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흥수 ㈜관악도서유통 대표이사

장흥수 ㈜관악도서유통 대표는 클럽 챔피언만 9번을 한 ‘아마추어 최고수’다. 외환위기 직후 친구들의 손에 이끌려 골프채를 처음 잡은 그는 술, 담배 끊으며 독하게 골프를 친 결과 아마추어 최고수가 됐다. 15년 구력의 장 대표에게 ‘골프 잘 치는 법’을 물었다.
[FIELD LESSON] “술·담배 끊으며 독하게 골프 쳤습니다”
장흥수 ㈜관악도서유통 대표는 골프채를 잡은 지 5년 만에 첫 출전한 2002년 SBS 나인홀 매치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2004년 리베라 오픈, 카스코배 골프대회, 부산MBC배 골프대회 등에서 연이어 우승하며 아마추어 최고수의 자리에 올랐다.

올해도 그는 많은 대회에 참가했다. 4월에 열린 카스코배 골프대회를 시작으로 5월 부산MBC배, 6월 전국구락부 대항전, 10월 송학배까지 투어 선수에 버금가는 일정을 소화했다. 지금은 아마추어 대회에서 항상 상위에 랭크되는 그이지만, 시작은 여느 아마추어와 다르지 않았다.

장 대표가 골프채를 잡은 건 IMF 직후인 1998년이다. 친구들을 따라서 필드에 나갔는데, 돈을 엄청 잃었다. 그 뒤에도 필드에 나갈 때마다 돈을 잃었다. 친구들 그린피는 혼자 다 냈다고 보면 된다. 외환위기 때라 잃은 돈이 더 크게 느껴졌다.

돈 잃고 스트레스까지 받자 오기가 생겼다. 그때부터 연습장에서 살다시피 했다. 처음 세 달만 티칭 프로에게 레슨을 받고, 독학으로 골프를 연마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아침 8시까지 연습, 퇴근 후 6시 30분부터 9시까지 다시 연습. 하루 5~6시간을 연습장에서 보냈다. 술, 담배도 끊었다. 술과 담배는 골프와 별 상관이 없는 듯 보이지만 술, 담배를 하는 사람과 하지 않는 사람은 집중력에서 큰 차이가 난다는 판단에서다.

그렇게 혹독한 6개월의 연습 기간을 보내고 그는 마침내 싱글을 쳤다. 그날은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리베라컨트리클럽(CC)에서였는데, 지인들과 함께 한 라운딩에서 정확히 80타를 쳤다. 싱글을 기록했지만 그때만 해도 골프가 뭔지 잘 몰랐다. 클럽 대항전에서 챔피언을 한 후에도 골프의 제 맛을 느끼지는 못했다.

“골프의 묘미를 제대로 느낀 건 2005년쯤인 거 같아요. 노력을 아무리 해도 안 될 때는 안 되는 게 골프예요. 필드에 나가기 1시간 전에 연습을 해도 결국 더블보기하고, 오비(OB)가 나잖아요. 마음대로 안 되는 게 골프입니다. 요즘도 연습하다 보면 ‘이게 골프구나’ 하고 느낄 때가 있어요.”


골프 장갑 벗을 때까지 포기하지 마라
골프채를 잡은 지 10여 년 만에 골프의 묘미를 알았다는 그에게 골프 잘 치는 법을 묻자 “연습, 그리고 집중”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골프를 잘 치기 위해서 연습은 기본이다. 연습은 레슨 받은 것을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다. 아마추어들은 레슨 받은 것을 기억하려 애쓰지만, 레슨 받은 것을 잊지 않는 유일한 방법은 지속적인 연습으로 몸에 익히는 수밖에 없다.

장 대표는 아마추어 정상에 오른 지금도 시간만 나면 연습장으로 향한다. 연습장에 발을 들여놓으면 기본 2시간은 볼을 친다. 전날, 혹은 그 전날 필드에서 잘 안 됐던 걸 연습한다. 다음은 어프로치 연습을 한다.

“쇼트 게임은 공식이 정해져 있습니다. 볼 놓는 위치, 셋업, 어디서 임팩트가 되느냐가 관건이거든요. 대부분의 아마추어들은 잘 맞으면 좋고, 아니면 말고 하는 식으로 어프로치를 합니다. 그러니까 뒤땅을 치거나 톱볼이 나서 고생하는 거죠. 쇼트 게임에서 어프로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면 그렇게 못합니다. 어프로치를 할 때는 공식대로 쳐야 실수를 줄일 수 있습니다.”

장 대표는 유독 집중력을 강조했다. 집중력만 있으면 스윙 폼이 아무리 엉망이어도 볼을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보낼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가 주말 골퍼들에게 “끝까지 긴장 풀지 말고, 집중력을 가지라”고 얘기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그 연장선에서 장 대표는 아마추어들이 스코어를 줄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끝까지 포기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만약 그날 목표가 85개라고 가정하자. 9번 홀 끝나고 40타를 쳤다면 후반에 더 집중력을 발휘하게 된다. 하지만 전반에 45개 이상을 친 경우에는 후반에 포기하고 무너져 버리고 만다. 그래서는 안 된다. 좋은 골퍼라면 후반에 더 집중해서 스코어를 줄여야 한다. 골프 장갑을 벗을 때까지는 포기해서는 안 된다. 비즈니스 골프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우스갯소리를 하더라도 셋업에 들어가면 집중력을 발휘해야 한다. 대부분이 그렇지 않기 때문에 비즈니스 골프를 하는 사람들의 스코어가 줄지 않는 것이다.

