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WER OF THE WOMAN

최초의 여성 대통령, 남성을 앞지른 여성 취업률, 각계 각 분야에서 활약하는 여성 최고경영자(CEO)와 임원들까지 바야흐로 우먼파워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요즘이다. 이에 머니에서는 세계무대에서 활약하는 한국 여성 CEO들의 라이프 스토리를 연재한다. 첫 번째 주인공은 중국 베이징에서 인테리어 디자인그룹을 운영하는 박정희 풍진 디자인그룹 대표다. 중국 상류층들이 그의 주요 고객.

일과 라이프스타일에서 절대적 균형감을 유지하고 있는 박 대표의 삶을 들여다봤다.
과감한 스타일이 잘 어울리는 그에게 미국 명품 브랜드 체투(Cettu)에서 그레이 색상의 고급스러운 뱀가죽이 포인트로 장식된 핸드백을 제공했다. 그는 5분 만에 어울리는 패션 아이템을 연출해 보여줬다.
과감한 스타일이 잘 어울리는 그에게 미국 명품 브랜드 체투(Cettu)에서 그레이 색상의 고급스러운 뱀가죽이 포인트로 장식된 핸드백을 제공했다. 그는 5분 만에 어울리는 패션 아이템을 연출해 보여줬다.
건축·인테리어 디자인 기업의 사무실은 어떤 모습일까. 잔뜩 기대감을 갖고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풍진 디자인그룹 박정희 대표의 사무실을 방문했다. 사무실 전경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박 대표의 이미지를 반영하듯 사무실 내부에는 유니크한 요소들이 눈에 띄었다. 입구에 들어서면 전체 1, 2층이 한눈에 들어와 마치 직원들이 연극 무대 위 배우들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전체 콘셉트는 주 고객인 중국인들을 위해 오리엔탈 무드를 강조했고, 텍스처 면에서는 모던함과 전통적 느낌이 공존하는 디자인을 택해 세련미를 더해주고 있었다. 공간 구성도 여느 사무실과는 달랐다. 테라스를 모두가 공유하는 공간으로 만들어 클라이언트와 직원들이 함께 즐기는 파티 장소로도 손색이 없었다. 무엇보다 외국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 가족과 직원들을 위해 사무실을 마치 집의 연장선으로 만들어 이곳에서도 따뜻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배려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박 대표가 즐겨 찾는 베이징의 디자인 숍에서 구입한 그릇들. 겹쳐 있는 모습이 마치 꽃 봉우리 같다.
박 대표가 즐겨 찾는 베이징의 디자인 숍에서 구입한 그릇들. 겹쳐 있는 모습이 마치 꽃 봉우리 같다.
지속적 소통과 진심을 담은 콘텐츠로 고객을 얻다

중국에서는 찰리 박, 한국에서는 박정희 대표로 불리는 그는 사실 인테리어 디자인과는 무관한 영문학도 출신의 금융 계통 종사자였다. 캐나다 왕립은행(Royal Bank of Canada)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는 7년여간 근무한 후 뉴욕은행(Bank of New York)을 거쳐 건축·인테리어 디자인업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디자인에 대한 타고난 감각과 고급스러운 취향으로 금세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성공 가도를 달렸던 그는 국내 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10여 년 전 중국으로 진출했다.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사무실에서 캐주얼한 티파티를 즐기고 있는 박정희 대표와 가족및친구들.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사무실에서 캐주얼한 티파티를 즐기고 있는 박정희 대표와 가족및친구들.
바쁠 때는 한 달에도 몇 번씩 중국과 한국을 오가며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박 대표는 거의 일 중독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항상 새로운 비즈니스 아이디어로 가득 차 있다. 럭셔리 브랜드와 로펌 등 다양한 산업군의 고객사와 프로젝트를 진행해 오고 있는 그는 명품 브랜드로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MCM의 글로벌 디자인 파트너로도 유명하다.

중국 최대 로펌인 킹앤드우드 말레슨(King&Wood Mallison)을 비롯, 소후닷컴(Sohu.com)의 본사 빌딩(한국의 NHN 같은 기업으로 국제적인 디자인회사와 경합해 2만5000㎡의 본사 빌딩 디자인을 수주·납품) 디자인 업무를 진행했고, 최근에는 자하 하디드(Zaha Hadid) 사무실과 컬래버레이션(협업)해 부동산 개발사인 소호 차이나(SOHO China)의 주요 부분을 시공하고 있다.

