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Good timing for auction part#1 Auction

올해 미술 시장의 화두는 단연 양도소득세 도입이다. 우려와 기대 속에 1분기를 보내고 봄을 맞은 미술계는 ‘희망론’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부동산에 대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듯 미술품에 대한 시선이 ‘자산의 중요한 한 부분’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미술품 거래의 공개 시장인 경매 시장에도 여러 모로 순풍이 예상된다.
[경매 공매 트렌드] 미술품 경매 시장은 지금 우려와 기대 속 ‘희망론’에 무게
미술 시장은 지난 몇 년간 불황의 늪에서 허우적거렸다. 한때 엄청난 활황기가 있었지만, 그 짧은 시간이 무색할 만큼 긴긴 침체를 겪어왔다.

지난 2월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발표한 ‘2011년도 미술 시장 실태 조사’에 따르면 2011년 국내 미술 시장 규모는 4722억 원으로 추정된다. 화랑, 경매회사, 아트페어 등 주요 미술품 유통 영역의 작품 판매금액으로 미술 시장 규모의 추이를 살펴보면 2011년에는 4209억 원으로 전년도 4515억 원에 비해 6.8%에 해당하는 305억 원이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국내 미술 시장의 규모가 줄어든 데에는 국내외 경기 침체에도 그 원인이 있지만, 미술품 양도세 시행 등 미술계를 둘러싼 변화 요인도 영향을 끼쳤다.
[경매 공매 트렌드] 미술품 경매 시장은 지금 우려와 기대 속 ‘희망론’에 무게
주목할 만한 것은 주요 유통 영역 중 경매회사를 통한 거래 시장은 매년 증가 추세라는 점이다. 지난해 말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가 발표한 ‘2012년 미술품 경매 시장 결산’에 따르면 국내 고미술 및 현대미술을 포함한 경매 총 출품작은 1만875점이었다.

이 중 낙찰된 작품 수는 6940점으로 낙찰률 63.8%를 기록했고, 총 거래액은 891억8792만 원으로 집계됐다. 미술 경매 낙찰률은 미술 시장 최대 활황기로 손꼽히는 지난 2007년, 73.5%에 달했지만 2008년 61.9%로 급락했고, 2011년에는 63.1%를 보여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지난 3월, 국내 2대 미술 경매회사인 서울옥션과 K옥션의 메이저 경매 결과를 보면 올해 미술 경매 시장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커진다. 서울옥션은 낙찰률이 70%에 달했고, K옥션도 68%의 낙찰률을 보이는 등 긍정적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미술 시장을 둘러싼 전반적인 불확실성이 사라졌기 때문이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경매 공매 트렌드] 미술품 경매 시장은 지금 우려와 기대 속 ‘희망론’에 무게
넓게는 대선이 끝났고 직접적으로는 논란이 돼온 미술품 양도세 시행이 결정되며 사람들을 망설이게 했던 불확실성이 없어진 것. 다만 올 초부터 양도세가 시행되면서 먼저 과세의 ‘시험 대상’이 되고 싶지 않은 심리적 저항감도 없지 않지만, 작품을 사는 입장에서는 세금에 대한 리스크가 없을뿐더러 오히려 가격에 대한 자료가 있는 상태에서 구매를 하게 되니 더 유리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그럼에도 미술품 양도세를 둘러싼 반대 목소리는 여전히 크다. 심리적 위축과 컬렉터들의 신분 노출이 최대 걸림돌로 꼽힌다. 국내 미술 시장 규모가 크지 않은 데다 계속 침체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과세는 시기상조라는 주장이다.

반면 결코 좋은 계기라고 할 수는 없지만 어쩔 수 없다면 이번 기회를 미술 시장이 재도약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15년 경력의 미술품 경매사이자 아트디렉터로서 문화예술교육 컨설팅그룹 에이트 인스티튜트를 운영하고 있는 박혜경 대표는 “세금으로 인한 시장의 위축적 반응이 안타깝다”며 “양성화되는 형국으로 가면 거기서 발생하는 수요도 있으면서 질적으로는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경매 공매 트렌드] 미술품 경매 시장은 지금 우려와 기대 속 ‘희망론’에 무게
덧붙여 “과세 시행령과 관련해 기업이 미술품을 사면 300만 원에 대해 손비 처리 해주던 것을 3000만 원으로 올리는 것을 추진 중인데, 기업들이 사는 작품 수를 늘린다면 좋은 작가나 미술 시장이 버티게 하는 기반이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미술품을 구매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문화예술 향상에 기여하는 기업과 개인에게 다른 방법으로 ‘지원’을 해준다면 세율 자체는 그리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덧붙였다.

