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nterview

동남아시아 하면 가장 먼저 무엇이 떠오르는가. 휴양지, 외국인 노동자, 결혼이주 여성…. 이런 이미지 외에 동남아를 무역, 투자, 관광, 문화교류 등에 있어 중요한 파트너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면 당신의 국제 감각은 제로. 왜 우리가 동남아에 주목해야 하는지 정해문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을 통해 들었다.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 위치한 한-아세안센터를 찾는 일반인들이 최근 늘고 있다. 이곳에 가면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의 관광, 산업, 그리고 문화 정보를 한번에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9년 3월 한국과 아세안 10개국을 회원국으로 한 정부 간 국제기구로 출범한 한-아세안센터는 한국과 아세안의 교류를 매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센터는 지난 3월 외무부에서 30년간 외교관으로 활동하며 특히 동남아통으로 활약해온 정해문 사무총장을 영입하고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정해문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 “무역 2조 달러 달성에 아세안과의 협력 절실”
1952년생
1976년 서울대 무역학과 졸업
1977년 외무부 입부(제10회 외무고시)
1997년 주로스앤젤레스(LA) 영사
1990년 주태국 참사관
1991년 동남아 과장
1995년 주미국 참사관
2000년 주오스트리아 공사
2004년 주그리스 대사
2008년 주태국 대사
현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


아세안이 왜 중요한 파트너입니까.

“지난해 아세안과의 교역 규모는 1250억 달러로 중국 다음입니다. 미국, 유럽연합(EU)보다 큰 교역 상대죠. 글로벌 경제 침체로 무역량이 전반적으로 축소되는 상황에서도 아세안과의 교역은 전년 동기 대비 3%가 늘었고 수출은 7%가 늘었습니다.

한국의 제2대 교역 상대로서 아세안의 비중은 날로 커지고 있어요. 더불어 투자 측면에서도 올해부터 국내 기업의 가장 큰 투자처로 부상했습니다. 아세안은 ‘포스트 차이나’로 불리며 이미 수천 개의 국내 기업이 이 지역에 진출해 있어요. 동남아시아에서는 원자재 수급이 쉽고, 값싸고 동기부여가 잘 된 노동력이 풍부하기 때문이죠.”

교역 규모뿐 아니라 여러 면에서 아세안의 가치가 부상되고 있습니다.

“한국이 2020년까지 무역 2조 달러를 달성하는 데 있어 아세안과의 협력이 아주 중요해요. 아세안은 현재 역동적인 경제 성장을 하고 있기 때문에 주목해야 합니다. 특히 동남아 국가들의 인프라 건설이 활발해 우리의 해외 건설 수주에 있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2011년 해외 건설 수주액 590억 달러 중 21.5%(127억 달러)를 차지했습니다.

싱가포르의 랜드마크인 마리나베이샌즈호텔과 같이 고난도 공사를 국내 건설사가 성공적으로 수행했습니다. 따라서 동남아에서는 국내 건설사의 시공 능력에 대한 신뢰와 평판이 높습니다. 또한 국내로의 노동력 공급, 한국 방문객에서의 비중, 한류의 소비시장 등에 있어서도 아세안의 중요성은 날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이 주목해야 할 국가는 어디입니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재선 확정 이후 이틀 만에 미얀마, 태국, 캄보디아 등 아시아 방문 계획을 발표한 것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미국의 대외 정책의 주무대가 아시아가 될 것을 암시하는 것이죠. 특히 미얀마는 전 세계가 관심 있게 보고 있습니다. 미얀마는 미국과 중국이 경쟁적으로 투자를 늘려왔습니다. 동남아 전초기지로서의 미얀마에 다방면으로 투자가 늘고 있고 경제적 수치가 이를 입증합니다. 미얀마는 인도, 중국과 국경이 접해 있어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곳입니다.”

2015년 ‘아세안공동체’ 출범을 앞두고 있는데 어떻게 전망하고 있습니까.

“아세안공동체 출범은 인구 6억 명 이상의 단일 소비시장, 생산기지를 가진 거대 경제권의 부상을 의미합니다. 아세안 회원국 간에 관세장벽은 이미 없어요. 아주 민감한 품목 한두 개 외에는 모두 개방돼 있죠. 아세안의 후발 가입국 베트남, 라오스 등은 소득 수준에 격차가 있어 일부 분야의 개방에 유예 기간을 두고 있습니다. 현재 서비스 시장을 얼마나 개방할지, 기술노동력의 자유로운 이동을 얼마나 보장할 것인지, 그리고 자본 이동이 얼마나 자유로운지에 대해 논의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종교, 소득 수준, 언어 등이 비슷한 EU의 통합과는 차이가 있을 것 같습니다.

