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沖繩) 여행은 ‘다른 일본’을 찾아 떠나는 길이다. 일본 본토와는 다른 문화와 풍경을 간직하고 있어 일본인들도 이국적인 멋을 찾아 죽기 전에 꼭 가보고 싶은 곳으로 꼽는다.


오키나와는 일본 본토에서 남서쪽으로 멀리 떨어진 섬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섬들’이다. 가장 큰 나하섬을 중심으로 160여 개의 섬들이 흩어져 있고, 이 중 유인도는 48개다. 일본에서 유일하게 아열대 기후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대만(臺灣)과 훨씬 가까울 정도로 본토와 멀리 있어 흔히 아는 일본과는 전혀 다른 문화와 풍경을 간직하고 있다. 나아가 오키나와의 작은 섬들끼리도 서로 다른 매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 현지인의 설명이다. 그중 ‘여유’와 ‘힐링’이라는 테마에 맞춘 이번 여행지는 오키나와 남서쪽의 고하마섬, 다케토미섬, 미야코섬, 나하섬이다.
[Tour Special] 본토와는 다른 또 하나의 일본 오키나와 Okinawa
[Tour Special] 본토와는 다른 또 하나의 일본 오키나와 Okinawa
초여름 바람의 로맨틱, 고하마섬

처음 도착지는 고하마섬. 기자가 묵은 ‘리조나레 고하마지마’의 지배인이 설명하는 고하마섬의 콘셉트는 ‘마하에 로맨틱’이다. 마하에는 초여름에 부는 기분 좋은 바람을 뜻한다. 그래서인지 이곳을 찾는 이용객의 대부분은 신혼부부나 가족 단위 관광객이다. 사람이 많지 않은 곳에서 조용히 낭만을 찾길 원하거나, 가족들과 함께 호젓한 해변에서 해양스포츠를 즐기고 별자리를 찾아내는 재미를 원하는 이들에게 제격이다.
리조나레 고하마지마 리조트.
리조나레 고하마지마 리조트.
고하마섬 해변에서 보는 일출.
고하마섬 해변에서 보는 일출.
마하에 로맨틱을 제대로 느끼길 원한다면 저녁과 새벽, 해변으로 나가볼 것을 추천한다. 해가 지고 달이 뜨기 직전, 해변으로 나가면 하늘 가득한 별을 볼 수 있다. 망망대해에 작은 섬이기 때문에 광해(光害·light pollution)가 없어 더 많은 별을 쉽게 관찰할 수 있다. 도시촌놈이라고 할 수 있는 기자는 이곳에서 난생 처음 은하수를 볼 수 있었다. 위도상 적도에 가까운 이곳에서는 계절에 상관없이 대부분의 별자리를 관측할 수 있다고 한다. 새벽에는 비치하우스에서 주는 커피를 마시며 명품 일출을 감상할 수도 있다.

물론 분위기를 잡는 것만이 다는 아니다. 에메랄드빛 바다를 보며 골프를 칠 수도 있고, 가까운 바다에서 스노클링이나 스쿠버다이빙 등 다양한 해양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남국의 해변, 맑은 바다로 유명한 이곳에서는 알록달록 다양한 열대어와 독특한 모양의 산호초를 볼 수 있어 스쿠버 마니아들이 꼭 오고 싶어 하는 곳으로 꼽힌다.
미야코 본섬과 쿠리바 섬을 잇는 쿠리바대교.
미야코 본섬과 쿠리바 섬을 잇는 쿠리바대교.
류큐의 모습이 그대로, 다케토미섬

일본에는 ‘중요 전통적 건물군 보존지구’, 약칭 ‘중전건(重傳建)’이라는 말이 있다. 문화적 가치가 높다고 인정된 전통적인 거리의 풍경을 보존하기 위해 선정한다. 이튿날 도착한 다케토미섬은 거주지역 전부가 중전건으로 선정된 곳이다. 섬의 역사와 문화, 경관이 보존돼 있다는 뜻이다. 우리나라로 치자면 안동 하회마을과 비슷하다. 이곳에서는 전통 그대로의 오키나와, 아니 일본에 복속되기 전의 ‘류큐(琉球)’를 볼 수 있다.

