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호 삼성생명 WM사업부장

지난 달 한경 머니가 실시한 ‘베스트 PB센터’ 설문조사에서 삼성생명은 고객 서비스, 상속·증여, 종합자산관리, 부동산, 전용 상품 서비스 등 7개 전 항목에서 고루 높은 성적을 차지하며 보험 부문 1위에 올랐다. 현재 파이낸셜플래닝(FP)센터와 패밀리오피스(FO)를 두 축으로 하는 삼성생명 WM사업부는 신탁 기반의 자산 보전과 종신보험을 결합시킨 부의 이전 시스템으로 국내 가문관리의 최강자 자리를 굳히겠다는 목표다. 작년 12월부터 WM사업부를 이끌고 있는 강대호 사업부장에게 삼성생명 3대 성장 동력 중 하나인 부유층 비즈니스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들었다.
[MARKET LEADER] “신탁 기반 가문관리로 부의 상속 도울 것”
삼성생명 WM사업부의 새로운 수장으로 오게 됐습니다. 취임 후 주로 어떤 일들을 하셨습니까.
“WM사업부의 책임을 맡으면서 직원들과 앞으로의 비전을 공유하고 조율했습니다. 웰스매니지먼트(WM)사업 영역에서 삼성생명이 지금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보험사나 은행, 증권사 그 어느 곳도 따라올 수 없는 상품과 서비스를 어떻게 만들어낼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해외 금융기관으로 벤치마킹을 다녀왔고, 국내외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었어요. 이를 토대로 중장기 사업 계획을 수립했습니다. 강한 실행력으로 차질없이 추진할 것입니다.”


어느 나라로 벤치마킹을 다녀오셨는지요. 해외 금융사들의 WM사업 트렌드는 어떠하던가요.
“유럽과 미국은 작년에 다녀왔고, 이번엔 아시아권에서 WM사업이 가장 활성화 돼 있는 홍콩과 싱가포르를 둘러보고 왔습니다. UBS와 크레디트스위스, 도이치뱅크 등에서 선진 금융사의 부유층 사업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죠. 대다수 해외 금융사들이 과열된 부유층 시장을 잡기 위해 어떠한 핵심 역량을 가지고 고객에게 맞춤 서비스를 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또 한 가지 느낀 점은 글로벌 명문 기업과 명문가들이 오래도록 그 지위를 유지하는 데는 일차적으로 체계적인 노력이 있었지만 이와 더불어 금융 시스템이 잘 장착돼 있다는 것입니다. 그 중심에 패밀리오피스가 있고요.”


명문 기업을 만드는 데 금융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이야기인가요.
“그렇습니다. 금융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으면 기업이 영속할 수 없습니다. 해외의 존경받는 가문들의 뒤에는 금융사들의 신탁을 기초로 한 통합 가문관리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었습니다. 국내에는 이 분야의 사업이 아직 미흡한 실정이어서 안타까웠죠.”


삼성생명 WM사업부의 패밀리오피스가 가문관리에 역점을 두고 있지요. 패밀리오피스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했을 것 같습니다.
“초고액자산가들의 니즈는 부를 증식시키는 것을 넘어 잘 보존해 후대에 넘기는 것, 즉 이전이라고 할 수 있죠. 이를 위해서는 현재의 자산을 앞으로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중장기 플랜을 세워야 하고요. 그 기본이 신탁 상품이 돼야 합니다. 국내 금융권의 신탁 상품은 보험을 포함할 수 없어 부의 이전보다는 증식에 초점이 맞춰져 있죠. 부유층을 대상으로 맞춤 서비스를 하려면 결국 신탁과 보험이 결합된 자산관리가 필요합니다. 국내에서는 삼성생명 패밀리오피스가 그러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입니다.”


WM사업부는 이번 한경 머니가 실시한 베스트 PB센터 조사에서 상품 개발, 서비스, 부동산, 가업승계 등 전 항목에 걸쳐 보험 부문 1위를 차지했습니다. 비결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말씀드렸듯, 삼성생명의 패밀리오피스는 이미 부유층 시장에서 확실하게 차별화 돼 있습니다. 국내 금융기관 가운데 개인 금융 자산과 기업 자산, 부동산을 통합한 자산관리 서비스와 상속 설계를 제공하는 곳은 삼성생명이 독보적입니다. 또 보험을 중심으로 하는 재무 설계가 강점입니다. 삼성생명은 지난 10여 년 동안 단기 수익률 게임이 아니라 장기적 측면에서 대를 이은 자산관리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 왔습니다. 최근 사회적으로 가업승계가 이슈인 만큼 시기적으로도 삼성생명 자산관리 서비스가 주목받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패밀리오피스의 다음 세대를 위한 글로벌인사이트 프로그램(Global Insight Program, GIP) 역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데요.
“일종의 2세 경영자들을 위한 서비스죠. 가업승계에 있어 상속인의 준비도 매우 중요합니다. 리더십이나 도덕성, 사회공헌, 금융의 기초 등 향후 경영자가 돼 기업을 이끌어 갈 때 밑거름이 될 수 있는 것들을 삼성식 경영 방식에 맞춰서 가르치는데, 반응이 무척 뜨겁습니다. 기수당 15명을 모집하며 다양한 나이대와 전공으로 구성됩니다. 비슷한 고민을 가진 또래들이라 자유롭게 토론도 하고 치열하게 사업 아이디어도 구상합니다. 한 달간의 프로그램이 끝나면 가족들을 초청해서 자녀들이 발표를 합니다. 많은 부모님들이 자녀들에게 감동을 받죠. 참가한 자녀들이 자신감을 갖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요. 이제 3기가 진행됐지만 빠르게 입소문이 나고 있습니다. GIP는 WM사업부의 주요 사업이며 앞으로 잘 정착, 발전시켜 나가야 할 영역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기업과 가문을 만드는 데 있어 금융사의 역할은 어디까지인가요.
“지금 우리나라의 경영자들은 평생 일구어 온 기업을 어떻게 잘 승계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가업승계와 관련된 금융 시스템이 잘 정착돼 있지 않고, 법 체계도 뒤처져 있습니다. 해외의 경우 신탁 상품을 통해 부가 넘어가는데, 상속세가 적고 세제 혜택이 많아 합리적인 가업승계가 가능하죠. 우리나라는 부를 다음 세대에게 이전하면 대부분의 경우 자산이 반 토막 나거나 기업의 경영권이 넘어가는 문제들이 발생합니다. 이렇게 국가 경쟁력의 원천인 기업이 영속하지 못함으로써 빚어지는 손실이 어마어마하죠. 가업승계가 안 되는 것이 단순히 개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기반까지 무너질 수 있는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가업승계는 향후 5년간 폭발적으로 일어날 것입니다. 금융사가 나서지 않으면 안 됩니다. 삼성생명은 금융 시스템을 기반으로 가업의 건강한 승계를 돕고, 기업들이 사회적으로 가치를 재인정 받을 수 있도록 나설 것입니다.”