“EU는 동질성을 바탕으로 한 통합이지만, 아세안은 다양성의 통합입니다. 아세안 국가들은 종교가 다르고 경제 수준에 차이가 있지만 그동안 교류는 활발했기 때문에 이질감은 없습니다. 다양성 속 조화를 낳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거대 경제권으로 부상할 아세안공동체가 한국에 주는 영향력은 무엇입니까.

“아세안공동체의 부상을 새로운 기회로 봐야 합니다. 한국은 아세안과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돼 있고 베트남, 인도네시아와 양자 FTA도 추진하고 있어요. 중국 경제가 과거처럼 두 자릿수 경제성장률을 보이기 힘든 가운데 아세안이 바로 포스트 차이나인 겁니다.

변하는 국제 질서를 잘 파악하고 선점한다면 우리에게 여러 가지 유리한 조건을 만들 수 있어요. 아세안 국가는 출산율이 높아 미래 10억 인구에 다다를 전망입니다. 주변의 인도, 중국까지 포함해 30억 인구의 시장이 열립니다. 한국은 이 기회를 가볍게 봐서는 안 됩니다.”

한·중·일 FTA 체결보다는 아세안 주도의 무역협정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더 개연성이 높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이를 어떻게 보십니까.

“중국과 일본이 각자 주도하는 FTA 제안은 결론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이에 비해 지난해 아세안 정상회의 이후 탄력을 받아 추진되고 있는 RCEP가 타결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습니다. RCEP는 아세안 10개국과 한국, 중국, 일본, 호주, 인도, 뉴질랜드 등 16개국이 참여하는 광대역 협상이죠. 여기에 미국과 러시아도 참여할 수 있어요. 아시아의 FTA는 RCEP 틀 안에서 진정될 것으로 봅니다.”

아세안과의 관계에 있어 현재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무엇입니까.

“아세안이 한국을 다문화 사회로 이끌고 있어요. 아세안의 근로자 17만 명, 유학생 6만~7만 명, 국제결혼자 5만5000명이 한국에 들어와 있습니다. 특히 결혼이주 여성의 경우 한국 사회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국민적 지원이 요구됩니다. 아세안과 한국의 문화를 모두 이해하는 이들은 문화교류에 있어 매우 중요한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어요. 아세안 국가의 문화는 이미 우리 안방까지 와 있어요. 태국 식당을 어디서든 볼 수 있고 인도네시아·베트남 커피는 국내에 널리 퍼져 있습니다. 한편, 한국인은 한 해 400만이 아세안 국가를 방문합니다. 과거에 비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는 한·아세안의 문화교류를 다양하게 확대할 필요가 있어요.”
중국 경제가 과거처럼 두 자릿수 경제성장률을 보이기 힘든 가운데 아세안이 바로 포스트 차이나인 겁니다.
중국 경제가 과거처럼 두 자릿수 경제성장률을 보이기 힘든 가운데 아세안이 바로 포스트 차이나인 겁니다.
한-아세안센터 설립 3년을 맞았습니다. 추진하고 있는 주요 사업은.

“일본-아세안센터는 오래전에 설립돼 활동하고 있고 중국-아세안센터도 올해 출범했습니다. 한·중·일 센터가 연계성을 높여 함께 할 수 있는 사업을 논의하려 합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동남아 국가들의 요리가 있다면.

“태국의 양꿍을 좋아해요. 그리고 그린 파파야로 만든 샐러드는 아주 입맛을 돋웁니다. 서울의 동남아 레스토랑에 주로 가거나 현지에서 양념을 사와 집에서 해먹곤 합니다.”

태국 대사 등으로 동남아에서 생활할 기회가 많았는데 추천하고 싶은 관광지가 있다면.

“지금도 업무상으로 동남아에 갈 일이 많습니다. 최근 틈틈이 동남아 국가의 수도가 아닌 제2, 3의 도시를 돌아보고 있습니다. 만일 동남아를 가보지 않았다면 우선 가야 할 곳은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입니다. 그리고 11세기에서 13세기까지 조성된 세계 최대의 불교 문화유적군인 미얀마의 바간에 갈 것을 추천합니다. 인도네시아의 보르드부르도 사원도 환상적입니다.”


글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 사진 이승재 기자