섬을 둘러보는 방법은 두 가지다. 마을에서 자전거를 대여하거나, 물소가 끄는 달구지인 ‘물소차’를 타고 마을 한 바퀴를 도는 것이다. 기자는 물소차는 구경만 하고 자전거로 섬을 돌았다. 마을에서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독특한 건축양식이다. 거무튀튀하고 울퉁불퉁한 담벼락이 얼핏 보기에는 제주도의 그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그러나 다케토미의 담은 현무암이 아닌 산호로 만들어졌다. 산호로 담을 쌓으면 구멍으로 바람이 통과해 태풍에도 쓰러지지 않는다고 한다. 섬 자체가 산호초가 융기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하니 한편으로는 당연한 삶의 지혜일지도 모른다.
다케토미섬의 물소차.
다케토미섬의 물소차.
다케토미섬 마을 전경.
다케토미섬 마을 전경.
집의 출입구도 독특하다. 별다른 문 없이 출입구 안쪽에 덧니처럼 엇갈린 담을 쌓아 돌아 들어가게 돼있다. 직진밖에 못하는 귀신을 쫓아내기 위한 수단이란다. 주인은 왼쪽, 손님은 오른쪽으로 들어간다는 섬세한 예절도 빠지지 않는다.

다케토미섬의 ‘호시노야 오키나와’ 리조트도 이 섬의 건축양식을 그대로 답습했다. 얼마 전 문을 연 리조트치고는 어느 것 하나 모나지 않고 섬에 그대로 융화된 모습이다. ‘리조트스러움’을 숨기기 위해 수영장도 낮은 위치에 보이지 않게 만들었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래서인지 떠들썩한 리조트라기보다는 조용한 섬집에서 휴식과 힐링을 즐긴다는 느낌이 크다.

고하마지마도 마찬가지였지만 호시노야 오키나와에서도 눈에 띄는 것이 ‘데이베드(day bed)’, 즉 낮잠 침대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연인 또는 가족과 여유로운 한때를 즐기는 것이 오키나와 섬 여행의 상징인 셈이다. 치열한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여행 중 낮잠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일지 모르지만 일상을 떠나 여유를 즐기러 온 여행객에게는 이보다 좋은 힐링이 없다. 한편 이곳은 노령의 이용객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호시노야 오키나와 관계자는 “신혼부부, 가족 이용객 외에도 요양을 위해 찾는 노령자와 장기 투숙객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케토미섬의 전통 가옥.
다케토미섬의 전통 가옥.
다양한 볼거리가 있는 미야코와 나하

고하마섬과 다케토미섬이 완벽한 휴식을 위한 곳이라면 미야코섬은 비교적 ‘볼거리’가 많은 곳이다. 물론 그 ‘볼 것’이 섬과 바다가 주는 원시비경과 남국의 신비로움이라는 점에서 역시 ‘힐링’이라는 테마에서는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미야코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에메랄드빛 바다다. ‘미야코지마 블루’라는 이름이 생길 정도로 특유의 맑고 아름다운 빛깔을 담고 있다. 가까이에서 보면 생수를 그대로 부어놓은 것처럼 바닷물이 투명하다. 미야코섬 어디서든 이 절경을 느낄 수 있지만 특히 스나야마 비치, 히가시헨나자키, 이케마 대교가 미야코의 경치를 느끼기 좋은 장소다.
상공에서 본 미야코섬.
상공에서 본 미야코섬.
미야코섬 히가시헨나자키.
미야코섬 히가시헨나자키.
미야코섬 타라가와 주조장의 지하 저장고.
미야코섬 타라가와 주조장의 지하 저장고.
이 외에도 미야코섬에서는 유키시오 공장, 아와모리 타라가와 주조장, 독일문화촌 등을 둘러보면 좋다. 유키시오(雪鹽·눈소금)는 이 지역 특산 소금이다. 고농축한 바닷물을 가열한 금속판에서 2초 만에 증발시켜 만드는데, 일반 소금과 달리 고운 가루 형태라서 ‘눈소금’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공장에서는 유키시오 제조 현장을 둘러보고 유키시오로 만든 소금과자, 아이스크림 등을 맛볼 수 있다.

