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BUCKET LIST
이집트가 간직한 보물, 아름다운 바다 홍해는 전 세계인이 동경하는 휴양지다.
최고급 리조트와 호텔들이 즐비한 홍해에서 보내는 시간은 꿈처럼 달콤하다.
사막에서 텐트를 치고 하룻밤을 보내는 캠핑은 또 어떤지. 사막여우가 텐트를 기웃거리고 밤하늘에 가득 뜬 별을 바라보는 시간은 지상의 것이 아닌 듯 신비롭다.

새벽녘 카이로의 호텔을 출발한 도요타 랜드크루저는 남서쪽으로 5시간을 달려 정오 무렵 바하리야 오아시스에 도착했다. 샌드위치로 간단히 점심을 때우고 약간의 휴식을 취한 후, 트렁크에 물과 쌀을 싣고 길을 나섰다. 지붕에 텐트와 매트리스, 이불 등 야영에 필요한 장비들을 잔뜩 실은 랜드크루저는 지평선 너머로 끝없이 이어지는 지루한 아스팔트길을 따라 시속 120km로 달렸다. 사막 위 드문드문 서 있는 송신탑이 신기루처럼 보였다. 덜컹거리는 창문 틈 사이로 입자 굵은 모래 알갱이들이 날아 들어와 뺨에 달라붙곤 했다.
이집트를 찾는 여행자들 가운데 많은 이들이 카이로에 내리자마자 사막으로 향한다. 피라미드와 스핑크스를 제쳐두고 이들이 사막으로 향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사막에서의 캠핑을 경험하기 위해서다. 바하리야 지역에는 두 개의 사막이 있는데 흑사막(black desert)과 백사막(white desert)다. 이름 그대로 흑사막은 검은 모래로 덮여 있고, 백사막은 하얀 석회암 모래로 덮여 있다.

“옛날, 엄청나게 큰 화산이 폭발했지. 화산재가 날려 와 사막을 덮었어.” 가이드는 차를 세웠다. 직접 밟아 본 흑사막은 딱딱했다. 사막의 모래는 부드러울 것이라는 예상과는 딴판이었다. “모래에 철광석이 많이 남아 있어. 모래 알갱이가 아니라 돌멩이에 가깝지.” 가이드는 아이 주먹만 한 ‘모래 알갱이’를 손에 쥐며 이렇게 말했다. “바람이 화산재를 쓸어 모았고 시간이 흘러 거대한 산들이 만들어졌지. 시간만큼 위대한 예술의 창조자는 없어.”
꼭대기에 오르니 흑사막 전체를 조망할 수 있었다. 피라미드를 닮은 삼각형의 검은 산들이 들판에 서 있는 모습이 경이롭게 느껴졌다. 아래에서 보던 풍광과는 사뭇 달랐다.
“화성에 가본 적은 없지만, 마치 화성에 온 것 같아. 내 짧은 묘사력으로는 이렇게밖에 말할 수 없어.” 정상에서 만난 한 여행자는 이렇게 말했다. 일주일 전 이집트에 도착했다는 그녀는 카이로 시내와 기자지구의 피라미드를 본 후 사막으로 관광을 왔다고 했다. 그녀는 전날 백사막에서 캠핑을 했고 카이로로 돌아가는 길에 이곳 흑사막에 들렀다고 말했는데, 그녀가 이집트에서 보낸 일주일을 설명하는 동안 도대체 ‘어메이징(amazing)’이라는 말이 몇 번이나 나왔는지 모르겠다. “오늘밤 백사막에서 하룻밤을 보낸다지. 정말 멋진 경험이 될 거야. 네가 평생 동안 본 것보다 더 많은 별을 오늘밤 보게 될 거야.”

“웰컴 투 알래스카(Welcome to Alaska).” 가이드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백사막은 흰 모래 때문에 알래스카라고 부르기도 한다. 백사막의 모래는 흑사막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흑사막의 모래가 철 성분이 많은 반면 백사막의 모래는 석회질 성분이 많이 함유돼 있다. 모래를 만지면 마치 분필가루처럼 하얀 성분이 묻어난다.
백사막에 도착했을 때는 노을이 질 무렵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분명 행운이었다. 지금까지 본 가장 아름다운 노을이었다. 하늘은 노랑으로 물들어가다 서서히 주홍빛으로 변해갔고 금세 붉게 물들었다. 노을은 사막을 삼켜버리기라도 할 듯 활활 타올랐다.
노을 속에서 텐트를 치고 요리를 했다. 불을 지피고 채소를 다듬고 냄비에 쌀을 붓고 끓였다. 우리는 자동차 헤드라이트를 켜고 바닥에 앉아 ‘사막 위의 식사’를 했다. 가끔 모래가 씹히기도 했지만 맛있었다.

