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 88개 규모…대부분 로봇 조립, 배터리 무게 543kg…주행거리 427km

테슬라 모델S는 기본 가격이 8만2400달러(85kWh 퍼포먼스 모델 기준·연방 세제 혜택 포함)에 달하는 최고급 차종이다. 가장 싼 모델도 6만2400달러(60kWh 모델)다. 이 비싼 차가 올 상반기 미국 시장에서 1만50대 판매됐다. 메르세데스 벤츠 S클래스와 BMW 7 시리즈, 렉서스 LS, 아우디 A8, 포르쉐 파나메라가 포함되는 대형 럭셔리 카테고리에서 판매량 1위를 기록했다.
[SPECIAL REPORT] ‘전기차 혁명 진원지’ 테슬라 프레몬트 공장 르포
미국 시장 상반기 1만 대 돌파
모델S의 매력은 ‘전기자동차답지 않은’ 강력한 성능과 긴 주행거리다. 언제 멈출지 모르는 부실한 전동 카트를 떠올리는 기존 전기차의 이미지를 확실하게 깬 것이다. 모델S는 최고 속도가 시속 209km에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97km(60mph)에 도달하는 시간도 4.2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고성능 스포츠카 못지않은 성능이다. 한 번 충전해 갈 수 있는 거리도 기존 전기차의 3배가 넘는 427km다. 이 정도면 중간에 충전 없이 서울에서 부산까지 주파할 수 있다. 올 초 까다롭기로 유명한 컨슈머리포트 품질 평가에서 100점 만점에 99점으로 역대 최고점을 받고 8월 미 고속도로교통안전관리국(NHTSA) 충돌 시험에서 5점 만점을 기록하면서 모델S의 인기는 로켓을 탄 듯 치솟았다.

테슬라 생산 기지가 있는 프레몬트는 샌프란시스코만 동쪽 연안 지역이다. 팰로앨토와 만을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지만 차로 20분이면 닿는 가까운 거리다. 모델S를 전량 생산하는 이 공장은 880번 니미츠 고속도로와 철로를 양쪽에 낀 ‘프레몬트 동부 공업지역’에 자리해 있다. 테슬라는 팰로앨토에 본사 건물이 따로 있지만 핵심 부서가 대부분 공장에 자리 잡고 있어 이곳이 사실상 본사 역할을 한다.

프레몬트 공장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압도적인 규모다. 창업 10년째인 신생 자동차 회사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공장 넓이는 80만9371m2(200에이커)로, 미식 축구장 88개가 들어갈 수 있다. 공장 한쪽 끝에서 다른 쪽까지 거리가 1.4km나 된다. 그 안에 최종 조립 라인과 도색, 강판 스탬핑 등 5개 공장이 들어서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내부에 자체 발전소와 주행 시험장도 있다.

프레몬트 공장 내부는 테슬라의 상징 색인 붉은색과 흰색으로 모던하게 꾸며져 있다. 탁 트인 공간과 끝이 보이지 않는 생산 라인, 부품 운반에서 조립까지 대부분을 처리하는 로봇들, 티끌 하나 없을 것 같은 깔끔한 바닥 등은 영화에나 나올 법한 ‘미래 공장’을 떠올리게 했다. 테슬라는 이 공장의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매일 늘어나는 주문을 공급이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난 2분기에 매주 400대에서 500대로 생산량을 늘렸다. 9월에는 주당 600대 고지에 도달했다. 테슬라의 단기 목표는 이 수치를 800대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것이다.

공장 입구 벽에는 엘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강한 자부심을 담은 다음 같은 글귀가 크게 인쇄돼 있다.

“모델S에서 우리의 목표는 첫 번째 ‘진정한’ 전기차를 창조하는 것이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것은 모든 부품을 근본적인 기술적 변화 속에서 완전히 새롭게 검토하고 하나의 통합된 시스템으로 설계, 제작한 최초의 전기차다. 그 결과물은 사람들이 상상하는 자동차의 모습을 뛰어넘는 것이다.”