중국이라는 나라의 특성상 외국인 신분으로 그들의 신뢰를 얻어가며 비즈니스를 하기란 쉽지 않았을 터. 그는 자리를 잡게 된 비결에 대해 이렇게 밝힌다.

“한국 회사로서 가격을 차별화해 중국 동종 업계의 디자인회사들과 경쟁하기보다는 글로벌 디자인회사들의 수준에 달하는 회사의 콘텐츠를 추구해 중국의 하이엔드 고객사들이 찾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어요. 영업적인 부분에서도 주로 클라이언트 쪽의 최고 의사결정권자와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꾸준히 접촉해 그들의 취향을 높여주는 데 진심을 다했죠. 중국 상류층은 한국에 비해 더 다양성을 지니고 있어요. 기존의 틀을 변화시키는 아이디어에 후한 점수를 주는 자유로운 사고를 갖고 있고, 브랜드에 대한 과시욕도 더 높지요.”
냉철한 이성과 부드러운 감성의 조화가 성공 포인트

이런 자신감 때문일까. 박 대표의 첫인상은 강렬함 그 자체다. 물론 여기에는 그의 스타일리시한 외모와 옷차림이 한 몫 단단히 하고 있다. 50대 후반이라는 나이를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과감한 스타일이 잘 어울리는 그이지만 의외로 패션 스타일링의 원칙은 심플하다. 토털 코디네이션을 중시하는 그의 취향에 따라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루는 동일 색상으로 고르되, 밋밋해 보이지 않도록 디테일한 아이템에 신경 쓰는 식이다.

이쯤에서 또 궁금해졌다. 과연 박 대표가 살고 있는 집은 어떤 분위기일까. 사무실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집은 심플함과 멋스러움의 조화가 인상적이었다. 특히 소소하지만 독특하고 예쁜 디자인용품들이 많아 집 구경을 하는 데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다. 한국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남편과 떨어져 살고 있지만, 근처에 사는 큰딸과 손자, 손녀가 가끔 집으로 놀러오기 때문에 외롭지 않다는 그는 아이들을 고려해 집 분위기도 밝고 안락하게 연출했다.
클래식과 모던함이 공존하는 침실.
클래식과 모던함이 공존하는 침실.
식탁 겸 책상. 낡은 듯한 가구와 그림, 그리고 빈티지 전등이 세련돼 보인다.
식탁 겸 책상. 낡은 듯한 가구와 그림, 그리고 빈티지 전등이 세련돼 보인다.
바하이교의 심볼인 장미꽃 말린 것과 파란색 패턴의 항아리들은 박 대표가 애착을 갖고 있는 장식품.
바하이교의 심볼인 장미꽃 말린 것과 파란색 패턴의 항아리들은 박 대표가 애착을 갖고 있는 장식품.
냉혹한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활약하는 그이지만 가족들 이야기만 나오면 180도 달라지니, 이처럼 이성과 감성의 완벽한 조화가 그의 성공을 도운 건 아닐까 싶다. 아닌 게 아니라 그 또한 일과 가정의 ‘균형’을 중시한다.

“두 딸이 이제 다 커서 아이를 낳아 벌써 손주가 셋이나 된답니다. 제가 그랬던 것처럼 딸들이 일하는 여성으로서 가정과 일에 균형을 맞추며 현명하게 아이들을 키울 수 있도록 멘토 역할을 하고 싶어요.”

박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이런 삶이라면 은근히 나이 드는 게 기대된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가 귀띔하는 멋지게 나이 드는 비결은 이렇다.
손자, 손녀를 위해 밝은 분위기로 연출한 응접실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박 대표.
손자, 손녀를 위해 밝은 분위기로 연출한 응접실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박 대표.
“멋지게 나이 든다는 것에 대한 정의는 사람마다 모두 다르겠죠. 저는 개인의 삶, 주변인들과의 관계 등에 ‘균형을 맞추는 사람’이 항상 멋져 보였답니다. 특히 나이가 들어갈수록 주변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것이 아닌 긍정의 에너지로 자극을 주는 분들을 무척 존경해 왔어요. 삶에서 균형을 맞춰 나갈 때 개인의 삶에 평화가 온다고 생각해요.”


베이징= 장은정 라이프스타일 저널리스트
사진 고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