일부 컬렉터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컬렉터들이 미술품을 기호이고 취미이자 즐기는 수단으로 바라보게 됐으며, 자산의 중요한 한 부분으로 생각하게 되는 등 의식도 성숙해져가고 있다는 점에서도 미술 시장은 희망적이다.

여전히 메이저 시장은 기존 고객이나 컬렉터들이 강세이긴 하지만, 젊은 층의 미술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는 등 끊임없이 뉴커머들이 생겨나면서 미술 시장의 저변이 점차 확대된다는 것도 향후 긍정적 전망을 가능케 하는 이유다. 오히려 시장 침체기라고 생각되는 시기는 뉴커머들이 뛰어들기에 부담이 덜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기회인 측면이 있다.

이처럼 미술 시장이 확대되면 대표적 공개 시장인 경매 시장의 힘은 더욱 강해질 수밖에 없다. 박 대표는 “미술 경매 시장이 끊임없이 성장해올 수 있었던 것은 뉴커머들의 등장 때문”이라며 “다만 지금의 미술 시장은 새로운 작가들의 작품이나 사장된 많은 근대 유산 미술품들이 시장 불안 분위기 때문에 공개 시장에 나오지 못하는 분위기가 있지만, 과세 분위기가 연착륙되고 나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외 경매 시장 ‘핫’, 후광 효과 어디까지
[경매 공매 트렌드] 미술품 경매 시장은 지금 우려와 기대 속 ‘희망론’에 무게
해외 미술 경매 시장의 분위기가 좋다는 것도 국내 경매 시장의 순풍을 부채질하는 요소다. 경제적으로는 전 세계가 전례 없이 힘든 상황을 맞고 있지만 미술 경매 시장은 경기 침체가 무색할 정도로 뜨겁다.

최근 3년간 대형 작품들이 경매 시장에 나왔는가 하면, 역대 최고 경매가를 넘어서는 등 고공 행진을 이어갔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노르웨이 작가 뭉크의 회화 ‘절규’는 역대 미술품 경매 중 최고가를 경신한 1363억 원에 낙찰됐으며, 중국 작가 장다첸(張大千)과 치바이스(齊白石)의 작품 낙찰총액은 피카소를 앞질러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바깥 시장에서 국내 미술품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는 것도 좋은 예감이 들게 한다. 지난 3월 20일 미술품 경매회사 크리스티 주최로 미국 뉴욕에서 실시된 ‘한국과 일본의 예술’ 테마 경매에서 18세기 조선 백자 항아리가 120만3750달러(약 13억4000만 원)에 낙찰됐고, 박수근 화백의 그림 ‘다섯 명의 앉은 사람들’도 예상 낙찰가를 훌쩍 뛰어넘어 71만1750달러(약 7억9000만 원)에 낙찰되는 기록을 세웠다.

여기에 예상보다 훨씬 높은 66만3750달러(약 7억4000만 원)의 경매가를 기록한 김환기 화백의 그림 ‘달과 매화’까지, 이날 경매에 나온 총 283점의 작품 중 한국 예술품들이 낙찰가 1~3위를 차지해 해외 미술 경매 시장에서의 한류 바람을 보여줬다.

박 대표는 “바깥 시장에서의 선전도 긍정적이지만, 지금 전 세계가 아시아를 이머징마켓으로 바라보며 전반적으로 ‘고 투 아시아(Go to Asia)’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며 “홍콩이 아시아의 허브로 자리 잡고 있는데 한국 작가들과 한국 미술 시장도 그 후광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올해 국내 미술 경매 시장의 트렌드는 어떨까. 박 대표는 “지난 10년간 가장 집약적인 작가는 천경자였다”면서 “올해는 김환기 선생 100주년이고 박수근, 유영국 등 주요 근대 작가들의 100주기가 차례로 돌아와 그들에 대한 재조명 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뉴커머들에게는 이처럼 안정적인 작가들의 작품이 분명 매력적일 터. 그러나 저평가된 작가에 대한 관심, 새로운 작가의 발굴이 있어야만 미술 시장의 지속적인 발전이 가능하다는 데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술에 대한 공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진리는 미술 시장에서도 그대로 통한다.

미술 경매 시장은 여러 미술품 유통 채널 중에서도 시장을 리드한다는 점에서 중요할 수밖에 없다. 박 대표는 “공개 시장인 만큼 리스크도 있겠지만, 대중화하는 데는 경매만한 툴이 없다”며 “전략적으로 경매 시장을 확장해가야 한다”고 말한다.


박진영 기자 bluepjy@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