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NTERVIEW

맥더모트 윌 앤 에머리(McDermott Will & Emery·이하 맥더모트)는 세계 18개 사무소에서 1100명 이상의 소속 변호사를 보유한 거대 글로벌 로펌이다. 맥더모트는 지난해 말 한국 사무소를 열었다. 최근 외국 로펌이 국내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는 가운데, 맥더모트의 이인영 대표 변호사를 만나 외국 로펌이 제공하는 전문 서비스에 대해 물었다.

이 대표 변호사는 한국과 미국에서 법학 교육을 받은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로 국제 기업 법무·소송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실적을 가진 전문 변호사다. 왠지 이해타산적이고 냉철할 것 같은 외국 로펌의 대표 변호사지만, 그는 자신의 커리어를 한국 경제와 기업을 위해 공헌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35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왔다고 밝혔다.


이인영 맥더모트 윌 앤 에머리 대표 변호사 “한국 기업 해외에서 잘 나갈수록 견제에 대비해야”
최근 한국 기업의 국제 소송건수가 크게 늘고 있습니다. 그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봅니까.

“병원에 가면 외과와 내과가 있듯이, 법률 서비스에서도 시급한 안건인 소송·분쟁 업무와 일반적인 기업 업무로 나눌 수 있어요. 이제까지 기업 관련 법률 서비스는 대부분 소송과 중재가 일반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인터내셔널 마켓에서 글로벌 마켓으로 패러다임이 변하면서 국제 법률 서비스에도 큰 변화가 일고 있어요.

인터내셔널 마켓이 국가 간 무역 관계를 일컫는 것에 비해 글로벌 마켓은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 등이 하나의 시장으로 묶인다는 개념이죠.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마켓의 플레이어로 속속 진입하고 있지만, 아직 글로벌 마켓에 대한 개념이 약하고 준비가 부족한 게 사실입니다.

이를 여실히 보여주는 게 지적재산권 문제입니다. 최근 삼성과 애플의 특허 침해 소송의 경우 이제까지 국제 분쟁과 성격이 다릅니다. 법률적으로 옳다 그르다를 판단하겠다는 게 아니에요. 분쟁이 아니라 글로벌 마켓에서 경쟁자에 대한 전략적 견제입니다.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마켓에서 선전할수록 이런 견제가 비례해서 늘 것입니다.”



그렇다면 한국 기업들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전략적 견제이기 때문에 특허 소송이라고 해서 단순히 특허 전문 변호사로만 대응 팀을 구성해서는 안 됩니다. 소송의 성격과 규모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기존 국제 소송은 계약 당사자 간의 다툼이었습니다. 하지만 견제 성격의 소송은 계약 관계가 없더라도 글로벌 마켓에서 시장을 두고 치열하게 다투는 경쟁자끼리 붙습니다.

이런 소송은 중요도가 일반 소송보다 10배 이상 높고, 10배 이상으로 치밀한 마스터플랜을 갖고 대응해야 합니다. 글로벌 마켓에서 분쟁이 시작된 다음에야 국제 변호사를 찾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글로벌 마켓의 진출 과정에서부터 글로벌 환경을 잘 알고 법률적 조언을 할 수 있는 내비게이션이 필요합니다. 미국에서는 모든 기업에 법률 자문이 있고 모든 사항에 어드바이저 역할을 합니다.”



외국 로펌이 속속 한국 사무소를 개설하는 이유가 이러한 한국 기업의 글로벌 시장에 대한 법률 자문의 수요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겠네요.

“소송건과 상관없이 글로벌 마켓에서 비즈니스를 해야 하는 기업들은 오늘이라도 해외 시장에서 벌어지는 여러 상황에 적합하게 대응할 수 있는 파트너로 현지 법률과 문화를 이해하는 로펌과 팀을 구성할 것을 권합니다.”



맥더모트는 2011년 필라코리아의 타이틀리스트 인수·합병(M&A) 건을 진행한 실적을 갖고 있습니다.


“필라코리아, 미래에셋PEF, KDB산업은행이 아쿠시네트 인수를 위해 컨소시엄을 구성했었죠. 당시 블라인드 옥션이어서 가격이 올라갈 때 얼마까지 따라가는가가 관건이었어요. 당시 맥더모트에서 한국 기업을 잘 이해하는 변호사가 이 건을 맡았습니다. 이 점이 결국 승부수를 결정지었다고 봐요.

옥션이 진행되고 가격을 계속 올려 써가는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모든 결정은 즉각 이뤄져야 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클라이언트 3곳의 확인을 받으려면 일주일도 더 걸릴 수 있었어요. M&A 건은 법률 조항을 떠나서 그쪽의 룰을 잘 따라 움직여야 합니다.

지속적으로 올라가는 인수 금액을 며칠 안에 결정 지어야 했는데 맥더모트에서 긴밀하게 대응했습니다. 이번 M&A의 성격, 그리고 3개 기업 인수 참여자 각각의 목적 등에 맞게 전략적 설계가 이뤄져 참여자 모두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맥더모트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간단히 소개해주십시오.

