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X-Ray] 아모레퍼시픽의 성공 신화 천운인가, 실력인가
‘세계 200대 부자.’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에게 붙은 새로운 타이틀이다. 지난 2월 미국 경제 전문지 블룸버그가 집계한 세계 200대 억만장자 순위에서 서 회장은 190위에 이름을 올렸다. 보유한 상장사 총 주식가치는 7조9713억 원으로, 서 회장이 세계 200대 부자 명단에 포함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블룸버그의 조사 결과는 글로벌 기업으로서 달라진 아모레퍼시픽의 위상을 보여준다. 서 회장의 자산이 이처럼 급격히 늘어난 것도 케이 뷰티(K-Beauty) 열풍에 힘입어 중화권 사업이 급성장하면서 주가가 급등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실제, 아모레퍼시픽의 중국 매출은 2011년 1909억 원에서 3년 만인 2014년 4673억 원으로 뛰었다. 중국에 진출한 아모레퍼시픽의 5개 화장품 브랜드 설화수, 라네즈, 마몽드, 이니스프리, 에뛰드 등의 현지 매출은 매년 30~40%씩 성장한 셈. 회사 측은 2020년까지 중국에서만 3조 원대의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다. 이러한 호실적에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작년 초까지만 해도 100만 원이었던 아모레퍼시픽의 주가는 3월 20일 현재 319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3월 3일 액면분할 소식이 전해지면서 가격 제한 폭까지 올라 장중 326만6000원의 최고가를 기록한 바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이 같은 성공 신화는 업계에서 ‘서경배 회장이 부린 마술’로 통한다. 아모레퍼시픽은 1932년 서성환 창업주의 어머니 윤독정 여사가 개성에서 동백 머릿기름을 만들어 팔면서 출발한 기업이다. ‘여성들의 아름다움을 실현하다’는 창업 정신을 계승해 한 눈 팔지 않고 우직하게 화장품 한 우물만을 파 온 결실이라는 점에서 그러하다. 특히 서 회장은 선택과 집중의 승부사다. 이 회사의 전신인 태평양그룹은 1990년대 초반 화장품 외에 건설, 증권, 패션, 야구단, 농구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업을 벌였지만, 1994년 경영 전면에 나선 서 회장은 다른 사업은 싹 정리하고 화장품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했다.

서 회장은 또 일찌감치 중국 사업에 공을 들였다. 1992년 한·중 수교 직후 중국 선양에 지사를 설립하지만, 중국에서 첫 흑자를 낸 건 진출 15년 만인 2007년이다. 그동안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여성 5200여 명의 피부 특성을 연구하며 현지 여성의 피부에 맞춘 다양한 제품을 개발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해외 진출을 확대해 2020년 매출 12조 원, 해외 매출 비중 51%를 달성한다는 중장기 전략을 세웠다. 중국에 이어 아세안 지역과 북미, 남미 등을 글로벌 사업에서 하나하나의 기둥으로 키워 나갈 것이라는 게 그룹의 비전이다.

올 초 세계적인 브랜드 컨설팅그룹 인터브랜드가 발표한 ‘2015년 베스트 코리아 브랜드’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의 브랜드 가치는 1조7303억 원에 달한다. 아모레퍼시픽 주가 역시 1년 새 150% 이상 올랐지만, 증권가에서는 아직도 목표 주가를 330만~370만 원으로 올려 잡고 있다. 그만큼 아직까지 성장 가능성은 활짝 열려 있다는 얘기다. 서 회장이 연출하고 직접 주연을 맡은 ‘아모레퍼시픽의 기적’은 여러 국내외 기업들에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우리는 지금 왜 아모레퍼시픽을 주목해야 하는지, 성공 그 이면의 스토리를 전문가 3인에게 들었다.


글 이윤경 기자 ramji@hankyung.com | 사진 이승재 기자, 아모레퍼시픽 제공·한국경제DB | 촬영 협조 오설록 명동1점(02-774-54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