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REPORT] 원 테이블 레스토랑, 둘을 위한 식탁 하나
소중한 이에게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면 밸런타인데이, 화이트데이 등 ‘고백 데이’가 포진해 있는 2월 혹은 3월을 노려봄직하다. 단 두 사람을 위해 준비된 달달한 공간, 딱 하나의 테이블과 한 명의 셰프만이 존재하는 원 테이블 레스토랑은 가히 최적의 장소다. 연인 혹은 가족을 위해 원 테이블 레스토랑을 예약한 당신, 상대의 ‘엄지 세례’를 받게 될지도.


로맨틱 원 테이블 레스토랑의 원조‘인뉴욕’
[GOURMET REPORT] 원 테이블 레스토랑, 둘을 위한 식탁 하나
서울 압구정 CGV 뒤편 한적한 골목길에 위치한 ‘인뉴욕’은 원 테이블 레스토랑의 원조다. 이탈리안 요리 전문 강영대 셰프는 2004년 이곳에 레스토랑을 열고 좁은 실내를 어떻게 활용할까 고민하던 중 테이블 하나만 놓고 소수의 손님만을 맞는 이색 레스토랑을 떠올렸다. 원 테이블 레스토랑으로 콘셉트를 잡은 인뉴욕은 연인들의 프러포즈나 파티 등 모임 장소로 큰 인기를 끌었다. 이후 서울 시내 곳곳에 원 테이블 레스토랑이 우후죽순 생겨났지만 이곳처럼 장소 대여와 이벤트, 음식이 함께 제공되는 곳은 많지 않다.

인뉴욕은 ‘프러포즈 레스토랑’답게 입구에서부터 달달한 내음이 진동했다. 온통 정열의 레드 컬러로 꾸며진 실내는 답답하다기보다는 아늑하고 사랑스러웠다. 벽에 걸린 스크린에서 로맨스 영화의 정수 ‘로마의 휴일’이 흘러나왔다. 바닥에는 꽃잎이 촘촘히 흩뿌려져 있는데, 사뿐히 지르밟으니 시상식의 주인공이 된 기분이다. 테이블 위 꽃다발과 촛불 장식이 눈에 띈다. 부케 다발과 이니셜이 새겨진 케이크는 사전에 주문하면 강 셰프가 준비해준다.

음식 맛도 제법이다. 홈 메이드 수프부터 갈릭오일로 구워낸 새우, 한우 안심 스테이크, 디저트로 나오는 티라미스까지 강 셰프가 정성과 사랑을 담아 만들어낸 요리가 아니던가. 여기에 달콤한 프랑스산 와인은 로맨틱한 시간을 더욱 빛내주는 ‘신의 한 수’다. 사실, 이곳의 음식이야 맛보다는 분위기로 먹는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듯.

코스 요리가 다 나온 뒤 셰프는 홀연히 자리를 떠난다. 주인공들을 위한 시간을 선물하기 위함이다. 둘만의 시간이 오면 말하자. “나와 결혼해줘”란 프러포즈도 좋고 “그동안 함께해줘서 고맙소”란 말로 점수를 따도 좋다. 젊은 커플들이 주 고객이지만 50, 60대 중년 부부들이 결혼기념일을 맞아 찾기도 한다. 낮 시간대에 친구들끼리 브런치를 먹으며 한바탕 수다를 즐기기에도 그만이다.

테이블이 하나밖에 없다 보니 1~3주 전 예약은 필수다. 오전 11시에 오픈해 늦은 11시 문을 닫기까지 오직 6팀에게만 자리가 주어진다. 기본 식사는 30만 원, 케이크나 꽃다발 등 이벤트 비용을 더하면 최고 43만5000원 정도로 예산을 짜면 된다. 02-541-1373



입소문 난 프러포즈 명소‘셰프양군’
[GOURMET REPORT] 원 테이블 레스토랑, 둘을 위한 식탁 하나
삼성동에 위치한 셰프양군은 커플들 사이에서 프러포즈 성공률 90% 이상을 자랑한다고 소문난 원 테이블 레스토랑이다. 지방은 물론 일본, 홍콩, 캐나다 등지에서 찾아올 정도다. 양승한 셰프가 정성으로 만들어낸 음식은 숙성된 드레싱이 입맛을 돋우는 샐러드와 견과류를 넣은 파스타처럼 맛과 건강까지 세심하게 신경 쓴 흔적이 돋보인다. 일주일 전에는 예약해야 원하는 날짜에 이용할 수 있고 미리 장미꽃과 초 이벤트 등은 주문해야 한다. 최대 6인까지 즐길 수 있는 프라이빗 파티도 준비해준다. 레스토랑 대여 시간은 90분, 초 이벤트, 케이크, 꽃다발 등 옵션은 정하기 나름이다. 25만~50만 원. 010-7794-4433


한옥에서 보내는 둘만의 시간‘카페무이’
[GOURMET REPORT] 원 테이블 레스토랑, 둘을 위한 식탁 하나
‘북촌의 터줏대감’ 카페 무이는 한옥 버전 원 테이블 레스토랑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격자 창문 너머로 소박한 식탁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옛날 나무문을 뉘어놓은 테이블이다. 16.5~19.8㎡(5~6평) 남짓한 이 공간은 낮에는 액세서리 가게로 운영되다가 해가 저물면 프러포즈 명소로 분한다. 고풍스러운 외관과 달리 실내는 화이트, 레이스 장식으로 사랑스러움의 극치를 보여준다. 이곳에서 프러포즈했던 커플들 사진과 감동을 듬뿍 담은 방명록으로 장식한 벽도 인상적이다. 하루에 한 팀만 예약받으며, 와인 포함 스테이크 코스가 40만 원이다. 소중한 둘만의 시간을 보낸 뒤 문을 직접 잠그고 나가는 독특한 콘셉트도 재밌다. 02-766-8184


이윤경 기자 ramji@hankyung.com│사진 서범세 기자│촬영 협조 인뉴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