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디에 르 칼베즈 브리스톨 파리 호텔 부사장

지난 2월 브리스톨 파리 호텔의 부사장 디디에 르 칼베즈(Didier Le Calvez)가 한국을 찾았다. 브리스톨 파리 호텔은 영국의 유명 여행 매거진 ‘갤리번터즈 가이드’로부터 최고급 럭셔리 호텔 1위로 선정됐고 칼베즈 부사장은 세계 최고의 호텔 디렉터 상을 받았다. 흥미로운 점은 지난 11년간 1위를 차지해 온 포시즌 조르주 생크(Four Seasons George V) 호텔을 진두지휘했던 이가 바로 칼베즈 부사장이었다는 점. 그가 브리스톨 파리에 새롭게 둥지를 틀고 또 한 번 럭셔리 호텔의 역사를 새로 쓰며 미다스의 손이라는 점을 입증했다.
[HOTEL INSIDE] 럭셔리 호텔의 좌표를 새로 쓰다
‘르네상스적 인간상’은 예술, 음악, 철학, 건축 등 다양한 분야의 학문에 능통한 동시에 보편성과 다양성의 양각의 눈을 가진 이의 표상이다. 그와 동시에 늘 이 한계를 넘어서려는 만능인이자 교양인을 일컫는다. 21세기에 어울리는 르네상스적 장소를 찾는다면 그곳은 바로 호텔이 아닐까. 여행자들이 단순히 숙박을 위해 묵는 곳이라고 치부하기엔 현재 호텔의 자리매김은 다분히 ‘르네상스적’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투숙객들의 오감을 자극할 수 있는 토털 라이프스타일 공간은 물론 도시의 역사나 예술을 접목한 문화적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 최근의 추세다. 그 선두에 있는,‘세계 최고의 럭셔리 호텔’로 꼽히는 브리스톨 파리 호텔의 지금을 만든 부사장 디디에 르 칼베즈를 만났다. 그는 매우 영광스럽다는 소감을 밝혔다. “포시즌 조르주 생크 호텔을 정상 자리에 올려놓은 일원이었던 제가 브리스톨 호텔의 새로운 적임자가 돼 다시 받게 된 상이라 더욱 뜻 깊고 의미 있습니다. 또한 저를 포함한 호텔의 전 직원이 이번 상을 매우 기뻐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파리 포부르 생 오노레 거리에 위치한 최고급 호텔인 브리스톨 파리는 ‘살아 있는 유산 기업’으로 선정될 만큼 프랑스 전통 역사와 문화의 기품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곳. 호텔 안의 에피큐르 레스토랑, 브리스톨 바, 스파 바이 라프레리 등의 부대시설이 모두 여행 전문 웹사이트 트립 어드바이저에서 최고 순위의 등급을 획득하기도 했다. 이러한 브리스톨 파리 호텔은 지난 6년간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을 통한 변화와 혁신이 따랐고 그 수장 역할을 해낸 칼베즈 부사장의 노고가 열매를 맺은 결과이기도 했다.


브리스톨 파리가 ‘갤리번터즈 가이드’가 선정한 세계 최고의 호텔로 꼽힌 걸 축하드립니다. 수년간 광범위한 리노베이션을 진두지휘하는 동안 가장 역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요.
“브리스톨 파리 호텔은 지난 6년간 폐장하지 않고 리노베이션을 해 왔습니다. 호텔의 오너들은 1억7000만 유로 이상의 돈을 과감히 투자했고 여기에 지속적인 노력이 더해져 파리 호텔 중 최고 순위에 들 수 있었지요. 저의 전임자들은 호텔 부속 건물을 재단장하고 제가 2010년 이 호텔에 관여하면서 훌륭한 호텔에 새로운 다이내믹함을 더했습니다. 예를 들면 자연 채광이 드는 럭셔리한 라프레리 스파(La Prairie Spa)를 확장했고 모든 파리 팔래스 (Palaces, 5성급 호텔보다 높은 등급을 말한다) 호텔 중 가장 규모가 큰 실내 정원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또 재능 있는 셰프 에릭 프레숑이 이끄는 프랑스식 정원이 보이는 미슐랭 3 스타 레스토랑 에피큐르도 있지요. 여러 부대시설의 확장과 함께 새로운 변화를 시도했습니다.”


유명한 만큼 특급 손님들이 많이 다녀갔다고요.
“데이비드 베컴 전 축구선수,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 등 많은 유명 인사들이 다녀갔습니다. 하지만 꼭 호텔 투숙객들뿐 아니라 파리지엥들이 식사나 모임을 위한 밤 외출을 위해 찾는 장소로도 인기가 높습니다.”


무엇보다 레스토랑, 바, 스파 등 부대시설 모두 최고 점수를 받았습니다.
“우리 호텔은 600명의 직원이 함께 일하는데 모두가 한마음으로 일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스파 디렉터인 이자벨 고보는 호텔 & 스파 포럼에서 주최하는 2013년 최고의 스파 매니저로 선정된 전문가입니다. 또 우리 호텔의 헤드 바텐더인 맥심 오르트도 10여 년간 자신의 열정을 다해 일해 온 장인이라 할 수 있죠. 이런 사람들과 일한 덕분에 우리 호텔이 최고로 꼽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전에 파리의 포시즌 조르주 생크의 오프닝을 책임진데다 브리스톨 파리 호텔까지 리노베이션을 진두지휘해 연이은 성공을 하셨는데 그 비결이 궁금합니다.
“리노베이션을 하면서 저는 프랑스적인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요즘 대부분의 호텔이 여러 스타일을 섞는 믹스 앤드 매치 스타일을 선호하곤 하죠. 하지만 오히려 이런 분위기일수록 프랑스 고유의 전통을 보여주는 호텔이 고객들에게 어필할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오랜 시간 우리 호텔이 2, 3등을 해 오다 1등의 자리를 거머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봅니다.”


