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난 지름신 혹은 기이한 수집광
자기 돈을 쓴다는 데야 누가 뭐라 하겠냐마는 일반인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세계 각국 부호들의 취미는 그야말로 기이하고 별나다고 할 수밖에 없다. 그들의 취미가 허세의 절정이든 개인의 유별난 취향이든 간에 천문학적 비용을 쏟아 붓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구설수에 오른 마윈의 사슴 사냥, 만수르의 호화 여행작년 중국의 알리바바 그룹 마윈 회장이 언론의 뭇매를 맞았다. 자연보호 운동가로 알려진 마윈이 영국으로 원정 사냥을 떠나 수사슴 17마리를 잡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논란이 됐기 때문이다. 영국 선데이타임스에 따르면 마윈 회장이 최근 친구 11명과 함께 영국 스코틀랜드의 한 성을 임대해 휴가를 즐기며 일주일 만에 수사슴 17마리를 포획했다고 보도했다. 사슴 사냥에는 헬리콥터 넉 대도 동원됐다. 영국까지 가서 ‘귀족 코스프레’를 했다는 소식에 중국 네티즌들은 “이중인격이다. 사냥한 사슴을 타오바오 경매에 내놓을 것이냐”며 거세게 비난하는 이들과 “자기 돈을 쓴다는데 무슨 상관이냐”며 옹호하는 이들까지 갑론을박이 거세게 일었다. 1920년대 영국 귀족 가문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다운튼 애비’가 중국에서 인기를 끌면서 중국의 신흥 부자들이 대거 영국에 가서 사냥 여행을 하는 것이 유행했고 그중 하나가 마윈이었던 것. 중국 부호들은 영국식 복장을 입고 영국인 집사를 고용하고 성을 통째로 빌리는 데 약 1억3000만 원이 넘는 돈을 아낌없이 쓴다고 전해진다. 중국의 신흥 부호와 달리 중동의 혈통 있는 왕족들은 말 사랑으로 유명하다. 한 살 된 망아지를 사는 데 무려 90억 원을 쓴다면? 영국 서퍽(Suffolk)에서 열린 경주마 경매에서 카타르 왕족 조안 알타니는 약 90억 원을 들여 경주마 한 필을 낙찰 받아 세상을 놀라게 했다.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왕자 셰이크 만수르 빈 자예드 알 나얀도 말을 사랑하는 부호로 유명하다. 그는 현재 아랍에미리트 경마청(EHRA), 아라비안 경마청 국제연맹(IFAHR) 회장을 역임하고 있는데 최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아들 사진으로 한차례 화제를 몰고 왔다. 어린 아들이 살아 있는 백마에 직접 물감으로 줄무늬를 그려 얼룩말을 만든 사진을 올린 것. 이 게시물에 ‘초호화 미술시간’, ‘상상초월 부자의 취미’라는 댓글들이 달린 것은 물론이다. 축구팬들에게는 영국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시티의 구단주로도 유명한 만수르의 또 다른 취미는 호화 여행. 지난여름 휴가 때 만수르 가족의 여행 목적지는 크레타 섬이었고 이곳에서 약 5346억 원짜리 요트를 타고 관광을 하며 식사 때마다 수천 달러를 썼다. 그는 크레타 섬에서 여행 기념품으로 특이하게도 닭 8마리를 사서 초호화 전용기에 함께 올랐다. 사설 소방서에 개인 잠수함까지, 스케일이 다르다
록펠러 가문의 후손인 데이비드 록펠러는 딱정벌레 수집광이다. 어릴 때부터 모은 9000여 종의 딱정벌레 15만 마리를 간직하고 있다. 그중에는 록펠러에 의해 세상에 처음 소개된 딱정벌레도 있어 그의 이름이 학명으로 붙기도 했다. 그의 수집은 소박한 편이다. 미국의 부동산 재벌인 앨런 캐스덴은 고대 유대인의 동전 수집이 취미라고 소개했다. 그동안 모은 동전의 가치만 해도 우리 돈으로 약 460억 원에 달한다. 아무도 생각지 못한 일을 벌이는 부호들도 있다. 영화 ‘스타워즈’와 ‘인디애나 존스’의 영화감독 조지 루카스는 자신의 뛰어난 상상력을 현실세계에도 적용시켰다. 자신만을 위한 사설 소방대를 만든 것.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목장과 스튜디오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만들었는데 얼마 후 지역 소방서에 자신의 소방차 2대를 기증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부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초호화 요트는 이제 식상하다. 영화감독 제임스 캐머런은 자신만을 위한 잠수함을 만들었다. 특수 장비로 만든 이 잠수함을 타고 그는 ‘심해 유영’을 취미삼아 하는데 바닷속 가장 깊은 곳까지 도달하는 ‘딥 시 챌린지(Deap Sea Challenge)’를 내셔널지오그래픽 다큐멘터리 채널과 함께 촬영하기도 했다. 캐머런은 7m 62cm, 12톤에 이르는 이 잠수함을 만드는 데 약 86억 원의 돈을 아낌없이 투자했다. 기획 박진영 기자 | 글 이지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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