WM사업부 아래 패밀리오피스(금융 자산 30억 원 이상 고객 대상)와 FP센터(10억 원 고객 대상)가 있지요. 고객층이 다르긴 하지만, 패밀리오피스의 기능이 부각되면서 상대적으로 FP센터의 입지는 다소 약해진 것 같은 느낌도 드는데요.
“FP센터는 저희 WM사업부의 핵심 허리입니다. 패밀리오피스가 타깃으로 삼는 초부유층 고객은 정말 소수예요. 삼성생명에서 부유층 사업을 주도하는 건 아무래도 FP센터입니다. 이번에 FP센터를 강화하기 위해 전담고객제를 도입했습니다. 파이낸셜플래너(FP) 관할 지역의 VIP 고객 200명을 선정하고 파이낸셜컨설턴트(FC)와 FP가 함께 집중 케어하면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훨씬 강화된 전략입니다. 그동안 FP센터가 보험 위주의 재무 컨설팅에 치중했다면 올해부터는 패밀리오피스와 유사하게 신탁 베이스에 자산배분형 서비스를 보다 강화시켜 나갈 겁니다. 3월부터 매월 1회 WM아카데미를 열고 FP들의 역량을 강화해 나갈 겁니다.”


사업부장님께서는 삼성생명 공채 출신이죠. 그동안 주로 어떤 일들을 맡아 오셨습니까.
“일선 영업점에서 영업단장을 했고 영업기획 부서에서도 근무했습니다. 마케팅, 상품기획, 전사경영기획과 2013년 신설된 CPC(Customer Product Channel) 전략부서를 거쳤습니다. 이 과정에서 회사 전반의 시스템을 잘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작년 타깃 마케팅을 주도했던 CPC팀에 몸담으면서 부유층 사업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그동안 금융 전문가들이 WM사업부의 수장을 맡아 시스템을 잘 만들어 왔고요. 저는 앞으로는 보험과 비보험의 결합, 각 시스템의 유기적인 결합과 실행에서 승부를 내기 위해 주력할 겁니다.”
[MARKET LEADER] “신탁 기반 가문관리로 부의 상속 도울 것”
취임 이후 강한 추진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들었는데요, 향후 어떤 부분에 역점을 두고 조직을 이끌 예정입니까.
“회사 내부에서도 은퇴, 해외, 부유층 등 3대 시장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았습니다. 그중에서도 부유층 시장이 성장 가능성이 가장 높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장기적으로 현재 WM사업부 내 관리 자산을 4배 정도 끌어올릴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선진국형 부의 이전 모델을 구축할 것입니다. 지금의 보험사는 보험을 통한 재무 설계는 강하지만 투자 측면에서 은행이나 증권사에 비해 열세죠. 삼성생명은 3월 말에 자산배분형 신탁을 론칭합니다. 자사 금융상품뿐 아니라 타사 상품도 가지고 와서 운영하며, 수익증권, 펀드, 부동산, 국내외 상품 등을 신탁 내에 편입해 고객의 관점에서 정말 필요한 자산관리 서비스가 되도록 할 것입니다. 부유층은 니즈가 구체적이고 다양한 만큼 우리는 가업·상속승계 컨설팅의 강점을 바탕으로 장기적인 가문관리를 제공하겠습니다.”


올 한 해 업무나 개인적으로 목표가 있다면요.
“WM사업부에서 반드시 해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 해외 금융사 벤치마킹을 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 가족기업들이 얼마나 열악한 금융 서비스를 받고 있는지 알게 됐습니다. 그렇다고 경쟁력 있는 글로벌 금융사들이 국내에 들어오지도 못하는 상황입니다. 여러 규제에 부딪혀 부의 이전이 원활하지 않은 부분이 많은데, 삼성생명이 보다 완전한 종합자산관리, 가문관리 서비스를 갖춰 이 부분에 대한 확실한 솔루션을 제공하고 싶습니다. 나아가 국내에서도 존경받는 명문 가문이 많이 탄생할 수 있도록 금융의 사회적 역할을 충실히 하고 싶습니다.”


이윤경 기자 ramji@hankyung.com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