에어비앤비(Airbnb) 같은 다양한 형태의 숙박업이 생겨 숙박 생태계가 다변화 되고 있는데요.
“우리 호텔은 1926년 개장 이래로 두 가문이 소유하고 있습니다. 파리에 얼마 남지 않은 유러피언 가족의 소유라 할 수 있죠. 손님들은 항상 일관되고 질 높은 서비스를 느낄 수 있습니다. 이들은 고전적이고 전통이 깊은 호텔임을 알고 있죠. 고객의 70%는 다시 저희 호텔을 찾는 이른바 ‘로열층’ 고객입니다. 서비스와 고객 사이의 긴밀함은 에어비앤비와 같은 숙박업과 비교하거나 대체 옵션이 될 수 없습니다.”


유러피언 스타일의 전통을 중시하는 고객이 주로 찾는 호텔이라는 말씀이시군요.
“이러한 분석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호텔을 찾는 손님에게 저희는 내 집 같은 편안함을 드리기 위해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웰커밍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이런 요소가 호텔과 고객 간의 친숙함을 더해주기 때문이죠. 서비스는 물론 대통령 궁과 비교해도 모자람 없는 안전함을 갖추고 있습니다.”


진정한 럭셔리는 ‘베이식’에서 나온다는 철학
칼베즈 부사장은 브리스톨 파리 호텔의 서비스를 설명하면서 ‘이례적인 훌륭함’이라 표현할 정도로 자신감이 넘쳤다. 그러면서 경기의 부침에 가장 먼저 타격을 입는 호텔 사업에 대해서도 “문제없다”는 입장을 밝히며 “브리스톨 파리 호텔이 지닌 유니크함을 만드는 특별한 ‘솔(soul)’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의 이 같은 말은 단순히 업계

1등의 자리를 차지한 데서 오는 자부심만으로 읽히지는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브리스톨 파리 호텔이 가진 오롯한 아이덴티티는 결국 전통과 역사를 중시하는 ‘프랑스적’ 기틀 안에서 지켜 온 옹고집 철학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갈수록 세분화된 소비자들의 까다로운 취향을 만족시키는 것이 호텔 산업의 관건인데 손님과의 1대 1(one to one) 서비스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저희 호텔은 파리를 여행하는 손님들을 위해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모범적인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합니다. 브리스톨 파리 호텔은유러피언 오트커(Oetker) 가문에 속한 유일한 팔래스 등급의 호텔입니다. 이것을 토대로 진정한 프랑스식 ‘살아감의 예술(art de vivire)’ 경험을 미학적이고 정제된 분위기에서 제공한다는 것이 우리의 자산이지요. 예를 들어 미슐랭 스타를 총 네 개 보유한 두 곳의 레스토랑이 있지요. 고품격 미식이 우리의 철학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월등한 미식의 품격과 다양성을 제공하는 것을 의미하니까요.”


호텔에 두 마리의 고양이가 살죠. 럭셔리 호텔에 무료로 투숙하게 해주는 이유는 뭔가요. 마케팅의 일환인지 궁금합니다.
“파라오와 클레오파트라라는 이름의 고양이들이에요. 저는 항상 호텔에 가족 같은 이미지를 부여하고 싶었어요. 이전 호텔에서 일할 때도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꽃을 많이 활용했죠. 제가 어릴 때부터 고양이를 키워 온 데다 호텔에 정원이 있어 자연스럽게 고양이를 호텔에서 키우게 됐습니다. 손님들도 무척 좋아하고요. 마케팅 차원에서 의도한 것은 전혀 아니에요.”
[HOTEL INSIDE] 럭셔리 호텔의 좌표를 새로 쓰다
세계 각국의 호텔을 다니실 텐데 직접 돈을 지불하고 호텔을 이용할 때 가장 눈 여겨 보는 점은 무엇인지요.
“깨끗함. 이것이 가장 중요해요. 그리고 침대의 침구와 욕실을 봅니다. 어떤 호텔을 가더라도 제대로 정돈을 했는지 보면 호텔 수준이 파악됩니다. 어찌 보면 호텔은 어려운 사업이 아닙니다. 단순해요. 기본만 잘 지키면 됩니다. 제가 지금 묵고 있는 신라호텔도 훌륭합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호텔을 꼽으신다면요.
“가장 좋아하는 호텔은 방콕의 오리엔탈 호텔입니다. 전설적인 곳인데요, 강을 배경으로 전망이 아름답고 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항상 고품격의 맞춤형 서비스로 손님을 맞이합니다. 호텔리어로서 이 호텔은 굉장히 인상적인 곳입니다.”


부사장님의 경영철학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요.
“낙관적인 것입니다. 또한 저 자신을 계속해서 향상시키도록 노력하는 것, 그리고 매일 도전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저희 머니 독자가 브리스톨 파리 호텔을 찾는다면 놓치지 말아야 할 장소를 추천해주세요.
“겨울이라면 브리스톨 바에서 헤드 바텐더 오르트가 만들어주는 브리스톨 올드 패션드 칵테일을 꼭 마셔보셔야 합니다. 만약 여름에 우리 호텔을 찾으셨다면 복잡한 도시는 잊고 프랑스식 정원에서 시간을 보내보시죠. 특히 아침에 커피 마시기에 제격입니다. 그런 다음 6층에 위치한 자연광이 들어오는 수영장으로 안내하고 싶군요. 숨 막히는 파리 시내 전경이 아름다운 이곳을 잊지 마시길!”


기획 박진영 기자│글 이지혜 객원기자│사진 이승재 기자│촬영 협조 프랑스 관광청(02-776-9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