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간격으로 성관계를 해야 정상일까. 성관계를 자주하면 기가 쇠해 빨리 죽는다는데 사실일까. 현대의학이 발전하고 평균수명이 늘어나며 성관계에 대한 생각도 바뀌고 있다.


‘황제내경(黃帝內經)’을 보면 지금처럼 성기능 장애에 대한 설명이 있다. 상고시대 중국인의 평균수명은 101세였다고 한다. 당시 황제가 나이가 들면서 발기부전 증상이 나타났다. 의사들에게 발기부전이 오게 된 이유를 물으니 의학적으로 양생에 균형을 이루지 못하고 너무 후궁들을 가까이한 탓이라고 했다. 성생활이 지나쳐 방사가 많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항간에 왕들이 일찍 죽은 이유가 매일 밤 후궁들과 놀아났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과연 얼마 간격으로 성관계를 해야 정상일까. 성관계를 자주하면 기가 쇠해 빨리 죽는다는데 사실일까. 진료실에서 만나는 환자 중에 한 달에 몇 번 성관계를 해야 정상이냐고 묻는 남성이 많다. 자신은 일주일에 5~6번 하는데 건강에 지장은 없느냐는 말이다. 반면에 일부 남성들은 성관계를 하고 나면 온몸이 나른해져 다음 날 업무에 지장이 많다며 기피하기도 한다.

과거엔 동서양을 막론하고 성행위를 금기하는 속설이 많았다. 여자가 정력이 강하면 물이 불을 끄듯 남자가 녹초가 돼버린다는 것이다. 한방에선 젊어서 너무 많이 사정을 하면 늙어서 빨리 쇠약해진다며 성교 횟수를 조절하라고 했다.
[Health Column] 성 생활에 대한 오해와 진실

‘옥방비결(玉房秘訣)’에는 환갑을 넘기면 섹스를 아예 하지 말라고 쓰여 있다. 20대는 이틀에 한 번, 30대는 사흘에 한 번, 40대는 나흘에 한 번, 50대는 닷새에 한 번, 60대는 회갑도 되고 했으니 금욕하라는 것이다. 심지어는 봄에는 사흘에 한 번, 여름과 가을에는 엿새에 한 번, 겨울에는 금욕하라고 쓰여 있기도 하다. 겨울에 한 번 사정은 봄의 100번과 같으니 몸이 축나지 않으려면 안하는 것이 좋다는 뜻이다.

현대의학이 발전하고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성관계에 대한 생각도 바뀌었다. 과거에는 일찍 죽어서인지 나이를 먹으면 성관계를 금했으나 요즘 들어 체력이 좋아지면서 환갑이 돼도 육체적으로 젊은 남성이 많다. 따라서 회갑이 지나도 성관계를 할 능력이 된다면 하는 것이 좋다고 권한다.

최근 학회에서 발표되는 보고에 의하면 나이가 들어도 성관계를 주기적으로 하는 것이 오히려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나이를 먹어서 성관계를 하고 있는 그룹과 하고 있지 않는 그룹을 비교해보니 성관계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 그룹이 더 건강하고 젊더라는 것이다.

성교 횟수는 다음 날 일어났을 때 피로감이 남아 있지 않을 정도면 적절하다. 하룻밤에 너무 무리를 해서 다음 날 지장을 초래하면 신체적으로도 좋은 건 없을 것이다. 실제 성행위는 육체적 피로보다는 정신적 혹은 내분비적 피로가 더 크다. 성교 후 나른한 느낌이 오는 것은 정신적 피로감 때문이다. 실제 성행위로 오는 체력의 손실은 그리 크지 않다. 피로감은 충분한 수면과 휴식으로 얼마든지 극복될 수 있다. 육체적·정신적 피로가 오더라도 성행위로 가져오는 이점이 더 많다.

과거엔 정액이 생명수와도 같아 사정을 하면 할수록 수명이 단축된다고 믿었다. 따라서 관계를 갖되 사정을 하지 않고 정액을 아껴 장수하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사정을 하지 않게 되면 전립선에서 만들어진 정액이 나오지 못하게 되면서 무리가 온다. 정액은 나이에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일부러 사정을 하지 않을 필요는 없다.

나이를 먹어서는 성관계의 양보다 질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기분 좋은 성관계는 상대로 하여금 사랑을 되찾게 해준다. 기분학적으로는 사정감을 느끼는 것이 오히려 좋을 수 있다.

흔히 오해하는 것 중에 하나가 정액과 남성호르몬을 동일시하는 것이다. 남성호르몬이 부족하다며 찾아오는 환자를 보면 사정량이 줄어 예전 같지 않다고 말한다. 남성호르몬과 정액은 전혀 다르다. 남성호르몬은 혈액 속에 있으며 외부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정액은 고환 및 주변 장기에서 만들어져 외부로 사출돼 나온다. 정액에는 남성호르몬이 들어 있지 않다. 고환에서 만들어내는 정자와 정자들이 먹고 살기 위한 영양분이 들어 있을 뿐이다. 정액의 80~90%가 물이며 8~10%가 유기물, 2~6%가 단백질, 1~2%가 염류다. 고환, 부고환, 정관, 정관말단팽대부, 정낭, 전립선 등에서 만들어내는 유백색의 분비물이다.

나이를 먹어서 성관계를 하려면 건강이 허락하고 파트너가 함께 있어야 한다. 과거의 왕처럼 파트너가 너무 많아서 방탕하게 지낸다는 것은 현대에는 용납되지 않을 것이다. 나이를 먹더라도 정기적인 성관계가 가능하려면 상대가 있어줘야 한다. 서로의 건강을 지켜주는 주기적인 성관계는 장수를 보장해준다.




이윤수 명동이윤수·조성완 비뇨기과 원장
일러스트 서용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