별을 바라보며 사막 위에 몸을 뉘였다. 내 몸을 관통했다가 언제가 사라져버린 내 삶의 모든 충일한 순간들을 하나씩 호명해보았다. 사막의 마른하늘을 가득 덮고 있던 별 무더기 아래에서, 그리고 그 별빛들이 분분히 날리던 어느 밤 속에서 나는 잠시 생활을 접고 여행을 살았다.
어느덧 잠이 들었나 보다. 텐트 속에서 잠이 깼다. 사막이라 한기가 느껴진다. 시계를 보니 새벽 5시. 텐트 밖으로 나오니 별천지다. 하늘 한쪽에는 그믐달이 비현실적으로 떠 있다. 하지만 이것은 분명 현실이다.
멀리 동쪽 하늘이 밝아온다. 일출이 시작되려나 보다. 곧 기묘한 바위 뒤로 붉은 햇덩이가 솟아오를 것이다. 사막에서 맞는 아침. 지평선 너머에서 건조하고 차가운 바람이 불어와 뺨을 어루만진다. 텐트 앞에는 지난밤 다녀갔던 사막여우의 발자국이 어지럽다. ‘우리의 일상은 대부분 밋밋하고 지겹지만 우리는 이런 소나기를 바라며 하루하루를 연명해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우리의 몸과 정신을 온통 적시는 소나기는 일생에 몇 번 내리지 않을지도 모른다’라고 잠시 섣부른 생각을 했다.


바다의 풍광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스쿠버다이빙일 것이다. 바닷속 신비로운 풍경에 반한 다이버들은 상어의 꽁무니까지 쫓아다니는 모험을 즐긴다. 이집트에도 다이버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곳이 있다. 바로 홍해다. 미국의 스킨다이빙이라는 잡지에서 세계 10대 다이빙 명소를 선정했는데 남태평양의 타히티와 피지, 플로리다 남부의 바하마, 카리브해 케리만, 프랑스령 누벨 칼레도니, 적도상의 팔라우 공화국 등과 함께 이집트 홍해가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이른 아침부터 스쿠버다이빙을 했다. 산소통을 메고 바닷속으로 들어가는 순간 가슴 한쪽이 먹먹해졌다. 호흡이 곤란했다는 말이 아니다. 감동적이었다는 말이다. 이름을 알 수 없는 형형색색, 각양각색의 물고기들이 옆을 스쳐 지나갔다. 몸은 무중력 상태를 경험하고 있었다. 우주를 유영하듯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붉고 푸르고 노란 산호초는 우주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라이언 피시’가 갈기를 휘날리며 옆구리를 스쳐 지나갔다. 스쿠버다이빙을 한번 경험한 사람들이 왜 미칠 수밖에 없는지 이해가 됐다. 정말이지 물 밖으로 나오기 싫었다.
후르가다 역시 샤름 엘 셰이크와 함께 이집트 해양 스포츠의 메카로 불리는 곳이다. 연평균 기온이 영상 30도를 유지하고 있는 이곳에는 러시아, 독일, 미국, 영국에서 관광객들이 몰려든다. 홍해 지역에 약 245개의 호텔이 있는데 이 가운데 후르가다에만 150여 개의 호텔과 리조트가 있다고 한다.


plus info.
인천~이집트 카이로 구간을 카타르 항공이 도하를 경유해 운항 중이다. 이집트 입국 때는 별도의 비자가 필요하며 30일 동안 유효한 비자를 현지 공항에서도 발급받을 수 있다. 통화는 이집트 파운드를 쓴다. 달러나 유로를 가져가면 현지 호텔 등에서 환전할 수 있다. 이집트 관광청 공식 홈페이지(www.myegypt.or.kr)에서 숙소 등 다양한 현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시차는 우리나라보다 7시간 느리다. 후르가다는 카이로에서 이집트 국내선으로 1시간 거리. 후르가다 뉴 마리나 지역은 유럽 스타일의 건물과 레스토랑, 쇼핑센터 등이 모여 있는 곳. 힐튼 리조트 등 유명 리조트들이 있다. 샤름 엘 셰이크는 카이로에서 비행기로 1시간 걸린다. 버스로 약 8시간 소요. 후르가다에서 고속 페리로 1시간 30분 걸린다. 졸리빌, 포시즌즈 등 유명 리조트가 많다. 초보자와 어린이들도 숙련된 다이버와 함께 바닷속에 들어갈 수 있으며 라이선스 취득 과정도 별도로 운영되고 있다.
최갑수 시인·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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