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투자 시장에서는 ‘고위험·고수익’이라는 말이 자취를 감췄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여러 차례의 위기를 겪으며 시장이 위축될 대로 위축돼 ‘모 아니면 도’ 식의 투자가 기피 대상이 됐기 때문이고, 또 하나는 고위험·고수익 상품은 대중화되는 순간 더 이상 고위험·고수익이 아니라 여전히 ‘그들만의 리그’에서만 생명력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위험할수록 치명적인 매력이 있는 법. 투자 시장에서 그 대상을 찾자면 ‘고위험·고수익’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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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시장은 굴곡이 있게 마련이고 위기가 있어야 기회도 있는 법이지만,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는 투자자들에게 상당한 충격이었다. 당시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하던 투자자들은 거의 ‘전사’했고, 중위험·중수익을 추구하던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하이 리스크’가 돼버리는 등 시장의 고정관념 자체가 바뀌는 계기로 작용했다.

물론 시장에서 고위험·고수익 플레이어들이 많이 사라진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고위험·고수익 상품에 대한 요구는 많다. 오히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일수록 그 매력은 더 클 수밖에 없다. 한편으로는 어차피 고위험·고수익 상품은 일반인의 접근이 어려운 ‘폐쇄형’인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일부 초고액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거래가 활발하다는 게 금융 관계자들의 얘기다.



채권에서 주식으로 자금 이동할 것

가장 기본적이고 전통적인 고위험·고수익 상품은 주식 관련 상품이다. 올해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전망은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긴 하지만 ‘상승’ 쪽에 무게감이 쏠리고 있다. 다만 어느 정도 상승할 것인가가 문제다. 일부에서는 2500을 맥스로 보기도 하고, 다른 쪽에서는 2100대라고 전망하기도 한다.

하단에 대해서도 보는 시각이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하락폭에 비해 상승폭이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해볼 만한 시점’이라는 목소리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도 2013년 경제·투자 전망 보고서를 통해 2013년 국채 수익률을 2~3%로 전망한 반면, 전 세계 주식 투자 수익률을 9~16%로 전망, 2013년에는 채권에서 주식으로 자금이 대거 이동하는 시대가 시작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그나마 변동성이 큰 편에 속하는 우리나라 주식시장도 이제는 그 폭이 줄어들면서 과거보다 기대수익이 줄어든 면이 있다. 조한용 삼성증권 금융상품담당 이사는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변동성은 정점일 때 플러스마이너스(±) 30%였는데, 시장규모가 커지고 선진화되면서 최근엔 20~25%대까지 낮아졌다”고 말한다. 더구나 갈수록 과세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비과세 상품인 주식의 매력은 더 커졌다고 볼 수 있다.

아닌 게 아니라 금융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는 ‘절세’다. 특히나 세금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고액자산가들일수록 절세 상품 가입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 비과세 혜택 등 세금 혜택을 보고 있는 일부 상품의 경우 조만간 혜택 만료가 예고된 것들이 더러 있어 올해 비과세 상품은 초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 점에서 실물 펀드는 상당히 매력적이다. 실물 펀드는 주식이나 채권이 아닌 눈에 보이는 자산을 기초로 한 펀드로 유전펀드, 선박펀드, 인프라펀드 등이 대표적이다. 도로, 항만 등 사회간접자본(SOC)에 투자하는 인프라펀드는 그러나 분리과세 혜택이 폐지됐고, 유전펀드와 선박펀드는 2014년까지 한시적으로 혜택이 유효해 자산가들의 수요는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유전펀드와 선박펀드 등은 더 이상 고위험·고수익 상품이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노승규 하나은행 강남WM센터 이사는 “예전엔 고수익 상품이었지만 대중화되면서 변동성이 줄었고 그러다 보니 중위험·중수익에 가까워졌다”면서 “그렇지만 원자재 쪽에서도 변동성이 큰 프리미엄 시장이 고액자산가들 사이에 형성되는 등 ‘그들만의 리그’가 존재하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노승규 이사는 자산가들은 단순한 고위험보다 여전히 프라이빗에쿼티(private equity) 쪽을 더 선호한다고 말한다. 프라이빗에쿼티는 증권 시장과 같은 공개 시장이 아닌 기업 경영진과의 협상을 통해 지분을 인수한 후 몇 년에 걸쳐 경영을 정상화시킨 뒤 지분을 되팔아 차익을 챙기는 것을 말한다. 어려운 회사를 인수해 비싼 값에 되판다는 의미에서 일종의 벌처펀드(vulture fund)나 워런 버핏식 ‘가치투자’와도 비슷해 보이지만 차이가 있고, 헤지펀드에 비해서는 안정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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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채권·채권 공매도·환율 이용 투자 노려라

