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LEADER'S MANNER
살아가다 보면 가끔 작은 것 하나에 기분이 상하고, 작은 것 하나에 감동받기도 한다. 다양한 생각을 담고 있는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기 때문이 아닐까.특히 글로벌 비즈니스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서로 다른 문화와 환경 속에서 살아온 거래처 사람과 처음 보는 자리에서는 사소한 행동 하나가 비즈니스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도 하는데 바로 의전이 그런 것이다. 의전이란 무엇일까. 의전이란 타인에 대한 상식과 배려를 바탕으로 좁은 의미에서는 국가행사, 외교통상, 국가원수 및 고위급 인사의 방문과 영접에서 행해지는 국제적 예의를 의미하지만, 넓게는 사회구성원으로서 개개인이 지켜야 할 건전한 상식에 입각한 예의범절을 포함한다.
사례를 통해 살펴보자. 사회 초년생인 김초보(남) 씨는 처음으로 거래처와 미팅을 하는 자리에 직장 상사 박매너(남)와 동행하게 된다. 김 씨는 들뜬 마음으로 잘해야겠다고 다짐하고 장소로 향한다. 거래처 직원 이예라(여) 씨는 명함을 주고 자신의 이름과 소속을 밝히는데, 그제서야 김 씨는 서둘러 자신의 명함을 준 후 받은 명함을 가방에 넣은 채 먼저 악수를 청하지만, 반가운 김 씨와는 다르게 이 씨의 표정이 좋지 않다. 그 이유는 뭘까.
만남의 자리에서 사교 의례를 지켜주는 것은 서로에게 있어서 이해와 배려의 시작이며, 이렇게 잘다져진 인간관계는 튼튼한 비즈니스 파트너로 가는 지름길이다. 악수와 명함을 주고받는 것은 단순히 상대방에게 반가움을 표현하거나 서로 소개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앞에서 김 씨가 지키지 못했던 사교 의례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사교 의례의 기본, 명함과 악수 매너
첫째, 명함 매너다. 비즈니스상 누군가를 만날 때 가장 먼저 나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매체가 바로 명함이다. 손바닥보다 더 작은 종이 한 장에 불과하지만 명함이 담고 있는 나에 대한 정보와 이미지를 생각한다면 나의 외모를 관리하듯이 명함도 관리할 필요가 있다.
명함은 넉넉히 준비한다. 상대방에게 나를 표현하고 기억하게 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인 명함은 떨어지지 않게 언제나 넉넉히 준비해야 한다. 명함이 떨어져서 나를 알릴 수 있는 기회를 놓친다면 그것만큼 안타까운 일이 또 있을까.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명함집 속 명함 수를 점검하고 받은 명함을 정리하는 ‘명함 타임(business-card time)’을 가져보는 것도 좋겠다.
명함은 반드시 명함집에 넣어 가지고 다닌다. 특히 남성의 경우, 번거롭다는 이유로 명함지갑을 따로 가지고 다니지 않고 일반 지갑이나 수첩에 넣어두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렇게 될 경우 상대방 앞에서 명함을 전달할 때에 나의 수첩 속 내용이나 지갑 속 카드, 현금 등과 같은 사적인 것들을 이유 없이 보여주게 되며 자칫하면 명함이 구겨지거나 더럽혀질 수 있다.
더럽고 구겨진 명함으로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기대하는 것은 당연히 어렵지 않겠는가. 또한 명함을 바지 뒷주머니에서 꺼내거나 넣는 것도 삼가야 할 명함 보관 사례 중 하나다. 명함은 ‘제2의 나의 얼굴’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엉덩이에서 얼굴을 꺼낸다는 것이 보기 좋은 장면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명함을 전달할 때에는 상대방이 보기 좋은 방향으로 전달한다. 명함 전달이라는 것은 내 손에서 상대방 손에 넘겨주는 공간 이동의 의미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명함이라는 것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무조건 주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을 버리고 상대방이 읽기 쉬운 방향으로 전달하려고 항상 노력해야 한다. 나를 소개하는 멘트도 함께하면 나를 기억하게 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명함은 받은 즉시 읽고 관심을 표한다. 명함을 교환하고 난 다음 어색한 정적이 흐르는데 명함을 받고 나서는 그 명함에 대해 관심을 표하는 것이 좋다. 회사의 업종이나 이름에 대한 코멘트,특히 한자 명함인 경우 실수를 방지하기 위해 복창을 해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명함을 받자마자 상대방이 보는 앞에서 가방 속에 넣어 버리는 것도 매너가 아니다. 상대방이 무시당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받은 명함은 테이블 위에 두고 대화 중간 중간 보면서 이름이 생각나지 않거나 다른 정보를 파악할 때에 도움을 받도록 한다.