돌아볼 곳이 많은 미야코섬에서는 자동차 렌트를 권한다. 버스나 대중교통 이용이 불편한 점도 있지만, 달리다 멈추는 곳 어디든 절경이 펼쳐지는 만큼 렌트가 편하다. 렌트 비용은 하루 3000엔(円) 정도다.

마지막으로 들를 곳은 나하섬이다. 오키나와의 본섬으로 가장 크고 사람이 많아 주변 낙도들보다는 비교적 일본 본토와 비슷한 모습을 지녔다. 나하섬은 우리에겐 미군기지 문제로 잘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이곳은 대대로 외세의 침략을 많이 받아 슬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

오키나와는 본래 류큐왕국의 지배를 받던 독립 국가였다. 규슈 남단에서 약 685km 떨어진 최남단인 데다 중국과 우리나라(조선) 등 여러 나라와의 교역으로 독특한 문화를 만들었다. 1879년 일본에 편입됐지만 제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미국의 지배를 받다가 1972년 일본에 환수됐다. 일본이지만 일본 같지 않은 이유다.
나하섬 국제거리 ‘나하마쓰리’의 모습.
나하섬 국제거리 ‘나하마쓰리’의 모습.
[Tour Special] 본토와는 다른 또 하나의 일본 오키나와 Okinawa
오키나와의 대표 기념품 ‘시샤’.
오키나와의 대표 기념품 ‘시샤’.
류큐왕국 시절의 역사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곳이 슈리성이다. 안으로 들어가면 건축양식이 전혀 다른 북쪽 궁전과 남쪽 궁전이 마주보고 있는 모습도 볼 수 있다. 한쪽은 전형적인 일본식 목조건물, 다른 한쪽은 붉은빛이 도는 중국풍의 느낌이다. 중개무역을 하던 작은 왕국이 실리외교를 펼치면서 만들어진 특징이라고 한다.

시내 구경을 위해서는 ‘국제거리’로 간다. 제2차 세계대전 후 폐허 속에서 급속한 성장을 가져온 상권으로 ‘기적의 1마일’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운 좋게도 기자가 갔을 때는 전통 축제인 ‘나하마쓰리’ 기간이어서 이색적인 퍼레이드와 공연을 구경할 수 있었다. 국제거리에서는 뱀술, 시샤 등과 같은 다양한 현지 기념품들과 본토와는 다른 오키나와 특유의 먹거리를 즐길 수 있다.
나하섬의 슈리성.
나하섬의 슈리성.
미야코섬 히가시헨나자키 등대의 안내석.
미야코섬 히가시헨나자키 등대의 안내석.
독일문화촌에서 내려다본 미야코섬의 해변.
독일문화촌에서 내려다본 미야코섬의 해변.
Okinawa info
Travel Tip

고하마섬, 다케토미섬, 미야코섬 등 오키나와 남서쪽은 주로 이시가키섬을 기점으로 소형 비행기나 배를 타고 이동한다. 한국에서 이시가키섬으로 직항하는 항공편은 없다. 국제선을 타고 일본에서 국내선으로 갈아타야 하기 때문에 일본항공(JAL)의 재팬세이버와 같은 운임제도를 이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스케줄에 따라서 도쿄, 오사카 등에서 하루 정도 스톱오버(stopover)를 하는 것도 좋다. 지진이나 방사능 피해 걱정은 덜어도 된다. 지난해 3월 지진이 일어난 후쿠시마와의 거리는 1760km로, 후쿠시마와 서울의 거리 1240km보다 멀다.


오키나와=글·사진 함승민 기자 sh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