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입사 2년 만에 사표를 내고 차린 갈빗집을 11개 브랜드 70여 개 지점을 둔 외식업체로 키워낸 박노봉 엔타스 대표. 그는 ‘즐기고 경험하는’ 것이 인생의 목표이자 사업 성공의 비결이라고 말한다.
박노봉 엔타스 대표 “인천에서 세계로 한국의 맛 알린다”
박노봉 대표는... 1963년생. 1988년 서강대 철학과 졸업. 1989년 (주)대우 자동차부품부 입사. 1991년 홍릉갈비(현 경복궁) 창업. 2001년 서강대 경영학 석사(MBA). 2007년~현재 엔타스 대표

1991년 창업 당시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무역회사에 들어갔는데 2년 정도 일하다가 사표를 내고 인천 연안부두 근처에 갈빗집을 차렸어요. 그 가게가 ‘경복궁’의 전신인 홍릉갈비입니다. 처음 음식점을 한다고 했을 땐 주변에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던 게 사실입니다. 지금이야 외식업이 유망한 서비스업종으로 인정받지만 당시엔 그렇지 않았으니까요. 다만 시장 자체가 취약했고 경쟁도 적은 편이었기에 쉽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죠.”

‘경복궁’은 인천 지역에서 내로라하는 한정식 브랜드로 성장합니다. 창업 경험이 없었음에도 사업을 번창시킬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시기의 운을 탔다는 생각도 듭니다. 매년 10% 이상 성장을 거듭하던 때에 시장에 진입해 사업 규모가 자연스럽게 커질 수 있었으니까요. 다만 항상 지키려고 노력했던 부분은 ‘고객의 마음으로 생각하자’는 것입니다.

가게에 찾아온 고객들이 합리적인 소비를 했다고 느끼게 만들어야 합니다. 방법은 단순해요. 좋은 음식을 최선을 다해 만들면 고객들은 즐거워하면서 가게 문을 나서거든요. 외식업이라는 건 ‘해피 비즈니스’라고 생각합니다. 내 노력으로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고 이윤을 내는 것, 그것이 외식산업의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아요.”
한국 음식은 중독성이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먹는 음식들을 조금만 개편해도 충분히 세계화할 수 있는 경쟁력이 됩니다.
한국 음식은 중독성이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먹는 음식들을 조금만 개편해도 충분히 세계화할 수 있는 경쟁력이 됩니다.
전국에 11개 브랜드 70여 개 지점이 있는데 모든 매장이 직영으로 운영되는 점도 특이합니다.

“왜 프랜차이즈를 하지 않느냐는 질문도 많이 받았죠. 그런데 저는 장기적인 시각으로 사업을 이끌어가기에 지금의 방식이 적합하다고 생각했어요. 프랜차이즈 사업은 매장 인테리어비, 가맹비 등을 통해 회사가 이윤을 내는 구조인데 사업 경험이 없는 점주들이 5~10년 동안 꾸준히 이윤을 내는 건 쉽지 않거든요.

그런데 프랜차이즈 지점 하나가 운영에 실패하면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그에 비하면 직영은 ‘무한 책임’이 생긴다는 점이 다르죠. 경영진 입장에선 그만큼 위험 부담을 안고 가야 하니 단점이 되기도 하지만 매장 관리에 있어서는 그 편이 수월합니다.”

70여 개의 매장 운영에는 어느 정도 관여하십니까.

“가게 운영에 있어서는 점주들의 역량을 최대한 살려주는 편입니다. 혹 직원들이 부담스러워할까 봐 가게도 잘 가지 않아요. 점주는 점주로서의 역할이, 경영자는 경영자로서의 역할이 있다고 생각하기에 경영자로서의 역할에만 충실하려고 합니다. 일단 점주로 임명하면 모든 것을 맡겨두는 편인데 지금까지는 다들 잘해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직원을 채용할 때 특별한 기준이 있습니까.

“추상적인 이야기 같지만 가슴이 뜨거운 사람을 찾습니다. 저 스스로가 자신에게 엄격한 사람이기에 직원들도 자기 인생에 충실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어요. 회사의 직원들은 제게 제자 같은 느낌입니다. 본사에 30여 명의 직원들이 있는데 ‘엔타스에서의 1년은 다른 외식업체에서의 5년’이란 얘기가 나올 정도로 근무 강도가 매우 센 편입니다. 일은 힘들지만 그만큼 많은 걸 배워갈 수 있는 회사라고 생각합니다. 직원들도 제 뜻을 알고 있기에 열심히 일합니다. 예쁘지 않은 직원이 없죠.”

최근엔 해외 진출을 모색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몇 년 전에 해외여행을 갔는데 한식당의 모습을 보고 크게 실망한 적이 있어요. 같은 건물에 있는 중식당은 번듯하게 잘 차려놓았는데 한식당은 눈에 잘 띄지 않는 위치에 있더군요. 몇 년 전부터 ‘한식의 세계화’라며 정부 차원에서 홍보도 많이 이뤄진 것으로 압니다만, 비즈니스가 포함되지 않은 한식의 세계화라면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한국 식당이 외국에서 성공하려면 위치뿐 아니라 마케팅, 맛, 문화의 융화 등 여러 복합적인 요소들을 고려해야 하는데 기업이 나서서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접근한다면 지금과는 달라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세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엔타스만의 전략이 있다면요.

“‘경복궁’에 외국인 손님들이 많이 오는데 음식 맛을 보면 다들 최고라며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웁니다. 그만큼 한국 음식은 중독성이 있습니다. 특히 제가 주목하는 것은 한국의 절임음식입니다. 외국 음식이 맛을 북돋기 위해 각각 맛이 다른 소스를 사용한다면 한국에서는 절임 음식이 그 독특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각종 절임을 비롯해 지금 우리가 먹는 음식들을 조금만 개편해도 충분히 세계화할 수 있는 경쟁력이 됩니다. 그런데 지금 ‘한식의 세계화’라며 논의되는 음식들은 오히려 일반인들은 먹지 않는 궁중음식들이죠. 진정한 의미에서 한식의 세계화를 하려면 일상생활에서 먹는 음식을 세계에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요.”

박 대표님만의 경영철학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외식업계에 있다 보니 다른 음식점에 가도 어떤 품질의 음식을 어떤 서비스로 제공하는지가 한눈에 보이더군요. 음식 가격이 비싸도 맛이 훌륭하고 서비스가 좋으면 지불하는 돈이 아깝지 않습니다. 엔타스에서 운영하는 음식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두에게 편안한 가격은 아닐지 몰라도 소비자들에게 돌아가는 것이 많은 회사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엔타스의 목표는 무엇입니까.

“엔타스(ENTAS)라는 이름은 즐기다(Enjoy)의 ‘EN’과 맛보다(Taste)의 ‘TA’에서 앞글자를 따오고 서비스(Service)의 ‘S’를 붙여 만든 거죠. 새로운 경험과 도전을 좋아하는 제게 이 일은 재미와 즐거움을 줍니다. 엔타스를 창립한 지 22년이 되니 이제는 회사 규모를 더 키워 수익을 내고 싶은 욕심보다 사회에 또 다른 가치를 전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점에서 해외 시장은 새롭게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죠. 국내 시장과는 다른 점이 많기에 준비할 부분들도 많겠지만 한국의 음식과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하는 기업으로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김보람 기자 bramvo@kbizweek.com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