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할리우드 시나리오 작가들의 스승으로 널리 알려진 ‘스토리 구루’
로버트 맥기(Robert McKee) 서던캘리포니아대(USC) 교수가 방한했다. 올댓스토리의 초청으로 이뤄진 이번 세미나를 통해 그는 스토리를 활용한 리더십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10월 29일부터 11월 2일까지 5일간 진행된 세미나의 마지막 날,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모든 강연 일정을 마친 그를 만났다.
스토리 구루 로버트 맥기 USC 교수 “스토리텔링은 가장 강력한 설득 수단”
세계를 돌며 스토리 세미나를 열고 있다. 한국 첫 강연 소감은.

“뉴욕, 런던, 모스크바 등 세계 각지에서 같은 세미나를 진행해왔다. 한국의 청중은 다른 나라의 청중과 달리 아주 열정적(extremely intense)이다. 내가 세미나를 통해 만나는 이들은 작가나 배우, 감독 등 엔터테인먼트 산업 관계자가 대부분인데 한국은 청중의 절반 이상이 다른 산업 종사자라는 사실도 인상적이었다. 잘 모르는 분야임에도 모두 엄청난 에너지로 수업에 집중했다. 배움에 대한 그들의 열망을 엿볼 수 있었다.”

조직 경영에서 스토리가 힘을 얻는 이유는.

“모든 리더십은 설득에서 시작해 설득에서 끝난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30%가 설득으로 달성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을 정도다. 최고경영자(CEO)들이 주로 사용하는 설득 방법은 감정이나 논리를 이용하는 것이다. 강요나 유혹을 통해 감정적으로 설득하는 방법은 일시적인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오래 가지 않는다. 정보와 논리를 앞세운 설득 역시 깊은 공감과 신뢰를 이끌어내기 어렵다. 그러나 스토리를 통한 설득은 감정 이입과 지적 호기심을 동시에 일으킨다. 표면적인 사실뿐 아니라 이면의 모습까지 드러냄으로써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을 갖게 된다. 훌륭한 CEO나 지도자들 중 위대한 스토리텔러가 많은 이유다.”

효과적인 기업 스토리텔링 방법은.

“스토리는 주인공의 삶의 균형이 깨졌을 때 그의 마음속에 변화에 대한 욕구가 나타나면서 발생한다. 좋은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위기 상황을 겪지만 부정적인 에너지를 긍정으로 변화시켜 원하는 것을 얻는다. 스토리는 바로 이 순간에 초점을 맞추고 사람들은 그것을 보며 깨달음을 얻는다. 기업의 스토리 역시 마찬가지다. 사람들에게 호소력을 발휘하려면 감정 이입을 이끌어내야 한다. 일반적으로 비즈니스를 할 땐 회사의 강점만을 이야기하지만 그보다 회사가 과거에 겪은 위기 상황을 드라마로 만드는 게 효과적이다. 중요한 것은 진실(truthful)해야 한다는 것이다. 스토리를 만드는 행위는 굉장히 자연스러우면서도 많은 시행착오와 노력이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한국 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조언한다면.

“아직 한국에서 기업의 스토리텔링 문화가 자리 잡은 사례를 많이 접하지 못했다. 그들은 무언가 드러내는 것을 부끄러워(shy)하는 것 같다. 지금까지는 한국 기업들이 기술 및 효율성을 내세워 어필한 방법이 성공적이었다고 본다. 하지만 여기엔 한계가 있다. 다음 단계로 나아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기업이 되려면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 한국의 많은 기업들이 내부 직원들에게, 또 외부의 고객들에게,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효과적인 소통을 도모하는 날이 오길 기대하고 있다.”



글 김보람 기자 bramvo@kbizweek.com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