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의 마음늦가을, 고향에 다녀왔습니다. 나의 고향은 두메 산골입니다. 이십 리 길을 걸어서 중학교를 다녔습니다. 마을에선 담배와 고추 농사를 지었는데, 학교에 다녀오면 쪼르르 밭으로 달려가곤 했습니다. 그때마다 밭에서 검은 땀으로 뒤범벅인 어머니가 “너는 집으로 돌아가 공부하라”며 정색을 했습니다. 그 덕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올라와 산 지 올해로 30년째입니다. 서울살이가 만만치 않아서인지 일 년에 한두 번 가는 고향입니다. 하지만 갈 때마다 새로운 느낌을 가지는데, 이는 고향이 갖는 여러 의미 때문일 테지요. 우선 고향은 인생의 시계입니다. 뒷동산에 올라 가만히 마을을 내려다보면, 철없이 뛰어놀던 어린 시절이 떠오르면서, 흰 머리가 희끗희끗한 중년의 나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고향은 인생을 기록하는 일기장이기도 합니다. 고향을 떠나 어떻게 살아왔는지가 주마등처럼 스치면서, 잘 살고 못 살음을 구절구절 읽어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고향은 인생의 훌륭한 멘토라는 사실입니다.

‘농부의 마음’을 배우는 까닭입니다. 농사가 잘 되는 해나 안 되는 해나 늙은 농부의 얼굴은 여전히 잔잔하고, 그윽하며, 맑습니다. 운명을 받아들이고, 그 운명 속에서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봄엔 씨 뿌리고, 여름엔 애지중지 키우고, 가을엔 감사의 마음으로 결실을 거두어들입니다. 그런 모습이야말로 나로 하여금 도시에서도 ‘농부의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겠다는 힘을 갖게 합니다. 어느덧 한 해가 저물어갑니다. 올 한 해 후회야 없지 않지만, 2015년에도 ‘농부의 마음’으로 동료들과 함께 한경 머니를 ‘애지중지’ 키워서 독자 여러분들에게 최상의 품질로 보답해야겠다는 결심을 해봅니다.

이번 송년호는 연말을 지혜롭고 풍성하게 보낼 수 있는 정보로 가득 채웠습니다. 커버스토리로 고점 대비 평균 60%선까지 하락한 골프·피트니스·럭셔리 콘도 회원권 시장을 정리해봤습니다. 지금 보유하고 있는 회원권의 가치를 확인하고, 매매 여부를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금융시장의 판도를 바꿀 독립금융상품자문자(IFA) 제도에 대해서도 스페셜리포트로 깊이 있게 다뤘습니다. 한상춘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이 쓴 ‘세계 경제를 읽는 6가지 키포인트’도 한 해를 정리하고 2015년을 계획하는 독자들에게 유익할 것입니다. 연말 선물과 송년 모임 장소를 고민하는 독자들을 위해서도 별도의 특집을 준비했습니다. 연말의 모든 고민과 걱정을 한경 머니를 통해 풀어버리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