해외 채권 중에서 유일하게 비과세인 브라질 채권도 다시 이슈의 중심에 섰다. 지난해 브라질 채권은 헤알화 약세로 투자자들의 속을 타게 했지만, 비과세 매력에다 헤알화 가치 반등 가능성 등이 제기되며 돈이 몰리고 있다. 지난 1월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브라질 채권 판매 잔액은 2조5000억 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이 1조 원 이상을 판매했고, 신한금융투자, 우리투자증권, 동양증권, 현대증권 등도 브라질 채권을 취급하고 있다. 브라질 채권은 한국과 브라질 간 조세협약에 따라 채권 매수 시 브라질 정부에 금융거래세(토빈세) 6%를 내면 국내 이자소득세가 면제된다. 채권 평가 차익, 환차익 등도 모두 비과세다.

거기다 브라질 국채의 표면금리는 10%대이고, 최근 몇 년간 평균 7% 이상의 안정적 수익을 올렸다. 토빈세가 장애이긴 하지만 평균 수익률을 상회하고 있고, 2011년과 2012년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끼쳤던 헤알화의 약세가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 분위기는 긍정적이다.

헤알화 약세 요인이었던 금리 인하가 마무리 단계이고 중국 경기 회복 등으로 상품 수요가 늘면서 더 이상 하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에다, 브라질이 오는 2014년 월드컵과 2016년 올림픽을 유치한 것도 헤알화 강세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회는 존재하나 여전히 환율 리스크가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브라질 채권뿐만 아니라 환율을 이용한 투자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 매일매일 열심히 체크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해외 채권의 경우는 바로 통화의 한계가 크게 작용한다는 약점이 있다. 노승규 이사는 “싱가포르의 경우는 달러로 표시하는데 우리는 원화를 기준으로 하다 보니 차 떼고 포 떼면 남는 게 없는 경우가 많다”며 “시간이 갈수록 원화만 갖고 있는 게 한계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한다. 가능하다면 원화 외에도 달러를 포함한 안전 통화 2개 정도를 포트폴리오에서 30~50% 정도 보유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게 노 이사의 조언.
환율을 이용한 투자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 매일매일 열심히 체크해야 한다.
환율을 이용한 투자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 매일매일 열심히 체크해야 한다.
채권 공매도도 올해 배팅해볼 만한 고위험·고수익 투자로 꼽힌다. 미국 경제 회복과 함께 금리가 상승세를 타면 저금리 채권을 많이 편입한 투자 펀드에서는 투자자들의 손실이 발생할 터. 최근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어소시에츠의 창업자 레이 달리오는 “금리가 오름세로 돌아서면 금융 자산의 위험 프리미엄이 상승하고 이때 그동안 고평가돼 있던 채권 가격이 더 떨어질 것”이라며 “2013년에는 채권 공매도에 나서는 게 수익률 면에서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 공매도는 채권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매도 주문을 내는 것을 말한다. 즉 채권 가격의 하락세를 내다보고 채권을 빌려서 시장에 내다판 뒤 더 싼 가격에 사들여 시세차익을 보는 투자 기법이다. 노승규 이사는 “올 상반기까지는 채권으로 수익을 올린 후 하반기에 채권값 하락에 배팅해보라”고 조언했다.

지난해 이미 20%가량 수익을 낸 해외 부동산 관련 리츠(REITs)도 좀 더 상승 여력이 있다는 의견도 있다. 리츠는 다수의 투자자들에게서 자금을 모아 부동산이나 부동산 관련 대출, 유가증권 등에 투자하고 발생하는 수익을 투자자들에게 배당하는 것이다.

노 이사는 “부동산 관련 금융 상품 중에서는 리츠만 잘 된 것 같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그동안 이미 손실이 많았기 때문에 많이 올랐다고 해도 손실을 만회한 정도”라며 “올해 지난해만큼 올라준다면 그대로 수익이 될 것이란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박진영 기자 bluepjy@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