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순위 8위의 GS그룹이 주력인 정유업의 불황과 GS건설의 대규모 적자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력 계열사의 저조한 실적으로 지주사인 GS의 주가는 고점 대비 반 토막 이상 났다. GS그룹이 직면한 위기의 진원지는 어디일까.
[SPECIAL REPORT] 추락하는 주가 고민하는 GS
GS그룹의 지주사인 GS 주가가 한없이 추락하고 있다. GS의 주가는 10월 들어 4만 원대까지 깨졌다. 지난 10월 13일에는 52주 최저가인 3만8900원까지 추락하기도 했다. 이날 종가인 4만200원은 최고가인 10만500원의 40% 수준이다. 올해 시작가인 5만5700원와 비교해도 약 28% 빠진 가격이다. GS그룹을 대표하는 GS의 주가가 이처럼 하락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GS그룹은 2014년 4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8위 그룹이다. 그룹의 주요 사업은 에너지 부문(GS칼텍스·GS파워·해양도시가스 등), 건설 부문(GS건설·GS네오텍), 유통 부문(GS리테일·GS홈쇼핑) 등 세 부문이다. 각 부문의 주력사인 GS칼텍스, GS에너지, GS건설, GS리테일이 그룹 총자산의 72%, 매출의 85%를 차지한다.

2012년 1월 GS는 에너지 지주회사인 GS에너지를 물적분할함에 따라 GS칼텍스와 기타 에너지 부문으로 분리했다. 물적분할 후에도 그룹의 근간은 셰브런그룹과 각각 50%의 지분을 가진 GS칼텍스다. GS칼텍스는 정제능력 기준 국내 2위로 BTX, PX 등 석유화학 부문 국내 최대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GS그룹이 겪는 어려움은 그룹 주력 사업인 정유업 자체의 불황에 기인한 면이 크다.
GS그룹이 겪는 어려움은 그룹 주력 사업인 정유업 자체의 불황에 기인한 면이 크다.
그룹 주력인 정유업의 태생적 한계
현재 GS그룹이 겪는 어려움은 그룹 주력 사업인 정유업 자체의 불황에 기인한 면이 크다. GS그룹은 유통, 건설 등 다른 사업 부문을 갖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정유사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그만큼 그룹 내에서 GS칼텍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현재 정유 업종이 겪는 어려움의 배경은 두 가지다. 먼저 어려운 경제 상황이다. 해마다 많은 경제연구소들이 연초가 되면 ‘올해 경제가 지난해보다는 나아질 거라고 전망’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전망이 적중한 적이 없다. 정유업은 내수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그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일각에선 향상된 연비가 정유업에 악재로 작용했다는 의견도 있지만, 그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게 일반적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자동차의 연비가 좋아진 건 사실이지만 10년 전부터 있었던 현상”이라며 “정유업의 불황은 나빠진 경기의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둘째는 수익성 악화다. 미국의 셰일가스 양산이 수익성 악화의 직접적인 원인이다. 미국이 셰일가스를 생산하면서 미국 원유가가 상대적으로 싸졌다. 현재 미국 서부텍사스유(WTI) 가격은 두바이유보다는 조금 비싸고 브렌트유 가격과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재고 물량이 쌓이면서 WTI 가격이 두바이유나 브렌트유보다 싸졌다.
‘자이’로 유명한 GS건설은 중동의 플랜트 사업에서 대규모 적자를 내며 어려움을 겪었다.
‘자이’로 유명한 GS건설은 중동의 플랜트 사업에서 대규모 적자를 내며 어려움을 겪었다.
유가 하락은 결과적으로 정유업의 마진 축소로 이어졌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기름은 30~40일 전에 사온 원유를 정제한 것이다. 이 같은 시차로 인해 정유업체의 마진이 떨어지는 것이다. 실제 배럴당 8달러에 달하던 정제 마진은 2012년 7달러, 2013년 6달러로 떨어지다 올해 들어서는 5달러 이하로 떨어졌다. 올 3분기 정제 마진은 평균 4.4~4.5달러 수준까지 하락했다.

다행히 유가 하락 추세가 꺾이면서 9월부터 마진율이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다. 마진율 하락에는 정유업체들이 생산량을 조절한 것도 도움이 됐다. 많은 애널리스트들이 4분기부터 정유업체들이 한숨을 돌릴 거라고 전망하는 배경이다.