“지난해 전국골프장선수권대회에서 5언더파를 쳤습니다. 버디 7개, 보기 2개를 했어요. 일반적으로 아마추어라면 대개 버디 뒤에 보기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마추어는 버디도 많이 하지만 보기도 많이 하거든요. 그래서 언더파를 치기가 어려운 겁니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스코어를 지키느냐, 지키지 못하느냐에 달린 거죠.”

그가 다른 골퍼들과 다른 점이라면 바로 그 정신력에 있다. 실제로 그는 필드에서 마인드 컨트롤을 자주 한다. 자신과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 또한 더블보기를 하면 화가 나지만 그래도 웃는다. 스코어를 까먹은 것보다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게 더 큰 문제이기 때문이다. 긴장이 풀리면 바로 보기가 나온다. 필드에 서면 그래서 긴장을 많이 한다.
[FIELD LESSON] “술·담배 끊으며 독하게 골프 쳤습니다”
유틸리티 100% 활용법
집중력 외에 또 다른 비결을 묻자 ‘골프용품’의 용도를 정확히 알고 쓰라고 말한다. 그 예로 그는 골프장갑을 들었다. 골프장갑은 그립이 돌아가지 않게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선수들은 클럽을 손가락에 걸지만 아마추어들은 그립을 그냥 잡는다. 이로 인해 생기는 샷의 오류가 의외로 많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둘째는 유틸리티다. 요즘은 우드보다 유틸리티를 사용하는 골퍼들이 많다. 시니어 골퍼나 여성 골퍼 중에는 아이언보다 우드를 즐겨 사용하는 이들도 있다. 아마추어 골퍼들 중에는 세컨드 샷이 170m 이상이 남으면 무조건 유틸리티를 찾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유틸리티에 맞는 스윙이나 활용법을 제대로 아는 골퍼들은 그리 많지 않다.

우드 대용으로 고안된 유틸리티는 우드만큼 비거리를 낼 수 있는 데다 트러블 샷 및 경사가 심한 라이에서 대응이 가능한 활용도가 높은 클럽이다. 롱 홀에서 드라이버 샷이 페어웨이 벙커에 빠졌다고 가정하자. 이때 주저 없이 잡을 수 있는 게 유틸리티다.

“유틸리티를 처음 만든 곳이 ‘카스코’입니다. 카스코골프의 이재규 회장님이 고등학교 선배라 일찍 유틸리티를 썼어요. 그래서 유틸리티의 장점을 잘 알죠. 많이들 쓰는 22도(55번)는 아마추어가 치면 180~190m, 선수들이 치면 200m 정도 나갑니다. 비거리로는 3번 아이언 정도인데, 유틸리티를 쓰면 그 정도 거리에 편하게 볼을 세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또 러프에서 아이언을 쓰면 볼이 잘 안 뜨지만, 유틸리티를 쓰면 볼을 쉽게 띄울 수 있습니다.”

유틸리티 샷은 우드의 쓸어 치는 스윙과 아이언의 찍어 치는 스윙의 중간 형태다. 어드레스 할 때 볼의 위치는 우드보다는 스탠스 중간으로 옮겨야 한다. 임팩트를 할 때는 아이언처럼 찍어 치는 느낌으로 스윙을 해야 한다. 이때 볼을 억지로 띄우기 위해 상체를 일으키면 톱볼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FIELD LESSON] “술·담배 끊으며 독하게 골프 쳤습니다”
욕심이 앞서면 싱글도 90타 친다
유틸리티의 일반적인 활용법이 그렇다는 것이다. 비거리가 안 나는 골퍼라면 150m를 남기고도 유틸리티를 찾을 수 있다. 사실 100% 정석대로 치는 골퍼는 없다. 프로 선수라 하더라도 자기만의 변형된 스윙으로 골프를 한다. 골퍼들마다 자기만의 노하우가 있다는 것이다. 프로 선수들도 잘 하는 샷이 있고 자신 없는 샷이 있다. 아마추어들은 말할 것도 없다. 어떤 골퍼는 드라이버가 약하고, 어떤 골퍼는 퍼터만 잡으면 간이 오그라든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처한 현실에 맞게, 맞춰서 치는 자기만의 노하우다.

“제가 드라이버를 잡으면 250m는 갑니다. 드라이버 비거리가 210m밖에 안 되는 친구가 제 드라이버를 보고 샷을 하면 십중팔구는 오비가 납니다. 힘이 들어가니까 당연한 결과죠. 화이트 티에서 치다 백 티로 가면 싱글 치는 분들도 90개씩 치기 마련입니다. 어떤 경우라도 욕심이 앞서면 안 됩니다. 욕심을 버리는 것, 좋은 스코어를 내는 비결 중 하나입니다.”


신규섭 기자 wawoo@hankyung.com│사진 서범세 기자│장소 및 용품 협찬 카스코골프, www.kascogol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