“미국뿐 아니라 유럽 모든 도시, 그리고 중국 상하이 등에 사무소가 있습니다. 도시별로 특화돼 있어요. 시카고 본사에서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와 관련된 일이 많죠. 특허청이 있는 워싱턴DC에서는 특허 관련, 실리콘밸리가 있는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지적재산권·벤처 관련, 그리고 보스턴에서는 헬스케어·펀드 등이 특화돼 있습니다.

상하이에서는 미국 연방정부의 대중국 사업 관련 업무에 관여해요. 그곳 40~50명의 변호사가 또한 대중국 투자, 비즈니스, 규제 등 외국 회사가 중국 시장에서 당면하는 모든 문제를 대상으로 활동합니다. 유럽의 런던, 파리, 로마, 뮌헨, 브뤼셀 등 각 주요 도시에서는 반독점법, 반덤핑과 관련된 국제소송, 그리고 국제 기업 M&A 등을 주로 다룹니다.”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효용은 무엇입니까.

“전 세계 사무소의 변호사들은 맥더모트란 하나의 로펌에서 유기적으로 사안에 따라 전문가가 투입됩니다. 미국, 유럽, 아시아의 가장 큰 시장에 모두 진출해 있는 만큼 맥더모트는 글로벌 마켓과 관련해 매우 유기적으로 협력이 잘 됩니다. 모든 글로벌 로펌이 다 그런 것은 아니죠. 예를 들어 특허 침해 소송, 반독점법 위반 등은 한 나라에서만 일어나는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주요 마켓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해요. 삼성, LG, 대한항공 등의 한국 기업이 여러 건 해당됐었죠. 이런 건의 경우 행위는 하나인데 각 나라마다 독립적인 사건이 돼요. 각 나라마다 법이 다르니까요. 제대로 대응하려면 총괄적인 마스터플랜을 짜는 한편 각국 상황에 적합한 대처가 필요해요. 어느 시장을 희생하고 더 큰 시장을 살려야 할지 결정을 해야 해요. 맥더모트의 글로벌 네트워크는 이런 건의 경우 마스터플랜과 각 시장의 전문성 면에서 매우 우수하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이인영 맥더모트 윌 앤 에머리 대표 변호사 “한국 기업 해외에서 잘 나갈수록 견제에 대비해야”
맥더모트의 평판은 어떻습니까.

“변호사 1000명 이상의 메가 로펌이 약 50개 정도입니다. 그중 기업 자문 등 로펌 평가에서 전 세계 12번째 수준입니다.”



서울 사무소의 특화된 업무는 무엇입니까.

“외국 로펌은 국내에서 법률 활동을 할 수 없습니다. 국내 변호사도 저희 로펌에 합류할 수 없어요. 맥더모트는 해외 법률 업무만 도울 수 있죠. 서울 사무소의 특화 업무는 한국 기업 중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플레이어의 해외 업무를 돕는 것입니다. 미국, 유럽, 중국 등의 시장에서 소송 및 중재, 지적재산권,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 국제 통상, 해외 부패방지법 등 필요한 내용에 대해 현지 최고 전문가가 서울 사무소로 와서 한국 기업의 자문 역할을 합니다. M&A, 분쟁 전문 변호사가 긴밀하게 기업들에 글로벌 시장 관련 자문을 제공하고, 소송 등에 대비할 수 있는 초기 계획 수립 등을 제공합니다.”



맥더모트의 법률 서비스에 대한 비용은 어떻게 됩니까.

“모든 로펌이 그렇듯, 법률 자문은 시간당으로 계산됩니다. 일반 컨설팅회사의 경우 보통 리서치를 진행하고 이에 대한 시간 비용을 처리하지만, 법률 자문의 경우 저희가 가진 지식을 공유하는 것이라 리서치 등은 없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밖에 들지 않죠. 해외 시장에 나갈 때 기업 자체에서 여러 조사를 하고 나가겠지만 현지 시장에서 30~40년 동안 일하며 경험과 인맥을 갖춘 변호사에게 노하우를 얻는 것이 가장 빠른 지름길이 됩니다. 다른 로펌의 경우 프로젝트 단위로 비용이 산정됩니다. 하지만 맥더모트는 고객 기업 자체에 초점을 맞춰 글로벌 마켓 진출의 파트너가 되고자 합니다. 저희는 한국 기업과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을 잘 이해하는 파트너 관계를 맺고자 합니다.”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법무를 보고 있는데 한국과 미국의 기업 법무가 가진 근본적인 차이점은 무엇이라고 봅니까.

“미국의 기업들은 법무가 큰 바퀴 중 하나입니다. 소송이 발생하지 않아도 초기부터 광범위하게 법률 자문하에 사업을 진행합니다. 반면 한국 기업은 소송이나 분쟁이 발생해야 로펌이나 전문 변호사를 찾습니다. 로펌의 기업 자문 기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외국 로펌으로 한국 기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것입니까.

