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에 대한 호기심으로 똘똘 뭉친 한 청년이 10여 년 전 일터를 따라 전국을 돌며 ‘맛집 순례’를 떠났다. 방방곡곡 패밀리레스토랑 열풍을 불러일으키며 외식업계의 성공 신화로 떠올랐던 그는 지금, 회전초밥 브랜드 대표가 돼 전국에 또 다른 맛을 전파할 날을 꿈꾸고 있다.
“인간의 혀는 어디까지 맛볼 수 있을까.” 어린 시절부터 음식을 보면 궁금증이 생겼다. 맛에 대한 호기심에 이끌려 외식업계로 들어섰다. 대학 3학년 때 민속 주점을 열었고 졸업 후엔 패밀리레스토랑에 입사했다. 술이든 밥이든 ‘맛’나는 것은 다 좋았다.

일본 최대 회전초밥 브랜드 ‘스시로’의 한국 대표를 맡고 있는 최세철 대표의 이야기다. 그런 그에게 ‘맛집 탐방’이란 취미는 어쩌면 운명이 결정해놓은 필연이 아닐까.

최 대표에겐 이색 이력이 있다. 1998년 IMF 여파로 폐업 직전 상태였던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1호점 점장을 맡아 그해 연매출 187% 성장을 이뤄낸 것과 2002년 부산 해운대점을 시작으로 6년간 지방 38개 지점을 오픈하며 아웃백의 전국화를 이끌어 낸 것. 국내 최대의 패밀리레스토랑 브랜드로 손꼽히는 아웃백의 성공 신화 뒤에는 외식업계의 마이더스 손인 그가 있다.

아웃백 운영담당 이사 시절 ‘역마살’이 낀 듯 전국을 돌며 일한 그가 맛집 탐방을 시작하게 된 건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포항, 울산, 부산, 순천, 전주, 광주…. 전국 방방곡곡을 다 돌았죠. 집을 떠나 생활하다 보니 일단 잘 챙겨먹기가 어려웠어요. 매일 저녁 국밥만 시켜먹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타지에 홀로 떨어져 생활해야 하는 고독한 일상을 최 대표는 십분 활용했다. 각 지역에서 만나는 이들에게 맛집 추천을 부탁한 것. 그들이 알려준 곳은 별다른 홍보 없이도 지역민들에게 꾸준히 사랑받아온 식당들. 말 그대로 살아 있는 정보였다. 그는 도시를 돌 때마다 맛집 정보를 차곡차곡 쌓아갔다. 그의 머릿속에 40여 개 도시 맛집 네트워크가 형성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곳에서 맛본 맛있는 음식들은 낯설었던 동네에 정을 붙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요리를 들여다보면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가 담겨 있어요. 먹다 보면 자연스럽게 깨닫게 됩니다. 이를테면 서울에서는 순대를 소금에 찍어먹는데 부산에선 된장에 찍어먹죠? 그 차이는 사실 지형적 요건 때문에 발생해요. 동해와 서해의 조석 차가 다르기 때문에 염전의 대부분은 서쪽에 치우쳐 있거든요. 서해안이 가까운 서울에서 자연스럽게 소금을 접할 기회가 많아진 거죠.” 지방의 음식들은 고유한 지역색을 담아내고 있기에 더욱 소중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찾아다닌 맛집이 수십 군데에 달할 때쯤 문득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손님이 많이 찾는 곳은 분명한 이유가 있다’는 단순하면서도 중요한 깨달음이었다.
찾아다닌 맛집이 수십 군데에 달할 때쯤 문득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손님이 많이 찾는 곳은 분명한 이유가 있다’는 단순하면서도 중요한 깨달음이었다.
그렇게 찾아다닌 맛집이 수십 군데에 달할 때쯤 문득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손님이 많이 찾는 곳은 분명한 이유가 있다’는 단순하면서도 중요한 깨달음이었다. 그가 찾아낸 ‘참맛’의 정답은 가격도, 인테리어도 아닌 음식을 만드는 진심에 담겨 있었다.

“전남 담양에 있는 ‘유진정’이라는 청둥오리 전문점은 30년이 넘었어요. 어머님이 대단하신 분이죠. 지금도 육수를 직접 끓이는데 육수와 부추의 조화가 정말 뛰어나요. 부산의 미조횟집은 지금은 많이 알려졌지만 옛날엔 거의 쓰러져가는 가옥에서 식당을 했었어요. 바닷가 옆에 있는 3층집인데 창문도 작고 계단도 좁았죠. 이곳 백합탕은 칼칼하고 담백한 맛이 정말 시원합니다.”

그는 “세월의 흐름에 관계없이 꾸준히 사랑을 받는 음식점에 다녀오면 자연스럽게 경영 공부가 됐다”고 덧붙였다.

맛에 대한 탐구는 일에 대한 욕심으로 옮겨갔다. 아웃백을 성공적으로 론칭한 뒤 문득 ‘세계에서 가장 많은 손님들이 찾아오는 패밀리레스토랑이 어디일까’하는 궁금증이 생겼던 것. “찾아보았더니 일본의 ‘스시로’라는 브랜드가 나오더라고요. 미국 내엔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지점이 900여 개 있고, 이탈리아에도 피자와 파스타라는 대표 음식이 있지만, 그 나라 사람들의 92%가 찾아오는 브랜드는 스시로가 유일했습니다.”
일본 내에만 340개 매장, 하루 평균 30만 명의 고객을 유치하고, 연간 1조4000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브랜드의 발견은 또다시 그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어떤 매력이 사람들을 그곳으로 끌어들였을까. 어렵지 않게 ‘맛집’의 요건을 찾아낼 수 있었다. “‘맛’에 대한 욕심이 있는 식당에선 원재료 값을 아깝게 생각하지 않죠. 스시로 역시 가격에 원재료 비중이 50%에 육박합니다.” 외식업계에서 해산물의 잠재력과 스시로의 가능성을 본 그는 지난 2011년 스시로한국의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서울에 올라온 이후에는 맛집 탐방의 횟수가 줄었지만 그는 여전히 맛에 관한 탐구가이자 애호가로 살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4개 지점을 운영 중인 스시로는 4월 울산의 5호점 오픈을 시작으로 전국 지역으로의 확장에 나선다. “2018년까지 전국 80개 지점 오픈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그는 “가격 대비 맛에 대한 검증은 이미 마쳤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모든 손님들이 만족하며 떠나는 식당이 되기 바란다”는 그의 바람처럼 스시로가 전국 지역으로 뻗어나가면 잠시 멈춰두었던 그의 ‘맛집’ 탐방도 다시 시작될지 모를 일이다.




최세철 대표 추천 ‘’집
유진정
가금류의 조리와 육수의 궁합이 극상. 오랜 음식 노하우를 2대째 잘 유지하고 있다.
info.전남 담양군 금성면 석현리 469-2
061-381-8500
미도횟집
부부가 매일 통통배로 잡아온 해물을 일식 조리사인 아들이 정성스럽게 요리한다.
info.부산 해운대구 중1동 1016-2
051-742-5543
풍덕천 양곱창구이
신선한 곱창에 부추, 소스, 김치와의 조합이 느끼한 맛을 줄여준다.
info.경기 용인시 수지구 풍덕천 1동 724-2
031-262-8319



김보람 기자 bramvo@kbizweek.com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