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시장에서 배당주 펀드의 인기가 상승세다. 일주일에 수백억 원씩 뭉칫돈이 쏠리고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연 1.75%까지 낮춘 데 따른 영향이다. 정기예금을 선호하던 안전 성향의 투자자들이 은행 이자보다 높은 배당을 받을 수 있는 관련 펀드로 적극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배당주 펀드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FUND ISSUE] 3년간 연평균 수익률 7%가 넘는 곳은 어디?
펀드평가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3월 16일 현재 배당주 펀드는 총 95개다. 2013년 말의 47개와 비교할 때 1년 3개월도 안 돼 2배 늘었다. 설정액도 급증세다. 2013년 말 2조9785억 원이던 배당주 펀드 설정액은 현재 7조 원을 훌쩍 넘어섰다. 배당주 펀드가 주요 유형별 펀드 중 대표적인 상품으로 급부상한 것이다.

가장 큰 원인은 배당주 자체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환기됐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유가증권 시장에서 지난 1, 2년간 배당수익률은 평균 1.2% 정도에 불과했다. 선진국 시장 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정부는 외국인 투자 자금을 유치하려는 포석으로 상장기업들의 배당률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유인책을 펴고 있다. 대표적인 게 기업소득 환류세제 도입, 배당소득세 감면 등 세제 정책이다. 올해 말 결산하는 기업이 배당증가율 등의 요건을 충족하면 배당소득세가 종전 14%에서 9%로 낮아진다. 대주주 등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 역시 최고 38%에 달하는 고율의 세금 대신 25%의 분리과세를 받을 수 있다. 앞으로 3년간 한시 적용되며, 기업이 현금배당을 할 때만 해당된다.

한국전력 등 주요 공기업들도 선도적으로 배당을 늘리고 있다. 한국거래소 역시 작년 10월 신배당지수를 발표하면서 이 지수에 편입된 종목의 강세를 이끌고 있다. 유가증권 시장의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은 배당을 확대하거나 자사주 매입 계획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다. 중소형 종목 중에서도 시중금리보다 높은 시가 배당률을 보이는 기업들이 적지 않게 늘었다. 주식투자 차익이 비과세 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주가가 1년간 현재 수준만 유지하더라도 은행에 맡길 때보다 훨씬 큰 이익이란 계산이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추가적으로 낮추면서 배당주 투자의 매력이 훨씬 커졌다. 2014년 결산 배당을 발표한 상장사 929곳을 분석해보니, 총 18.8%(175곳)의 3년간 배당수익률이 2.0%를 웃돌았다. 10개 상장사 중 2곳의 배당수익률이 은행 이자보다 낫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다. 3년간 연평균 배당수익률이 7% 넘는 곳도 꽤 있다. 신풍제지, 정상제이엘에스, 진양폴리, 네오티스, 진양산업 등이 주인공이다.
[FUND ISSUE] 3년간 연평균 수익률 7%가 넘는 곳은 어디?
금리 낮을수록 배당주 펀드 뜬다
우량 배당주를 선별적으로 편입하는 배당주 펀드의 수익률은 좋은 편이다. 전체 공모형 배당주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3월 16일 기준)은 3.10%로 집계됐다. 3개월도 안 돼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를 뛰어넘었다. 지난 1년간의 평균 수익률 역시 수수료를 제외하고도 8.32%에 달했다. 3년 수익률은 20.01%, 5년 수익률은 38.46%로 각각 나타났다. 3년 수익률만 놓고 보면 연평균 6.67%에 달하는 수치다. 장기 박스권으로 인해 국내 주식형 펀드가 3년간 마이너스 수익률(-2.34%)을 낸 것과 대비된다. 장기 투자할수록 누적수익 규모가 커지는 점은 투자자들이 주목해봐야 할 대목이다.


신영·동양·미래에셋 배당주 펀드 두각
은행 이자보다 나은 수익률을 거둘 수 있는 배당주 펀드. 언제 매입하는 게 최선일까. 배당금은 주총 의결이 마무리된 뒤 4월 중 예탁결제원을 통해 각 주주에게 지급된다. 배당세는 15.4%(소득세 14%+주민세 1.4%)로 원천징수가 되지만, 주식 매매차익은 비과세다.

일반적으로 결산월이 다가오면 배당 기대가 주가에 먼저 반영되기 마련이다. 배당락 이후엔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상장기업들이 배당 규모를 발표한 뒤 시장의 관심이 줄어드는 3, 4월이 투자의 적기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수년간 안정적 수익을 내 온 대표적인 상품은 신영자산운용의 배당주 펀드다. 특히 3년 새 40% 넘는 수익을 낸 ‘신영밸류고배당 펀드’는 배당주 붐을 일으켰다. 이 펀드가 지난 1년간 끌어 모은 자금만 1조7076억 원에 달한다. 신영밸류고배당 펀드의 지난 1년 수익률은 11.81%로 기록됐다. 올 들어서만 3.36%의 수익률을 보였다. 설정액이 100억 원 이상인 공모형 펀드 중에서 1년 수익률이 가장 뛰어난 상품은 ‘동양중소형고배당1 펀드’로 조사됐다. 배당을 많이 하는 중소형 종목에 집중 투자해 1년 동안 28.8%의 수익률을 보였다. 5년 누적 수익률이 120.36%로, 다른 배당주 펀드의 수익률을 압도했다. 다음으로 ‘미래에셋고배당포커스1 펀드’의 1년 수익률은 24.09%로 높은 편이었다. ‘하나UBS배당601 펀드’, ‘하이굿초이스배당1 펀드’ 등도 좋은 수익률을 내고 있는 우량 펀드로 꼽혔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전체 배당주의 성장률을 그대로 따르고 싶다면 배당주 상장지수펀드(ETF)도 눈여겨볼 만하다. 대표적인 건 ‘키움코세프(KOSEF)고배당 상장지수펀드(ETF)’다. 지난 1년 수익률이 5.66%로 괜찮은 편이다. 올 들어서도 벌써 4.61%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국내 배당주 펀드만 바라볼 필요는 없다. 해외 시장의 배당 성장률은 국내 증시보다도 높기 때문이다. 예컨대 ‘알리안츠유럽배당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12%를 넘어서고 있다. 배당수익률이 우리나라보다 높은 중국 펀드도 있다. 중국 증시의 경우 작년 11월 후강퉁(상하이와 홍콩 증시 간 교차 거래)을 시행한 데 이어 연내 선강퉁(선전과 홍콩 증시 간 교차 거래)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 정부 역시 적극적인 경기 부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KB자산운용은 중국 본토 및 홍콩 증시에 상장된 종목 중 성장성이 높은 배당주에 집중 투자하는 ‘KB정통중국고배당 펀드’를 최근 출시했다. 한화자산운용도 배당 확대 가능성이 높은 중국 우량주에 투자하는 ‘한화차이나레전드고배당 펀드’를 선보였다.

해외 배당주 펀드에 투자했다 수익이 날 경우 국내 배당주 펀드에 비해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국내 펀드의 자본 차익에 대해선 비과세 적용을 받지만, 해외 펀드의 경우 15.4%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류주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배당은 한 번 늘리면 쉽게 줄이기 힘든 만큼 배당 확대는 곧 실적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라며 “배당을 늘린 기업들은 다음 해 이익 증가율도 높은 편이어서 배당주 펀드 투자가 유망하다”고 말했다.


조재길 한국경제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