“우리의 목적은 고객의 입장과 이익을 글로벌 마켓에서 어떻게 증진하느냐에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클라이언트인 한국 기업을 잘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봐야 합니다. 기업 입장에서 아는 세상이 일방적일 수 있습니다. 그런 기업의 일방적인 관점도 이해할 수 있어야 글로벌 마켓 상황을 어떻게 전달할지 방법이 나오고 노하우와 경험을 공유할 수 있어요. 서울 사무소 설립 후 최근 한국 기업의 대표나 해외 사업 부문 임원을 가급적 많이 만나고자 합니다. 언제든 저희가 제공하는 서비스와 글로벌 시장 자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하는 분이 있다면 환영합니다.”



이 대표 변호사의 대표 실적을 소개해주십시오.

“지난 30년간 미국에서 국제거래법 분야 관련 변호사 생활을 했는데, 개인적으로 두 개의 사건이 가장 의미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를 대리해 처리한 50억 달러 규모의 대우그룹 국제 구조조정 건이었습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한국의 4대 그룹 중 하나였던 대우그룹의 전체 구조조정을 저희가 맡았어요. 대우의 파산 규모는 웬만한 개발도상국이 망한 것보다 더 큰 규모였어요. 국제적으로도 선례가 없었죠. 국제 진출이 활발했기 때문에 국제은행, 현재 거래 회사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습니다. 대우의 구조조정은 한국 정부가 진행했습니다. 대우의 최대 채권자 캠코가 한국 정부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었는데, 구조조정 과정에서 캠코가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이 저희 임무였어요. 하지만 이런 사정을 해외 다른 관계자가 알면 약점이 될 수 있었죠. 한국 경제의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과정에서 다른 해외 당사자의 오해를 많이 받아 힘든 부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3~4년에 걸친 구조조정 기간 동안 성공적으로 완수해 기억이 많이 남습니다.”



의미가 있었던 다른 또 하나의 사건은 무엇입니까.

“이 또한 1997년 외환위기와 관련이 있어요. 한국의 금융 기업들이 해외 투자은행(IB)으로부터 파생상품을 많이 샀었는데 외환위기가 터지자 이들에게 줄 외환이 당시 없었습니다. 1998년 초였죠. 파생상품 관련 계약서에 따르면 한국 금융회사들이 손해분에 대해 다 지불하도록 돼 있었어요. 하지만 외환이 없어 수십 퍼센트의 비싼 이자를 물면서도 해외 IB로부터 돈을 빌려 상환해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한국 금융 기업으로부터 의뢰를 받아 이 건을 살펴보니 뭔가 감이 이상했어요. 상환 진행을 멈추고 처음부터 꼼꼼히 검토해보니 아주 부당한 사건이었어요. 당시만 해도 한국 금융회사가 파생상품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었고 해외 IB는 자세한 설명 없이 넘긴 것이었어요. 파생상품과 관련된 진실을 이야기하지 않았던 거죠. 홍콩의 글로벌 IB가 한국 금융회사를 속였냐 안 속였냐가 분쟁의 주제였습니다. 파생상품의 손실이 누구 책임인지가 문제가 될 수 있었죠. 한국의 외환위기는 태국의 바트화가 정상적으로 움직였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국제투기자본의 태국 바트화 공격으로 그 여파가 한국까지 전달됐었죠. 바트화 폭락에 해당 글로벌 IB가 가담했다는 사실을 밝혀 한국 금융회사가 물어야 할 파생상품의 손실분을 막을 수 있었어요. 글로벌 IB와 한국 금융회사의 파생상품 계약서를 천번 읽어도 이런 인과관계는 밝힐 수 없었던 사건이죠. 글로벌 인사이트가 요구됐던 사건이었습니다.”



맥더모트 한국 사무소의 대표 변호사로서 다짐은.

“제 희망은 한국 기업 중 글로벌 마켓에서 당당하게 세계 유수의 기업이 되고 싶은 기업과 함께 하고 싶다는 것입니다. 한국 기업이 글로벌 마켓에서 성장하도록 돕고 싶은 이유는 글로벌 플레이어가 많이 나올수록 한국에 밝은 미래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국제 변호사로서 바쁜 삶 속에서 개인적으로 위로받을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면.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지 35년 만에 한국에 돌아왔습니다. 다시 와보니 한국의 산이 너무 아름답다는 것을 느낍니다. 시간이 되는 대로 전국의 명산에서 하이킹하며 아름다운 자연을 많이 보고 싶습니다.”



이인영 대표 변호사는…
1952년생.
1975년 서울대 법대 졸업.
1980년 미국 하버드 법학대학원 법학 석사.
1983년 미국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 캠퍼스(UCLA) 법학대학원 법학 박사. 1996년 맥더모트 윌 앤 에머리 변호사. 2012년 맥더모트 윌 앤 에머리 서울 사무소 대표 변호사(현).
2013년 서울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현)

“한국 기업은 소송이나 분쟁이 발생해야 로펌이나 전문 변호사를 찾습니다. 로펌의 기업 자문 기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