메모지를 준비하는 센스도 보여주자. 혹시 상대방이 명함이 없을 때를 대비해서 명함 크기의 종이나 포스트잇을 준비해 두는 것이 좋다. 필요할 경우 상대방에게 회사, 이름, 직급, 연락처, 이메일 주소를 직접 메모지에 써달라고 한다면 상대방은 그 배려에 감동받을 수도 있다. 보통 비즈니스로 사람을 만났을 때 명함이 없으면 당황하거나 미안해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둘째는 악수 매너다. 사람은 스킨십을 하면 급격히 친근감이 형성된다고 한다. 처음 만나는 사이에 최초로 당당하게 할 수 있는 스킨십인 악수에도 매너가 있다.
악수는 반드시 오른손으로 한다. 예로부터 왼손은 부정적 의미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왼손으로 악수하는 것은 매너가 아니다.
악수는 서열이 높은 사람이 먼저 청한다. 명함은 나를 소개하는 것이기 때문에 서열이 낮은 사람이 먼저 예의 바르게 건네는 것이 매너이지만, 악수는 서열이 높은 사람이 먼저 청하는 것이 매너다. 단 먼저 악수를 청하고 싶은 경우에는 “제가 악수를 청해도 되겠습니까”라고 허락을 받고 악수를 청한다.
악수는 당당한 스킨십이다. 악수라는 것은 비즈니스를 잘해보자는 뜻으로 서로 평등한 입장에서 하는 행동이다. 따라서 자신이 ‘을’의 입장에 있는 경우 지나치게 허리를 굽히면서 악수를 하는 것은 비굴해 보이고 아부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악수를 하고 있는 손을 왼손으로 감싸쥐는 행동 또한 비굴해 보일 수 있다. 손을 너무 오래 잡고 있지 않도록 하며, 악수한 손을 놓을 때에는 특별히 더 신경을 써야 한다. 힘없이 손을 ‘툭’ 하고 뺀다거나 너무 빨리 손을 놓으면 상대방이 속으로 무시당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악수에도 흔드는 횟수가 있다. 미국 일간지 덴버 포스트에 따르면 비즈니스의 경우 악수할 때 흔드는 횟수는 두 번이 적당하고, 정치가와 유권자 간의 악수는 다섯 번 정도가 좋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손을 잡았을 때는 세 번 정도 흔들면 무난하다.
비언어적 요소, 보디랭귀지의 중요성
이러한 의전 매너도 상황과 시대에 따라 변한다. 제16대 대통령이었던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인간 노무현으로서 국민에게 감동을 주었던 사진이 한 장 있었다. 고개를 깊이 숙이며 두 손으로 감싸쥔 채 손을 다친 국민과 악수하는 사진이 그것. 이 사진과 비교되는 또 다른 사진은 허리를 곧게 편 채 한 손으로 일본 전 총리와 악수하는 모습이다.
어떤 느낌이 드는가? 두 손으로 악수하는 그의 모습이 비굴해 보이는가? 혹은 일본 전 총리와의 악수에서 거만함이 느껴지는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서로 다른 상황이 그의 행동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어서다. 또한 이미 그 사람에 대한 이미지가 형성돼 있는 경우라면 사교 의례에 있어서 정해진 방법은 있지만 법칙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타인에 대해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거나 처음 보는 애매한 상황에서는 메라비언의 법칙(the law of Mehrabian)이 적용된다. 메라비언의 법칙이란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커뮤니케이션 즉 의사소통에 관련된 ‘7:38:55법칙(7% words, 38% tone of voice, 55% non-verbal communication)’으로, 감정과 태도가 드러나는 대면 의사소통 및 인간관계에 필요한 요소로서 비언어적인 요소가 중요하다는 것을 주장하는 이론이다.
이 중에서도 55%를 차지하는 비언어적 요소 즉, 보디랭귀지가 바로 의전의 한 부분으로 글로벌 리더들이 놓치지 말아야 할 요소인 것이다. 성공적인 비즈니스로 가기 위한 1%의 변화는 바로 이러한 리더의 작은 행동에서 비롯된다. 인간관계에서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당신의 작은 행동에 실수가 없도록 주의해야 한다. 행동의 소리가 말의 소리보다 크다.
일러스트 김상인
허은아 (주)예라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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