테슬라는 8월 말 네덜란드 남부 틸부르흐에 첫 해외 조립 공장을 준공했다. 프레몬트 공장에서 완성차를 해체해 보내면 이를 재조립해 유럽 각국에 공급한다. 틸부르흐 공장에서 조립된 모델S는 가장 먼저 노르웨이로 보내졌다. 테슬라가 첫 번째 해외 공략지로 선택한 곳이다. 노르웨이는 국민소득이 높고 친환경차 지원 정책이 잘 정비돼 있다. 모델S는 노르웨이서도 돌풍을 일으켰다. 9월에만 616대가 판매돼 단일 모델로는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 테슬라는 독일과 프랑스 등 다른 유럽 국가로 시장을 넓히고 있다. 공장 한쪽에선 틸부르흐 공장으로 보내는 부품 포장 작업이 한창이다. 테슬라가 공을 들이고 있는 또 다른 곳은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이다. 중국 베이징에 전시장을 열기 위해 막바지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테슬라는 중국 현지에 공장 설립도 검토 중이다.

전기차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는 배터리다. 전기차 기술의 모든 게 배터리에 집약돼 있다. 전기차는 워낙 구조가 간단해 업체의 우열을 가릴 수 있는 것은 사실상 배터리뿐이다. 모델S 바닥에는 543kg(1000파운드)에 달하는 리튬이온 배터리 팩이 깔려 있다.

전 세계 자동차 업체들이 기존 전기차 주행거리의 한계를 뛰어넘은 테슬라의 배터리 기술을 궁금해한다. 업계의 예상과 달리 테슬라는 누구나 알고 있는 범용 배터리를 사용한다. 자신만의 특별한 비밀 배터리를 숨겨둔 게 아니다. 모델S에 장착된 것은 1970년대 발명된 18650 배터리다. 지름이 18mm, 길이가 650mm인 원통 모양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노트북 등 소형 전자 제품에 많이 사용되는 범용 제품이다. 테슬라 배터리 엔지니어 출신인 포레스트 노스 리카고 최고운영책임자(COO)는 “18650 배터리는 가장 저렴하고 안정성이 뛰어난 배터리”라며 “대부분 전기차 업체가 고용량 폴리머형을 채택했지만 테슬라는 18650 배터리의 잠재력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테슬라 프레몬트 공장 정문
테슬라 프레몬트 공장 정문
모델 S, 노르웨이서 돌풍
모델S 배터리 팩에는 원통형 18650 배터리 6000개 이상이 병렬과 직렬 방식으로 복잡하게 연결돼 있다. 여기서 400km가 넘는 주행거리가 나온다. 6000개가 넘는 배터리는 재료의 특성상 저마다 용량과 온도가 다르다. 이들의 안전성과 일치성을 유지하는 완벽한 전자 모니터링과 제어 시스템이 핵심이다. 테슬라 배터리 팩에는 혁신적인 냉각 시스템도 장착돼 있다. 수많은 센서가 설치돼 충돌이나 화재가 발생하면 1000분의 1초 내에 배터리 연결이 분리된다.

모델S가 작년 7월 출시되자마자 선풍적인 인기를 누린 데에는 기존 자동차 산업의 관행을 깬 머스크 CEO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도 한몫했다. 미국 자동차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딜러 체제에 도전장을 던졌다. 애플스토어를 닮은 전시장을 쇼핑몰에 열어 소비자들과 직접 소통에 나섰다. 모델S는 이들 41개의 전시장과 온라인을 통해서만 판매된다.

머스크 CEO는 전기차의 주행거리에 대한 소비자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미국 전역에 초고속 충전소인 슈퍼차저 네트워크를 까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지금까지 북미에 25개 슈퍼차저가 건설됐다. 그는 슈퍼차저를 빠른 속도로 확대해 내년 미국 인구 80%와 캐나다 일부까지 커버할 계획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6월 테슬라는 모델S 배터리를 90초 이내에 충전이 완료된 새 배터리로 교체하는 ‘배터리 스와프’ 서비스도 선보였다.

머스크 CEO의 다음 타깃은 보급형 시장이다. 내년 말 나오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X’가 출발점이다. 뒷좌석 문이 위로 열리는 팔콘 윙 디자인이 특징적이다. 가격은 떨어지지만 모델S의 파워트레인은 그대로 사용해 성능은 그대로다. 모델X가 노리는 시장은 BMW의 i3 등 경쟁사 신모델로 붐빌 전망이다. ‘꿈꾸는 천재’ 머스크 CEO가 또 한 번 진짜 실력을 발휘해야 할 승부처다.


프레몬트 = 장승규 기자 sk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