor] 중·러의 新밀월 어떻게 볼 것인가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