하지만 정유업 자체가 갖는 한계는 여전하다. 원유를 생산하는 일은 안정적인 반면 정유업은 경기에 굉장히 민감한 업종이다. 정제 마진 1, 2달러에 따라 적자와 흑자를 오가는 원천적인 한계도 있다. GS그룹이 정유 외 에너지에 힘을 쏟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해외 플랜트서 대규모 적자 낸 GS건설
GS칼텍스와 함께 GS그룹의 위기를 불러온 곳이 GS건설이다. GS건설은 중동의 플랜트 사업에서 대규모 적자를 냈다. 플랜트 사업은 사업 규모 자체가 커서 손실 규모가 크다. 지난 2년 사이 GS건설이 해외 플랜트에서 낸 적자만 1조5000억 원. 플랜트 산업의 특성상 추가 부실을 감안하면 2조 원이 넘는다.

GS건설이 해외 플랜트에서 이처럼 큰 손실을 본 데는 세 가지 원인이 있다. 첫째 해외 플랜트 시장의 상황이다. 해외 플랜트는 사업 규모가 커 국내 부동산 시장 침체로 골몰하던 건설사들의 구미를 당기게 했다. 그러다 보니 한국 업체끼리 출혈 경쟁이 불가피했고, 이로 인해 사업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둘째 경험 부족이다. GS건설의 모태는 ‘자이’로 유명한 LG건설이다. LG건설 시절부터 GS건설의 주력은 주택 사업이었다. 플랜트는 정유 플랜트에 특화돼 있었다. 하지만 정유 플랜트 발주가 줄어들면서 다른 플랜트로 눈을 돌렸다. 후발 주자로 유수의 건설사들과 경쟁해야 했던 GS건설로서는 공격적인 마케팅이 불가피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하청업체들이 부도가 나거나 도망을 가 부실 규모를 키웠다.

나머지는 기술적인 부분으로 경영진 교체에 따라 대규모 부실을 한꺼번에 털어낸 게 원인이다. GS가의 일원인 GS건설 허명수 사장과 우상룡 해외사업 총괄사장은 지난해 대규모 부실에 대한 책임을 지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허 전 사장에 이어 GS건설의 수장에 오른 이가 GS 경영지원팀장이던 임병용 사장이다. 새로 GS건설의 키를 잡은 임 사장으로서는 전임 사장이 남긴 부실이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로 인해 한꺼번에 부실을 떨구면서 단기적으로 큰 부실이 커졌다.

건설 담당 한 애널리스트는 그러나 “대규모 적자의 원인이 된 해외 플랜트 공사가 올해 대부분 마무리된다”며 “내년부터는 실적이 조금씩 나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변신 위한 과감한 외부 인사 영입 필요
현재 GS그룹이 겪는 어려움은 GS칼텍스와 GS건설의 부실에 기인한 바가 크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GS그룹 경영진의 잘못된 방향 설정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GS그룹은 LG그룹에서 정유, 유통, 건설 등 컨슈머 종목을 갖고 분가했다. 그런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소비시장이 침체에 빠지면서 그룹 전반에 경보음이 울렸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영진이 선택한 것이 기업 간 거래(B2B) 사업으로의 확장이었다. 오너 입장에서 B2B 사업은 매출 규모도 크고 수출이라는 명분도 있어 욕심나는 분야다. 하지만 경제 성장기라면 B2B 사업이 해볼 만하겠지만 지금처럼 저성장 기조에 접어든 상태에서는 위험한 선택일 수 있다.

GS건설이 무리하게 해외 플랜트에 뛰어든 것도 이런 상황이 빚어낸 결과였다. GS그룹이 한때 인수·합병(M&A) 시장에 자주 얼굴을 비친 것도 그 연장선이다.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뛰어든 게 대표적이다.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오너인 허창수 회장의 뜻이었다고 전해진다. 당시 그룹 내에서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강력하게 반대한 사람이 임병용 현 사장이다. 그 덕에 GS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실패했다.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GS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성공했다면 조선업의 극심한 불황을 고려할 때 그룹 전체를 위기로 몰고 갈 수도 있었다. 임 사장은 그때의 공을 인정받아 그룹 내 탄탄한 입지를 다졌고, 위기에 처한 GS건설의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고전하고 있는 GS그룹의 재도약을 위한 허창수 회장의 향후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고전하고 있는 GS그룹의 재도약을 위한 허창수 회장의 향후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그룹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GS그룹이 잘 되려면 힘을 빼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력이 아닌 사업 부문은 과감하게 정리하고, 잘하는 사업에 집중해야 한다.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시장에서의 강점을 살려 작은 투자로도 할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야 한다.

과감한 외부 인사 영입도 필요하다. GS그룹 경영진을 보면 LG그룹 기획조정실 출신들이 유달리 많다. 이는 GS그룹이 분가할 때 허 회장이 LG그룹 기조실 임직원들을 대거 영입했기 때문이다. 그들이 현재 GS그룹의 경영층에 있다. 그룹의 변신을 위해서는 이들 외에 외부 인사의 영입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신규섭 기자 wawoo@hankyung.com | 사진 한국경제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